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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태움문화

대형병원의 간호사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자살을 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바로 `태움 문화`로 인한 비극적 사건이다. `태움`은 `영혼이 재가 되도록 태운다`는 뜻에서 나온 말이다. 주로 대형 병원의 간호사들 사이에서 쓰이는 용어로, 선배 간호사가 신임 간호사에게 교육을 명목으로 가하는 정신적·육체적 괴롭힘을 의미한다. 명목은 교육이지만 실상은 과도한 인격 모독인 경우가 많아서 간호사 이직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간호사란 직업의 특성상 조금의 잘못도 용납이 되지 않기 때문에 간호사 간의 위계질서와 엄격한 교육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폭력이나 욕설, 인격 모독 등이 가해지면서 `태움 문화`라는 고질적 병폐를 낳았다는 지적이다.태움문화의 심각성을 인식한 정부가 제도적인 대책마련에 나섰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앞으로 의사나 간호사가 태움·성희롱 등 인권 침해 행위를 하면 면허정지 등 제재를 하도록 하고, 태움 문화의 원인의 하나로 지목된 간호 인력난을 완화하기 위해 2022년까지 10만명의 신규 간호사를 늘리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간호사 근무환경 및 처우 개선대책`을 확정했다. 대책에 따르면 신규 간호사 교육에 가이드라인이 생긴다. 신입 간호사 교육 전담자를 두되 교육 기간에는 환자를 돌보지 않는다. 또 신규 간호사가 업무를 충분히 익힌 뒤 실무에 투입될 수 있도록 3개월 이상 교육을 받게 유도할 계획이다. 또 `인력 부족`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2년까지 신규 간호사 10만명을 추가로 양성하기로 했다. 국내 인구 1천명 당 의료기관 활동 간호사 수는 3.5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6.5명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의료기관 내 인권침해 대응체계도 처음으로 마련된다. 간호협회 내에 `간호사 인권센터`를 두고 성희롱 등 인권침해 신고를 받고, 주기적으로 실태조사를 하기로 했다. 권위주의와 위계 문화가 일상이 되어버린 현실 속에서 직장내 괴롭힘 또는 왕따문화의 일종인 태움문화가 쉽게 사라지기는 어렵다. 긴 호흡으로 사회적 합의를 모을 수 있는 꾸준한 노력이 후진적 태움문화를 뿌리뽑는 지름길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8-03-22

맹모와 사교육

자식에 대한 부모의 교육열을 나무랄 수는 없다. 맹자의 어머니가 맹자를 위해 세 번이나 이사한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는 인간의 성장에 있어 환경이 중요하다는 가르침을 전하고 있지만 본질적 시각에서 보면 자식에 대한 부모의 교육적 관심이다. 맹자 어머니의 교육적 가르침에서 따온 `맹모단기(孟母斷機)`란 말이 있다. 맹자가 고향을 떠나 공부를 하던 어느 날 기별도 없이 집으로 돌아왔다. 때마침 베틀에 앉아 길쌈을 하던 맹자의 어머니는 반가운 마음을 뒤로하고 아들에게 물었다. “공부가 어느 정도 됐느냐”. 맹자는 대답했다. “아직 미치지 못 하였습니다”. 이 때 맹자의 어머니는 짜고 있던 베틀의 실을 끊고 “네가 공부를 중도에 그만두는 것은 내가 지금 짜고 있는 베의 실이 끊어지는 것과 같다”고 꾸짖었다. 이 말에서 유래해 `단기지교(斷機之敎)`라는 말이 생겨났다. 맹자 어머니의 교육열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작년 사교육비가 또다시 늘어났다는 통계청 발표가 있었다. 작년 우리나라 사교육비 총액은 무려 18조6천억 원으로 전년보다 3.1%가 증가했다. 사교육 참여율(70.5%), 참여 시간(6.1시간)도 늘어났다.원래 사교육은 공교육에 배치되는 개념으로 1960년대 초반 무렵 우리 사회에 처음 등장했다.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입시경쟁에서 보충교육 형태로 보편화한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사회적 경쟁이 치열해지고 학부모가 부담해야 할 비용이 커지는 부작용을 낳게 된다. 또 고액 과외의 등장으로 입시경쟁의 불공정 요인으로도 작용했다. 그렇다고 사교육이 모두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부족한 공부를 따라 잡아주거나 아이에 따라 재능을 키워주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최근 베트남 젊은 부모의 교육열이 한국을 뺨친다고 한다. 베트남 전쟁 종전 후 태어난 세대가 사회의 주축으로 떠오르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우리나라 80년대와 비슷한 양상이라 한다.자식이 잘되길 바라는 부모의 교육적 열의는 어쩌면 당연하다. 다만 이런 사회적 욕구를 채워줄 공교육의 수준이 문제인 것이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3-21

예술단 방북공연

남북 화해무드가 본격화하면서 우리 예술단의 북한공연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남한과 북한이 20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남한 예술단 평양공연과 관련 실무접촉을 열게 됨에 따라 남한예술단 구성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우리측 실무접촉 대표단은 예술단 음악감독으로 내정된 작곡가 윤상을 포함해 통일부 박형일 국장, 청와대 통일비서관실 박진원 선임행정관으로 구성됐다. 북측은 실무접촉 대표단으로 삼지연관현악단 현송월 단장과 김순호 행정부단장, 안정호 무대감독 등이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남측 예술단의 북한 공연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맞아 지난달 9일 강릉아트센터와 11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진행된 북한 삼지연관현악단 방남 공연에 화답하는 형식이다. 우리 예술단의 평양공연이 실현되면 2002년 9월 KBS 교향악단의 공연 이후 16년 만에 열리게 된 셈이다.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남측 예술가들은 북한에서 다양한 형태의 공연을 펼쳤다. 1999년 12월 평양 봉화예술극장에서 열린 `2000년 평화친선음악회`에는 패티김·태진아·설운도 등 중장년 가수 외에 1세대 아이돌 그룹 젝스키스와 핑클이 출연했다. 2002년 9월 평양에서는 KBS교향악단이 조선국립교향악단과 연합오케스트라를 구성해 무대에 올랐고 같은 달에 평양에서 이미자·윤도현밴드 등이 공연했다. 2003년 평양 모란봉 야외무대에서 열린 `평양노래자랑`은 코미디언 송해와 북한 여성방송원 전성희가 공동으로 진행, 남북이 문화적 유대감을 형성하는데 기여했다는 평을 받았다. 2005년에는 평양 류경 정주영체육관에서 조용필콘서트가, 2006년에는 금강산에서 윤이상평화재단 주최로 열린 남북 음악인들이 합동으로 참여한 `윤이상 기념음악회`가 열린 바 있다. 남북정상회담이나 북미정상회담 등에서 비핵화를 둘러싼 합의나 협상이 급진전되면 더욱 좋겠지만 그게 여의치않다면 정서적인 교감을 앞세우는 문화예술교류를 하는 것이 남북 긴장완화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평화든, 통일이든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다. 묵묵한 우보로 뚜벅뚜벅 나아가길 바랄 뿐이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8-03-20

수달의 도시

수달은 족제비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훨씬 더 크다. 몸길이가 65~75㎝ 정도이며 꼬리 길이가 몸길이의 3분의 2정도 차지한다. 야행성이며 물가에 서식굴을 가지고 있다. 육식성이다. 주로 어류를 섭식하나 경우에 따라서는 조류, 포유류, 양서류까지도 먹는다. 하천 생태계의 최상의 포식자이며 핵심종 역할을 한다고 한다. 현재 지구상에는 유라시아, 아프리카, 북미 등 13종의 수달이 있다. 한국에 서식하는 수달은 유라시아종이다. 과거에는 한국에서도 수달을 전국에서 볼 수 있었으나 모피용(毛皮用)으로 남획되고 하천이 황폐화되면서 그 수가 확 줄었다. 1982년 11월 천연기념물 제 330호로 지정되고, 2012년에는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으로 지정되어 보호를 받고 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서는 수달은 해당지역 수환경의 건강도를 판단할 수 있는 수환경의 지표종이라 보고한다. 수달의 서식은 그 지역 생태환경의 바로미터인 셈이다.대구에서는 2005년 1월 4마리의 수달이 신천에서 처음 발견됐다. 전국적 관심을 모았다. 이후 대구시와 환경단체의 보호를 받은 수달은 다음해 11월 조사에서 최소 16마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구시 주최로 민간 야생동물단체가 오랜 시간 연구해 보고한 내용이다. 개체 수 증가와 함께 서식지도 금호강을 지나 신천을 거쳐 가창댐으로 이어지는 전 지역을 이용한다고 보고했다. 작년 8월 수성못에서도 수달이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수달의 서식 영역이 그만큼 넓어진 것으로 해석된다.올 들어 대구시 북구 팔거천에서도 수달이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대구시가 매우 고무되고 있다. 신천에 이어 팔거천에서도 수달 서식이 확인되면서 친환경도시 대구를 알리는 데 수달을 적극 활용한다는 생각이다. `수달도시 대구`를 관광 상품으로 연계하는 방법도 모색키로 했다.작년 12월 수달 이모티콘을 자체 제작해 배포한 대구시는 최근에는 이모티콘의 저작권과 상품권 특허를 신청했다. 이제 수달이 청정도시 대구를 알리는 홍보대사가 됐다. 반갑다 수달./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3-19

`리틀 블랙 드레스`

패션이란 유행, 풍조, 양식 등의 개념을 담고 있다. 주로 의복이 중심이 되는 유행을 의미하나 요즘은 우리 생활 곳곳에서 광범위한 개념으로 사용된다. 패션은 논리적이지 않다. 감성적이고 기발하다. 사소한 일에서도 출발할 수 있다. 그래서 패션은 파격적일 때가 많다.오늘날에 옷은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이다. 과거 우리 선조가 옷을 통해 신분과 계급을 구별했다면 지금은 옷을 통해 자신의 개성과 이미지를 표현한다.`리틀 블랙 드레스(Little Black Dress)는 짧은 기장의 이브닝 가운이나 칵테일 드레스의 일종이다. 심플하고 우아한 디자인이 다른 패션 아이템과는 잘 어울릴 뿐 아니라 편안한 자리든 격식적인 자리든 활용하기가 쉽다. 패션 전문가들은 1926년 샤넬의 작품에서 그 근원을 찾고 있으나 상징적 의미로 본격 알려진 것은 오드리 햅번이 등장한 `티파니에서 아침을`이란 영화에서다. 가련하면서 심플하고 깨끗한 이미지의 그녀에게 검정색 드레스는 절묘한 결합이었다. 영화가 개봉되자마자 이 옷은 전 세계에 센세이션을 일으킨다. 특히 블랙 드레스를 입은 그녀를 받쳐준 진주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업스타일 헤어, 버그아이 선글라스는 기막힌 조화로 그녀를 불멸의 영화배우로 기억하게 한다.지금도 리틀 블랙 드레스는 패션용어로 자리를 잡았고 패션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필수 아이템이자 기본공식으로 통한다.오드리 햅번이 입고 출연한 검정색 드레스를 디자인한 이는 프랑스 출신의 디자이너 `위베르 드 지방시`다. 그가 91세를 일기로 작고했다. 지방시는 생전에 블랙 드레스를 세 번 카피했다고 한다. 첫 번째 것은 마드리드 의상 박물관에 있고, 다음은 크리스티 경매에서 92만 달러에 팔렸다고 한다. 마지막 하나는 지방시 패션하우스에 보관돼 있다.의상 디자이너 한 사람이 남긴 문화적 흔적에서 우리는 매우 흥미로움을 느낀다. 이것이 문화적 가치이자 예술의 힘이 아닐까 싶다.우리에게도 언젠가 이런 문화적 힘을 가진 디자이너가 탄생하길 기대해 본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말이 실감난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3-16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

우리나라의 전직 대통령과 유족은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의해 연금, 비서관 임명, 경호 등의 각종 혜택을 받게 된다. 우선 전직대통령에 대하여는 매월 연금을 지급한다. 연금지급액은 지급 당시 대통령 월급의 95% 상당액으로 한다. 2016년 기준으로 하면 연금액수는 연 1억4천853만원에 달한다. 즉 매월 1천237만원의 급여를 받는다. 전직대통령의 유족중 배우자에 대해서는 유족연금을 지급하되, 그 연금액은 지급당시의 대통령 보수년액의 70% 상당액으로 한다. 전직대통령의 유족중 배우자가 없거나 배우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그 연금을 전직대통령의 30세 미만의 유자녀와 30세 이상의 유자녀로서 생계능력이 없는 자에게 지급한다. 또 전직대통령은 비서관 3명을 둘 수 있다. 비서관은 전직대통령이 추천하는 자중에서 임명하되, 1명은 1급 상당 별정직국가공무원으로, 2명은 2급 상당 별정직국가공무원으로 한다. 전직대통령 또는 그 유족에 대해서는 필요한 기간의 경호와 경비, 교통·통신 및 사무실의 제공 등 전직대통령으로서의 필요한 예우를 할 수 있다. 경호는 대통령 경호실법에 따라 7년간 청와대가 맡는다.전직 대통령 예우를 받을 권리가 정지되거나 제외되는 경우도 규정돼 있다. △재직중 탄핵결정을 받아 퇴임한 경우, 그리고 △금고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 △형사처분을 회피할 목적으로 외국정부에 대하여 도피처 또는 보호를 요청한 경우, △대한민국의 국적을 상실한 경우 등이다.현재 전직 대통령으로서 생존해 있는 사람은 전두환·노태우·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 등 4명. 이 가운데 전두환·노태우 대통령은 금고이상의 형을 받았고, 박근혜 전 대통령 역시 재직중 탄핵결정을 받아 퇴임한 경우에 해당돼 전직 대통령으로 예우받을 자격이 박탈됐다. 따라서 현재 전직 대통령 예우를 받고 있는 사람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그런 이명박 전 대통령이 14일 `뇌물수수·횡령·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검찰의 소환을 받았다. 이 전 대통령은 포토라인 앞에서 “참담한 심정”이라고 했다. 대한민국 헌정사상 검찰 수사를 받는 다섯 번째 전직 대통령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심정이야말로 참담하기 그지없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8-03-15

중국 시황제(始皇帝)

서양인에게 중국사에 가장 영향력을 미친 인물을 꼽으라 하면 진시황(秦始皇)과 마오쩌둥(毛澤東) 두 사람을 가장 많이 든다. 마오쩌둥은 오늘날 사회주의 국가를 완성시킨 인물이고, 진시황은 중국 자체를 만든 인물이다. 특히 진시황이 중국을 하나의 거대한 제국으로 통일하지 않았다면 중국은 유럽처럼 여러 개의 나라로 쪼개져 발전해 왔을지도 모른다. 세계사가 달라졌을 것이란 예측이다. 미국의 작가이자 천체물리학자인 마이클 하트가 쓴 `세계를 움직인 100인`은 세계 역사에 영향을 미친 중요한 인물 100인의 삶과 사상, 업적 등을 소개한 책이다. 동양인으로서 7명의 인물이 소개됐다. 그 중 진시황이 17위, 마오쩌둥은 89위에 올랐다. 1위가 이슬람교의 창시자인 마호메트, 2위가 만류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영국의 뉴턴이다. 등위는 별로 중요치 않아 보인다.중국의 진시황제는 중국 천하를 최초로 통일하고 중앙집권적 국가를 세웠다. 자신의 공덕을 뽐내고 지고무상한 권위를 내세우기 위해 스스로를 황제라 칭했다. 진시황은 봉건정치의 부활을 막기 위해 각종 제도 개혁에도 앞장섰다. 심지어 봉건제도를 뒷받침해 온 유교철학을 없애기 위해 유학책을 불태우고 400여 명의 유생을 산채로 묻는 분서갱유를 일으켰다.진시황은 우리에겐 불로초로 잘 알려진 왕이다. 불로장생의 약초를 구하기 위해 우리나라까지 신하를 보냈다. 그러면서 본인은 정작 49세로 생을 마감했다. 그가 죽은 지 2천200여 년이 지난 지금 중국은 또다시 `시황제 시대`의 개막이란 이름으로 전 세계 이목을 모으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1인 지배체제 부활에 대한 외신들의 곱지 않은 평이다.종신집권까지 가능케 한 헌법 개정은 향후 중국 정국에 커다란 변수로 떠올랐다. 단기적으로 부패척결 등 난제를 푸는 데는 도움이 된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권력의 속성상 독주는 필연적으로 역풍을 만날 수밖에 없다. 중국을 통일한 진시황도 2대를 못 넘겼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3-14

자동차와 기차의 차이

현대사회에서 대중교통수단인 자동차와 기차는 여러모로 다르다. 그 중 안전벨트의 유무가 특징적이다. 자동차에는 안전벨트가 설치돼 있다. 고속도로에서는 차량에 탑승한 사람 모두 안전벨트 착용이 의무화돼 있다. 하지만 기차에는 안전벨트가 아예 설치돼 있지 않다. 기차에 안전벨트가 없는 이유는 몇 가지로 설명된다. 첫째 제동거리가 다르다. 안전벨트는 차량이 갑자기 급제동을 할 경우 차 안의 사람들이 받게 될 충격을 줄여주고, 급제동으로 자동차 앞유리를 깨고 사람이 튀어나가는 것을 방지해준다. 하지만 열차는 급제동을 해도 자동차처럼 한 순간에 제동이 걸리지 않는다. 예를 들어 시속 300㎞의 KTX열차의 경우 급제동을 해도 바로 제동이 되지 않고, 1분 가량 지난 후에야 정지한다. 제동거리가 무려 3㎞가 넘고, 제동이 걸리는 1분 동안 승객은 시속 10㎞를 달리고 있다고 체감하기 때문에 급제동에 따른 피해를 막는 안전벨트가 필요없게 된다. 두번째는 차량 무게의 차이다. KTX는 차체 무게만 362t에 달한다. 즉, 기차는 웬만한 물체보다 훨씬 무겁기 때문에 사고가 나더라도 열차가 아니라 부딪힌 쪽이 날아가 버리거나 찌그러지게 된다. 또 무거운 차체가 충격을 자체 흡수해 사고의 충격이 승객에게 전달되지 않는다. 세번째는 사고시 조치의 신속성을 위해서도 안전벨트를 설치하지 않는다. 기차 승객이 안전벨트를 맨 상태에서 기차가 탈선하거나 다른 물체와 충돌해 사고가 발생하면, 대피하거나 구조작업을 방해해 승객의 위험이 오히려 커질 가능성이 있다. 기차 사고는 자동차 사고처럼 사람이 밖으로 튕겨져 날아가버리거나 차체안의 충격으로 다치는 일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기차 차량이 찌그러지면서 의자에 앉은 채 압사당할 가능성이 더 크다. 그래서 기차 승객이 안전벨트를 매고 있을 경우 유사시에 승객이 신속히 대피하는데 방해요인이 된다. 이런 이유로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열차에서도 안전벨트가 설치돼 있지 않다. 승객의 안전을 위한 장비가 어떤 경우 승객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역설의 당위성이 당연한 듯 흘러가는 인간사, 다시 한 번 짚어보게 한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

2018-03-13

새 학기 증후군

스트레스라는 말이 우리의 일상에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불과 100년도 안 된다. 캐나다의 어느 내분비 학자가 처음 명명함으로써 사용되기 시작한 이 단어는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수많은 외래어 가운데 1위의 자리를 점령했다. 스트레스가 우리 생활에 이처럼 광범위하게 사용될 줄 당시만 해도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 현대인의 일상이 복잡다단해진 측면도 있으나 우리 일상에서 콕 꼬집어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그만큼 많아진 것도 원인이다.스트레스는 사람이 심리적 혹은 신체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도달했을 때 느끼는 불안감이나 위협의 감정을 말한다. 외부 자극에 의해 겪게 되는 근심, 걱정, 긴장, 불안 등의 반응을 말한다. 문제는 이러한 반응이 반응에 그치지 않고 상황에 따라서는 우리의 건강에 치명적 타격을 입히게 되는데 있다. 무엇보다 이와 같은 스트레스가 인간 삶의 모든 영역에서 존재하고 있어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다는데 현대인의 고민이 있다.휴일이 끝나고 평일이 시작되는 월요일이 되면 괜히 기분이 우울해지는 월요병이 있다. 월요병은 사람이 이유도 없이 무력해지거나 피곤함, 우울함을 느끼는 부정적 심리상태를 말한다. 질병인듯 하지만 질병이 아니다. 영어로는 우울감 정도인 먼데이 블루(monday blue)로 표현한다.영국의 어느 대학 조사에 따르면 스트레스에 대항하는 호르몬이 토·일요일 보다는 월~목요일 기간에 더 많이 분비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평일 업무 중 스트레스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어떤 이는 휴일이 끝나는 일요일 오후부터 무력감에 빠지는 일요병을 호소하는 사람도 있다. 스트레스가 안겨주는 증후군들이다.새 학기를 맞으면서 `새 학기 증후군`을 호소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한다. 새 학기 증후군은 방학을 신나게 보낸 아이들이 학교에 갈 시기에 갑자기 감기가 들거나 머리나 배의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다. 신학기 학업에 대한 부담감이 스트레스로 작용한 탓이라 한다. 부모들의 따뜻한 관심과 애정이 필요한 때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3-12

`펜스 룰` 논란

과전이하(瓜田李下)는 중국 고전에 등장하는 시구(詩句)에서 유래한 말이다. 과전불납리(瓜田不納履) 이하부정관(李下不整冠)을 줄인 말이다. 외밭에서는 신을 고쳐 신지 말고 오얏나무 아래에서는 갓끈을 고쳐 쓰지 말라는 뜻이다. 군자는 불필요한 행동을 해서 다른 사람들의 오해를 받아서는 안 된다는 세상을 처신하는 군자의 올바른 몸가짐을 가르치는 교훈적 용어다.남녀칠세부동석(男女七歲不同席)은 일곱 살이 되면 남녀가 한자리에 앉지 않는다 뜻이지만 이때부터 남녀가 엄격히 구별돼야 할 나이가 됐음을 가르치는 말이다. 이 말은 유교사상이 강했던 조선시대에 와서는 남녀가 자리를 같이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받아져 남녀 간에 밥상도 함께 하지 않았다고 한다. 부부유별(夫婦有別)이나 장유유서(長幼有序)처럼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부부와 남녀 간에는 물론이요, 군자의 처세에 이르기까지 지켜야 할 엄격한 사회 법도가 있어왔다. 전통적 유교사상의 영향으로 지금의 시각에서 본다면 고리타분한 측면도 없지는 않다.그러나 우리사회가 지켜야 할 최소한 법도에 대한 선조들의 지혜를 한번쯤 되새겨 보는 것도 복잡한 요즘 세상사는 방법이 된다.성 폭력 피해를 고발하는 미투(me too·나도 당했다)운동을 보면서 우리사회가 이 운동을 얼마나 슬기롭게 수용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쏠리는 요즘이다. 여성에 대한 사회의 편견이 바뀌고 양성평등의 새로운 전기가 만들어 지도록 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몫이다.미투운동의 반작용으로 등장한 펜스 룰(pence rule)이 네티즌 간 논란이다. “아내가 없는 자리라면 다른 여성과는 일체의 술자리를 갖지 않는다”는 미국 펜스 부통령의 발언에서 따온 이 말이 남성들의 미투 방어용 처세술로 등장하면서 새로운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직장 내에서는 여성과의 동행 출장 거부나 여직원을 뺀 회식하기 등이 등장해 오히려 남녀 간 갈등이 커진다는 지적도 있다.`과전이하`는 군자로서 올바른 처세의 원칙을 가르친 말이다. 과도한 여성경계 태도가 미투의 근본적 해법이 될 수는 없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3-09

정치인의 이미지메이킹

선거철이 다가오면 표를 얻어야 하는 숙명에 처한 정치 후보자는 좋은 이미지 창출에 목을 멘다. 정치 후보자의 좋은 이미지란 바로 유권자들이 바라는 능력과 자질에 대한 욕구를 충족하고 확신시키는 데서 형성된다. 정치 후보자의 이미지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도 않고 또 형성된 이미지는 좀처럼 바뀌지도 않는다. 또한 정치 후보자의 크고 작은 삶의 모습, 일거수일투족이 모두 다 이미지에 영향을 미친다. 좋은 이미지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삶을 세심하게 다듬고 가꾸어 나가야 한다. 이미지메이킹은 기본적으로 긍정적 이미지를 유지·강화하면서 부정적 이미지는 제거·축소·완화·통제하는 것을 의미한다.정치 후보자가 좋은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는 많은 스킬이 필요하다. 우선 선거 캠페인 초반의 인상이 중요하다. 주요 이슈의 바른 입장을 강하게 주장하거나 옹호해 이슈를 선점해야 한다. 즉, 주요 이슈들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파악해 상대방 후보자에 앞서 바른 방향에서 정의해야 한다. 이슈를 선점해 상대방을 수세에 놓거나 뒤따라오도록 해야 한다. 또 정치 후보자의 옷차림은 방문하는 시간, 장소, 유권자에 부합해야 한다. 유권자와 접촉할 때는 남의 말을 열심히 들어 주는 자세를 취해야 그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남에게 설교하고 가르치려 해선 안 된다. 올바른 방법으로 악수하며 가능한 한 많은 유권자와 개인적으로 접촉해야 한다. 어떤 장소에서든 짧게 많은 사람과 악수하고 대화하도록 한다. 악수를 잘 하려면 악수의 네 가지 요소인 악력, 눈 맞춤, 손 흔들기, 대화를 올바르게 사용해야 한다.정치인의 이미지 메이킹이 어려운 것은 나쁜 이미지는 좋은 이미지에 비해 쉽게 형성된다는 점 때문이다. 또 좋은 이미지도 방심하면 순식간에 나쁜 이미지로 바뀔 수 있다. 후보의 신중하지 못한 처신 등으로 구설수에 오르내리는 정도라면 모르지만 `미투운동`의 타깃이 되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는 해명이나 변명, 항변의 기회를 얻기 힘들고, 설령 무고하다 한들 이미 선거가 끝난 뒤가 되기 때문이다. 세상 일은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함께 존재하는, 양면성을 가진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8-03-08

노인세대의 파워

우리나라에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가 있다면 일본은 `단카이 세대`가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7년~1949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다. 약 800만명 정도다. 이들 세대는 급격한 인구증가로 진학, 취업, 혼인, 주택 등 각종 사회문제에 대해 매사에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 성장한 세대다. 결과적으로 이들의 경쟁이 일본 경제를 고도로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됐다.최근 산업연구원(KIET)이 `우리나라 고령층의 특징과 소비구조 변화`에 대한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베이비 붐 세대를 중심으로 한 고령층의 소비가 2020년부터 양적 팽창과 함께 질적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측했다. 2020년은 베이비붐 세대가 본격적으로 연금을 수령하는 시기다. KIET는 “앞으로의 고령층은 학력이 높고 문화적 개방도가 높으며 개인적 성향이 강해 취미와 건강관리 등 자신을 위한 소비에 적극적인 성향”이라고 분석했다. 따라서 “고령 친화산업이 성장하고 고령층이 내수를 주도하는 핵심 소비층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지금 한국의 베이비붐 세대를 시작으로 한국사회에서 노령층의 영향력이 크게 달라질 수 있음을 예측한 조사여서 주목받을 만한 내용이다.특히 이 보고서는 향후 우리나라 고령사회에 베이비붐 세대(약 700만명)에 이어 포스트 베이비붐 세대(1964~1974년)까지 가세된다면 한국내수시장의 판도를 크게 바꿀 것이라 전망했다. 포스트 베이비붐 세대의 인구 규모는 956만명으로 베이비붐 세대보다도 크다.2013년 일본 단카이 세대가 포함된 60~69세 가구의 소비 증가율이 2.7%였다. 일본 전체 소비증가율 1.1%보다 훨씬 높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일본 고령세대 소비가 일본 전체 가계 소비액의 40%를 넘어섰다고 한다. 일본 노인들의 파워가 느껴지는 대목이다.KIET 조사에서 한국사회도 노인 세대의 영향력이 점차 커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베이비붐 세대가 그 출발점에 섰다. 더 이상 뒷방 늙은이가 아닌 노인들의 당당한 삶이 시작된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3-07

깡통전세와 전세금 반환보증

대구·경북 등 지방 주택시장 침체와 아파트 입주 급증 등으로 `깡통전세` 우려가 부동산시장을 강타하고 있다. 깡통전세는 집값이 주택담보 대출금과 전세 보증금을 합한 금액이하로 떨어지는 것을 말한다. 이럴 경우 세입자들은 집주인에게서 전세보증금을 제때에 돌려받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을 느껴 전세금 반환보증상품의 가입을 서두르게 된다.`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은 집주인이 보증금 반환을 거부하거나 집값 하락, 집주인의 과도한 빚 등으로 세입자가 보증금을 돌려받기 어려울 때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집주인 대신에 전세금 반환을 책임져주는 상품이다. 한마디로 전입일자나 확정일자만으로 전세금 전액을 쉽게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만들어낸 보험상품으로, 최근 보증가입대상 한도액이 수도권은 7억원, 비수도권은 5억원까지 늘어나 더 큰 인기를 끌고있다. 실제로 지난 해 한해동안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가입건수를 보면 4만3천여 건, 금액으로는 9조4천여 억원에 달한다. 이는 그 전해 가입건수 2만4천여 건, 금액5조 1천여 억원에 비해 대폭 급증한 수준이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전세금 반환보증 가입자 수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이는 최근 몇년간 전세를 끼고 여러 채의 집을 사는 `갭투자`가 유행했는 데, 집값이 떨어지면 캡투자자들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강도 높은 부동산 규제와 함께 입주물량 증가로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역전세난까지 겹치면서 전세금 반환보증 상품의 필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 특히 아파트 매매값과 전셋값이 함께 하락하는 지역에서는 이같은 불안감이 더욱 크다.한국감정원은 올들어 경북지역의 아파트 매매값과 전세값이 동반하락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부동산 투기를 막고, 서민들의 주거안정에 도움이 될 지 아직은 확신하기 힘들다. 다만 갭투자가 적지않은 상황에서 `깡통전세`나 `역전세난`이 닥칠 경우를 대비해 세입자의 전세금 반환을 담보하려면 전세보증금 상환보증 상품 가입을 적극 검토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8-03-06

대구 근대역사 길 걷기

서울을 중심으로 시작된 3·1운동은 대구에서는 일주일 뒤인 3월 8일 거사가 일어난다. 서울에서 3·1운동이 비밀리에 준비되고 있을 때 대구에서는 기독교 유지를 중심으로 독립운동을 준비했다. 일본 순사의 경계를 피해 많은 사람이 모여야 했기에 토요일이면서 대구 최대 시장인 서문시장 장날인 토요일(3월 8일)을 선택했다.기독교 인사들과 계성학교, 대구고등보통학교, 신명여학교 학생과 교사가 중심이 돼 전개됐다. 학생들은 일본순사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교복 대신 장사꾼 복장으로 갈아입고 장터로 나섰다. 지금 대구시 중구 동산동에 있는 90개 계단으로 이뤄진 `3·1운동 길`은 당시 학생들이 거사를 준비하며 다녔던 길이다. 서문시장에서 만세를 외친 사람이 1천명을 넘었다. 운동에 참여한 157명이 일본 순사에 체포되고 그 중 76명이 형을 선고 받았다.90계단 길에서 제중원(현재 동산의료원)을 거쳐 서문시장으로 이어지는 이곳에는 당시 기독교 전파를 위해 한국에 왔던 선교사들이 살던 집들이 남아 있다. 가곡 `동무생각` 속의 청라언덕도 만날 수 있다. 대구의 몽마르뜨 언덕이라 부른다. 작곡가 박태준 선생이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한 이곳은 3·1운동의 역사가 스며있는 곳이다.100년 전 대구에 처음 들어 와 대구를 사과나무 고장으로 알렸던 사과나무가 보존돼 있다. 독립유공자를 기리는 독립 유공자 명패도 보인다.90계단 길을 따라 내려오면 길 건너 편에 우뚝 선 성당을 마주하게 된다. 우리나라 3대 성당의 하나인 계산 성당이다. 서울의 명동 성당처럼 대구가톨릭 역사를 대변한다. 그곳을 따라 걷다보면 독립 운동가이며 민족시인인 이상화 선생의 고택을 만나 볼 수 있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는 시를 통해 국가를 잃은 우리 민족의 설움과 분노를 표현한 그분이 태어났던 생가다. 대구시민의 서명으로 생가는 간신히 보존될 수 있었다. 3월 8일은 대구시민이 일제의 침탈에 항거해 독립만세를 처음 부른 날이다. 3·1절의 의미를 대구의 근대 역사 길에서 찾아보는 것도 좋겠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3-05

봄(春)

오는 6일은 24절기 중 세 번째 절기인 경칩(驚蟄)이다. 동지 이후 74일째 되는 날이다.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날로 동면하던 벌레들이 땅속에서 나오기 시작한다는 뜻이다. 우리 선조들은 이때쯤 되면 개구리 알을 찾아 잡아먹기도 하고, 고로쇠나무 수액을 마셔 몸을 보신했다. 겨울철 움츠렸던 몸을 추슬러 농번기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우리나라 매실 주산지인 경남 하동에는 벌써부터 매화가 꽃망울을 터트렸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3월 중순에는 만개할 것이라 하니 또다시 봄은 우리 곁으로 오는 모양이다. 잎보다 꽃이 먼저 피는 매화는 봄을 알리는 전령사다. 꽃이 일찍 핀다하여 조매(早梅), 추운 날씨에 핀다고 동매(冬梅), 눈 속에 핀다고 설중매(雪中梅)라고도 불린다. 우리나라 선비들이 유난히 좋아했던 꽃이다. 추운 날씨에도 굳게 피어나는 기개와 은은하게 배어나는 향기 때문이다.이제 얼어붙은 땅이 녹기 시작하면서 봄을 알리는 꽃들의 향연도 머잖아 열리게 된다. 노란 개나리와 연분홍 미선나무와 살구나무, 왕벚나무, 분홍색의 진달래 등 한국을 대표하는 봄꽃들이 자태를 드러낼 것이다. 유난히 추웠던 올 겨울의 기억들은 어느 듯 사라지고 말 것이다.봄은 꽃들에서만 오는 것은 아니다. 우리 생활 곳곳에서 봄의 기운을 느낀다. 사람들의 옷차림에서도, 식단의 반찬에서도, 거리의 표정에서도, 내 이웃의 얼굴에서도 우리는 봄을 만날 수 있다. 이해인 수녀는 `봄이 오는 길목에서`란 제목의 시에서 봄이 왔음을 이렇게 표현했다.“하얀 눈 밑에서도 푸른 보리가 자라듯 삶의 온갖 아픔 속에서도 내 마음엔 조금씩 푸른 보리가 자라있었구나…”라고 숨어 있던 내 마음속의 봄의 존재를 일깨워 주었던 것이다.봄은 사계절의 첫 번째이면서 만물이 소생하는 새로운 생명의 계절이다. 그래서 봄은 늘 희망과 미래를 상징한다. 엄동설한의 겨울을 참고 견디어 냈던 생명력에 대한 경이로움의 표시런지도 모른다. 또다시 맞이하는 봄이지만 여전히 반갑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3-02

망월(望月)

1969년 7월 20일 아폴로 11호가 인류 최초로 달 착륙에 성공했다.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됐다. 수천 년 간 인류의 신비와 동경의 대상이었던 달이 과학에 의해 점령되던 날이었다. 당시 우주선을 탔던 `닐 암스트롱` 선장은 “한 인간에게는 한 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위대한 도약”이라고 소감을 말했다. 인류의 오랜 동경의 세계에 첫발을 내디딘 그의 말에서 우리는 달의 신비가 조금이나마 벗겨지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도 느꼈다.달은 지구 주위를 돌고 있는 위성으로 지구와 가장 가까운 천체다. 지구로부터 거리는 약 38만 4천km로 지구에서 태양까지 거리의 400분의 1이라 한다.2009년에는 미국 나사(NASA)가 달의 남극 부근에 충돌을 일으켜 달에도 물의 존재가 있음을 확인했다. 앞으로 달에 대한 인류의 도전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그만큼 인류가 가진 달에 대한 낭만도 예전 같지는 않을 것이다.먼 옛날에는 달 속에 계수나무가 있었고 옥토끼도 살았다. 이태백이가 놀던 달에 양친 부모 모셔 천년만년 살고 싶었던 곳이다. 노랫말뿐 아니라 달을 주제로 한 시조나 이야기도 수없이 많이 전해졌다. 우리 민족은 유난히 달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컸다. 전래 풍속에서 우리는 그것을 만나볼 수 있다.보름달을 만월(滿月) 또는 망월(望月)이라고도 부른다. 휘영청 밝은 대보름달은 세상 구석구석을 밝혀 어둠을 물리친다고 믿었다. 모든 부정과 사악함이 달을 통해 빌면 사라져 정화될 것이라 믿었다.우리의 정월 대보름이 설 명절만큼이나 큰 명절로 이어져 오는 것도 달에 대한 동경심과 신비로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8월 보름날인 추석도 수확의 고마움을 기리는 전래 행사다.한해의 편안함을 기원하는 우리의 명절이 과학의 힘으로 정체가 드러나더라도 우리에겐 낭만과 신비가 숨겨있는 보름달로 기억되면 좋겠다. 대보름날 오곡밥도 지어먹고 부럼도 깨고 귀밝이 술도 먹는 여유가 필요하다. 이번 대보름날 달집태우기 구경이라도 가보자./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2-28

블로그마케팅

블로그마케팅은 한마디로 블로그를 활용해 제품이나 서비스를 홍보하는 마케팅기법을 말한다. 블로그(blog)는 인터넷을 뜻하는 `웹(web)`과 자료를 뜻하는 `로그(log)`의 합성어인 `웹로그(weblog)`의 줄임말이다. `1인 미디어`라고도 불리는 블로그를 이용한 블로그마케팅이 인기를 끄는 것은 인터넷의 발달과 쌍방향성의 강화로 인해 1인 미디어인 블로그가 신개념의 소통수단으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블로그를 활용한 마케팅 방식은 의외로 간단하다. 블로거들이 주로 자신의 관심사에 따라 모인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블로거들에 의하여 입소문이 나고 좋은 인식이 형성되면 홍보효과가 커진다. 즉, 타깃 마케팅이 가능해 비용대비 효과가 크다는 장점을 가진다. 이들을 통해 형성된 제품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이 입소문을 내고, 이러한 반응을 통한 제품 홍보효과는 일반 광고를 통한 파급효과보다 크다는 것이다. 블로그마케팅은 고객들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찾을 때 어떤 키워드를 검색하는 지, 고객이 검색하는 단어를 많이 알아두고 그 키워드에 블로그 컨텐츠를 노출시키는 데서 출발한다. 또 키워드를 검색한 고객은 노출된 컨텐츠를 살펴보기 시작할 때 상단에 있는 콘텐츠부터 보기 때문에 자신의 콘텐츠가 상단에 노출되도록 해야 고객들의 눈에 띄기 쉽고, 고객이 클릭할 확률도 높아진다. 이때 블로그탭에서 첫번째 페이지, 혹은 1~5위권안에 노출되는 것을 `상위노출`이라고 하는 데, 고객들은 상위노출된 글 중 제목과 섬네일 이미지 등을 확인해 본인이 찾고 있는 글이라고 판단될 때 클릭해서 보게 된다. 또 아무리 상위노출됐다 해도 블로그 글 내용이 성의가 없으면 고객에게 좋은 이미지를 남길 수 없고, 매출로 연결되기 어렵다. 블로그에 글을 쓸 때는 해당 주제에 관해 고객이 궁금해하는 정보를 최대한 자세하고 친절하게 작성해야 한다. 특히 블로그 콘텐츠를 통해 상품이나 서비스를 알게된 고객은 사용 후기를 찾아보는 데, 실제 이용한 사람들의 후기나 평가는 큰 역할을 하게된다. 그래서 오랜 기간 좋은 평가를 받은 블로그가 위력을 발휘하는 것은 신뢰의 힘을 쌓은 파워블로그의 당연한 권리행사일지도 모른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8-02-27

문화의 힘

세계인이 바라보는 한국의 대표 문화콘텐츠는 무엇일까. 근대사적 관점에서 보면 한류(韓流) 열풍을 쉽게 손꼽아 볼 수 있다. 이를 좀 더 구체화 시킨다면 케이팝(k-pop)이나 한류 드라마 등이 아닐까 싶다. 케이팝은 넓게는 한국의 모든 대중음악을 통칭하는 표현이다. 그러나 해외에서 널리 보편화된 케이팝의 명성은 2000년대 중반 이후다.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한국의 대중가요를 즐기기 시작한 것을 케이팝의 원류로 보는 것이다. 2005년 일본에서 `보아` `동방신기` 등이 `오리콘 차트` 상위권을 선점한 것이 계기가 된다고 본다. 케이팝의 다양한 장르 중에서도 세계의 젊은이 사이에서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단연 `아이돌 그룹`의 음악이다.평창 동계 올림픽 폐막식에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딸이자 백악관 보좌관인 이방카가 한류를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청와대 만찬에 참석한 그녀는 “자신의 아이들에게 케이팝(동영상)을 보여줬더니 매일 댄스 파티를 벌이고 있다”고 했다. “이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쳐 한국을 방문토록 하겠다”고도 말했다.각국이 가진 문화는 그 특성에 따라 외교적 관계에서 매우 유용한 매개 역할을 한다. 어느 한국전문사이트가 미국인 1천5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보니 응답자의 41%가 “케이팝과 한국 드라마를 보고 한국어를 배운다”고 했다. 또 26%가 한국음식을 맛보게 됐고 16%는 “한국제품을 구입하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대중문화를 통한 국가에 대한 호감이 생활문화로 이어지는 현상이다. 나라가 보유한 문화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대목이다.평창 동계 올림픽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우리고장 출신의 컬링선수를 두고 외신들이 올림픽의 `케이팝 스타`라 했다. 케이팝을 한국문화의 일반적 특징으로 이해하는 모습이다.한국에 K팝이 있으면 일본에는 J팝이 있고 중국에는 C팝이 있다. 국가 간 문화 경쟁도 치열하다. 국가를 대표할 문화의 힘을 키워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2-26

선거와 무상(無償)복지

옛날 어느 나라 왕이 늙고 병들어 왕위를 물려주어야 할 때가 됐다. 그러나 평소 공부를 싫어했던 왕자에게 지식을 물려줄 궁리로 학식이 높은 부하 선비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한권의 책에 세상의 지식과 지혜를 담아 오라고 했던 것이다. 선비들은 한권에 절대 담을 수 없다고 반대했으나 왕의 준엄한 명령을 거역 못해 한권의 책을 만들었다. 왕은 이마저 많다 싶어 이를 줄여 한쪽 아니 한 문장으로 만들라 다시 명령했다. 명령을 어기면 목숨을 뺏겠다고 했다. 목숨이 두려운 선비들은 머리를 맞대 이렇게 적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음력 윤달을 두고 우리 민족은 여럿 호칭으로 불러 왔다. 공달, 남의 달, 가웃달, 그저 달, 덤 달, 여벌 달, 우외 달, 없는 달, 공짜 달 등 정말로 다양하다. 윤달은 태음력에서 계절의 추이를 맞추기 위해 평년의 12개월에다가 한 달을 더 보탠 달을 말한다. 호칭에서 느끼듯 윤달은 그저 생긴 달이라 하여 이달에는 무슨 일을 하던 재앙이 따르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 속담에 “윤달에는 송장을 거꾸로 세워 놓아도 아무 탈이 없다”고 했다. 동서고금을 통틀어 공짜 싫어할 사람 있을까 만은 따지고 보면 공짜도 경계해야 할 이유가 많다.“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고 하지만 공짜를 좋아하다가 패가망신하는 경우도 살면서 종종 본다. 세상의 일은 노력하는 만큼의 댓가가 발생하는 것이다.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무상복지를 둘러싼 논란이 또 등장했다. “복지냐 포퓰리즘이냐” 유권자들이 냉정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경기도 광명시가 전국 최초로 중고교 신입생에게 교복비를 무상으로 지원키로 했다. 덩달아 경기도내로 확산돼 내년에는 도내 전학교가 교복무상 지원을 받을 전망이다. 서울시도 청년수당 대상을 올 4월부터 2천 명 더 늘렸다. 성남시는 도시개발 사업으로 생긴 이익금을 시민배당으로 되돌려 준다고 했다. 재정 여력이 좋은 지자체에서 시작된 무상복지에 대해 재정이 취약한 지방의 자치단체는 어떤 생각일까. 무상복지, 꼭 선거 앞에 해야 하나./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2-23

범프 스탁 규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범프스탁(bump-stock)을 규제하는 행정각서에 서명했다고 한다.`범프스탁(bump-stock)`은 방아쇠를 당길 때마다 1발씩 발사되고 재장전되는 반자동 방식의 총에다 설치할 경우 방아쇠를 누르고만 있어도 1분당 400~800발의 완전자동 사격이 가능해지는 기계장치를 가리킨다.미국에서 이처럼 총기규제 목소리가 커진 것은 지난 14일 플로리다주 한 고교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 이후부터다. 미국 플로리다주 마조리 스톤맨 더글러스 고등학교에서 퇴학당한 남학생이 반자동 소총을 난사해 17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다. 미국은 과거에도 여러차례 총기 난사 사건이 있었고, 그 때마다 총기 규제 강화 여론이 들끓었지만 그때 뿐이었다. 실질적인 정치권의 움직임이나 정책 변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취임 이후 총격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그 원인을 느슨한 총기 규제보다 총격범의 `정신 건강` 문제로 지목해 학생들의 분노를 샀다.미국, 그중에서도 특히 플로리다주는 총기 소지나 구매에 관한 한 남용에 대한 부작용보다 `자기방어`와 `무장의 자유`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현행 플로리다주 총기 구매 규정에 따르면 권총은 21세이어야 구매가 가능하지만, 반자동 소총은 18세 이상이면 살 수 있다. 권총은 구매 전 3일 동안 대기 기간을 거쳐야 하지만 반자동 소총은 중범죄나 가정폭력 유죄 평결 기록이 없고, 정신과 상담을 받겠다는 서약만 하면 누구나 총기상에 들어가 몇 분만에 살 수 있다. 총기소지 또한 자유롭다. 공개된 상태(open carry)로는 갖고 다닐 수는 없지만 보관함 등에 가려진 채로 소지하고 다니는 것은 허용된다. 박스에 넣어 차량에 싣고 다닐 수도 있고, 주립공원 등에도 가방 등에 넣어 소지할 수 있다.총기사고로 인한 총기규제 강화시위와 미 정부의 무신경한 대응태도가 숨바꼭질하듯 되풀이되는 걸 보노라면 우리 정치의 고질적인 정쟁을 지켜보는 듯한 기시감에 사로잡히게 된다. 그러니 이 대목에서 “바보야, 문제는 총기 자체야”라고 콕 꼬집어 말하고 싶은 것은 정의감일까, 오지랖일까./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8-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