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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소풍이 즐거우려면

수행을 통해 높은 인격에 도달한 스님 한 분이 있습니다. 사심과 물욕 없는 고결한 삶을 추구합니다. 그분 소유는 딱 하나. 난초였지요. 소박한 거처에 생명이라고는 자신과 난초뿐, 온 정성 다해 돌봅니다. 여름이면 그늘을 찾아 부지런히 옮겨 주고 겨울에는 떨면서도 실내 온도를 높이지 않았습니다. 난초들은 이른 봄이면 은은한 향과 연둣빛 꽃을 피워 스님을 설레게 했고 잎은 초승달처럼 항상 청청했습니다. 다래헌을 찾은 손님들은 한결같이 난을 보고 좋아했지요.여름 날 잠시 외출한 스님. 눈부신 햇볕이 쏟아져 내리고 개울물의 소리와 숲의 매미들이 목청을 한없이 돋우는 순간 깨닫습니다. 난초를 뜰에 내 놓은 채 그냥 외출해 버렸다는 것을. 초조해지기 시작합니다. 햇볕이 돌연 원망스러워지고, 난초가 어른거려 지체할 수 없었습니다. 만남도 허둥지둥 마치고 급히 돌아옵니다. 아니나 다를까 난초 잎은 축 늘어져 있습니다. 급히 샘물을 길어 축여주니 겨우 고개를 들었지만, 어딘지 생생한 기운이 빠진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그날 밤. 스님은 깨닫습니다. 집착이 괴로움에 다르지 않다는 것을. 자신이 난초에 집착하고 있음을 발견합니다. 결심하지요. 이 집착에서 벗어나기로. 산방에 올라온 친구에게 이 난초를 맡깁니다. 횡재에 친구 얼굴이 환해집니다. 스님 마음도 환하게 밝아옵니다. 아쉬움 보다 해방감을 느낍니다. ‘무소유’로 잘 알려진 법정 스님 일화입니다. 스님은 이 사건 이후 하루에 한 가지 자신의 소유를 버리겠노라 다짐합니다.출판사 편집장으로 일하는 사사키 후미오 씨는 1년 동안 자신의 소유물 95%를 처분합니다. 11년 정든 집을 팔고 6평 조그만 원룸으로 거처를 옮깁니다. 이삿짐을 싸는 데 30분 걸렸다고 하죠. “물건이 줄어드는 것만큼 마음이 풍요로워지기 시작했어요. 소유물이 줄어들면 줄어들수록 몸과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책 읽기도 글쓰기도 훨씬 더 많은 시간 할애할 수 있게 되었어요. 신기한 일입니다. 이제 이삿짐 꾸리는 시간을 15분으로 줄이는 게 제 목표입니다.”끊임없는 덧셈만이 삶의 지름길이라 착각하게 만드는 자본주의 사회의 과잉 소비 조장 풍조에 속지 않고 불필요한 것들을 일절 소유하지 않기로 결단하는, 소박한 행복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음은 반가운 현상입니다. 소풍은 두 손이 가벼워야 행복합니다. 인생 소풍이 진정 아름답기 위해 올해는 무엇을 버릴 것인가, 그대와 함께 고민하는 날 많아지기를! /인문학365 대표

2019-01-31

어불성설(語不成說)

“세 번을 신중히 생각하고 말을 하라”는 삼사일언(三思一言)의 교훈은 몇 백번 되새겨도 지나치지 않다. 사람이란 본래 완벽하지가 않아 누구나 실수를 범하기가 쉽다. 특히 말로 하는 실수는 돌이킬 수가 없기에 세 번을 생각하고 한번을 말하라고 가르치고 있다. 그것이 공인(公人)이라면 두말할 것도 없다.중국 당나라에서 관리를 등용하는 시험의 기준으로 삼았던 신(身) 언(言) 서(書) 판(判) 네 가지 중 말씨(言)가 포함돼 있다. 용모와 글씨와 판단력과 함께 관리가 지켜야 할 품격으로 언변을 중요한 덕목으로 삼았다. 말에는 신중함과 품위, 정직함이 있어야 하므로 관리가 될 사람의 덕목으로는 당연하다.말을 잘못하여 어려운 일을 겪게 되는 경우를 구설수(口舌數)에 오른다고 한다. 설화(舌禍)는 혀를 잘못 놀려 당하는 화라는 뜻이다. 또 사람의 언변이 좋을 때 비유하는 말로 삼촌설(三寸舌)이라는 표현을 쓴다. 세 치의 혀라는 뜻이다. 모두 사람 입안에 있는 혀를 두고 나타낸 표현들이다. 비록 세치의 짧은 혀지만 잘 간수하고 신중하게 놀려야 한다는 의미다.“혀 밑에 도끼가 있다”는 우리 속담은 말이 재앙을 불러올 수 있음을 경계한 말이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처럼 말은 쓰기에 따라 돌아오는 반응도 여러 갈래다. 서양 격언에도 침묵이 금이다”고 했다. 동서양 할 것 없이 말에 대한 신중함을 경고한다. 불교에서는 구업(口業)이라 하여 사람이 입으로 저지르는 죄업을 이렇게 불렀다. 남을 욕하거나 속이는 말이 이에 해당하며, 남을 이간질을 하거나 요망한 말로 현혹시키는 것도 구업이라 한다.대통령을 측근에서 보좌하는 청와대 경제보좌관이 구설수에 올라 사표를 내고 말았다. 사표라지만 사실상 문책성 인사로 보인다.그가 조찬 모임에서 던진 말이 기 막힌다. “50, 60대는 조기 퇴직했다고 할 일없이 산에만 다니지 말고 동남아로 떠나라”란다. 도대체 대통령을 보좌한다는 사람의 발언이라고 믿기지 않는다. 어불성설(語不成說)이 이런 때 쓰는 말이다. 말은 그 사람의 생각이요 인격이라 했다. 삼사일언의 교훈을 되새겨야겠다. /우정구(논설위원)

2019-01-31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청소

마르가레타 망누손은 스톡홀름에서 패션광고 디자이너로 일하다가 출산 후 프리랜서로 그림을 그립니다. 그녀는 최근 가까운 친정과 시댁 어머니 두 번의 죽음을 연달아 경험하지요. 가족들과 집을 정리하다가 친정 어머니 물건에 메모가 붙어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버릴 것, 벼룩시장에 내다 팔 것, 자선단체에 기부할 것 등 꼼꼼한 요청이었습니다. 연달아 시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물건 정리가 다 끝난 후 그녀에게 한 가지 생각이 떠오릅니다. “왜 죽은 다음에 물건을 타인이 정리해야 하는 거지?” 살아 생전 스스로 데스 클리닝을 해 보리라 결심합니다.모리 슈워츠 교수는 루게릭 병 초기 증세로 거동이 불편한 상태였습니다. 브렌다이스 대학 동료 교수가 심장 발작으로 세상을 떠납니다. 힘겹게 장례식에 다녀온 후 모리 교수는 어두운 표정으로 말합니다. “모두 부질없는 짓이야! 다들 고인을 칭찬해 주었지만, 정작 죽은 사람은 한 마디도 듣지 못했으니 말이야.” 자신도 병이 깊어지고 더 이상 외출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모리 교수는 한 가지 기발한 생각을 떠올립니다. 부랴부랴 몇 군데 전화를 걸지요. 날을 정해 사람들을 초대합니다. 어느 쌀쌀한 일요일 오후 집으로 친구들과 가족들이 모입니다. ‘모리 슈워츠의 생전 장례식’.죽은 뒤에 치를 장례식을 미리 앞당겨서 자신이 살아 있을 때 치른 것이지요. 참가자들은 모두 한 마디씩 하며 모리 교수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눈물 흘리는 사람, 환하게 웃는 사람, 시를 손수 지어와 읊어준 사람. 모리 교수는 그들과 함께 울고 웃습니다. 가슴에 묻어만 두고 하지 못했던 말들을 모리 교수는 이날 다 쏟아냅니다. 생전 장례식은 모두에게 큰 감동과 울림을 주었습니다.삶을 어지럽히고 복잡하게 만드는 물건들, 관계들, 경험들. “만약 내일 내가 죽는다면?” 이 근본적인 질문 앞에 진지하게 대답하는 자세로 오늘 하루를 살아낼 수 있다면, 우리 눈이 밝아져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 분별하며 살 수 있겠지요. 고전을 손에서 놓지 않는 이유는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계속 질문해 주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은 어떻게 죽을 것인가와 다르지 않습니다.1월의 마지막 날, 한 번 팔 걷어 부치고 함께 묵은 것들을 비워내는 대 청소를 시작해 보면 어떨까요? 누군가의 손에 의해 버려지고 소멸되는 인생이 아니라, 스스로 앞당겨 대 청소를 시작하며 인생을 돌아보는 지혜가 그대와 나의 삶을 한 뼘 풍요롭게 하지 않을까요? /생각학교ASK 대표

2019-01-30

사회적 대화의 함정

사회적 대화는 경제주체들이 한데 모여 경제, 사회, 복지 등 다양한 쟁점을 논의한 뒤 포괄적인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을 뜻한다. 보통 노사정 대화와 같은 의미로 사용되는데, 여기서 노사정은 노동계와 경영계, 정부를 축약한 말이다.사회적 대화는 사회적 대타협을 목적으로 한다. 사회적 대타협의 대표적인 사례는 네덜란드 노사정 대표가 1982년 체결한 바세나르협약이다. 당시 노사정 대타협을 통해 △임금인상 자제 △노동시간 단축 △일자리 분배를 통한 고용 창출 △사회보장제도 개혁 등 78개 사항의 협약을 맺는 데 성공했다. 이에 따라 네덜란드는 최저임금과 공공부문 임금을 동결하고, 시간제 고용 확대를 통한 일자리 나누기 방식을 도입했다. 그리고 정부가 재정 및 세제로 이 협약을 지원한 결과, 네덜란드는 재정안정과 고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우리나라에서는 탄력근로 확대, 최저임금 개편, 국민연금 개혁,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등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서는 과제들이 산적해 사회적 대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하지만 사회적 대화가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개혁과제를 다루는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민노총이 경사노위 불참을 결정하고, 한국노총도 31일 경사노위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문재인 정부가 노동계로부터 대화 거부의 부메랑을 맞은 셈이다.경사노위가 삐걱 거리면서 사회적 대화 무용론과 함께 폐지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즉, 현재의 사회적 대화는 국민의 결정이 아니라 경사노위 합의를 빌미로 정치투쟁을 선동해 국가의 정잭결정 과정이 왜곡되고 결국 사회적 갈등도 해결할 수 없고, 지난 20여년 동안 성과도 미진한 만큼 이제 폐지를 생각해봐야 할 때라는 것이다. 사회적 합의라는 게 당사자들의 자발성과 필요성이 없으면 성공한 사례가 없는데 지금껏 투쟁으로 모든 걸 얻어온 노동계가 협상으로 주고받는 사회적 합의에서 뭘 내놓기를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회적 대화에 집착하면 오히려 사회적 합의가 어려운 게 사회적 대화의 함정이 아닌가 싶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01-30

숲과 도시

숲의 도시라고 하면 유럽의 도시를 연상하게 된다. 유럽의 왕조시대로부터 내려온 전통적 정원문화가 보통 사람에게는 매우 인상적으로 기억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의 많은 도시가 아름다운 것은 고색창연(古色蒼然)한 중세 문화 유적이 있기도 하지만 잘 가꾸어진 왕실 정원에서 풍기는 강열한 느낌이 잘 전해진 탓이기도 하다.오스트리아의 수도 빈을 숲의 도시라 부른다. 인구 200만 명 정도가 살고 있는 도시로, 면적의 28%가 공원이며 17%가 숲이다. 숲속에 주택이 자리를 잡고 숲과 주거지 사이에 포도밭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베토벤이 걸었다고 하는 ‘칼렌베르크 숲’으로 빈은 숲의 도시로 더 유명세를 타고 있다.영국의 하이드파크는 왕실 소유의 정원이 시민공원으로 개방된 사례다. 80개가 넘는 공원을 보유한 런던에서 가장 크고 유명한 도심공원이다. 160만㎡의 광대한 면적 속에 숲과 호수가 있는 평온한 자연의 휴식처다.시민의 휴식처인 하이드파크를 흉내 낸 뉴욕 맨해튼의 센트럴파크는 뉴욕의 허파 역할을 하고 있다. 맨해튼 한가운데 위치한 이곳은 뉴요커들의 힐링 장소다. 언제 어느 때나 여유와 휴식을 즐기는 뉴욕시민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는 장소로 미국을 대표하는 관광지로도 유명하다. 연간 4천만 명이 방문하는 도심공원이다. 최근 들어 도심의 숲이 뜨고 있다. 여름철에는 열섬현상 방지 효과가 있고, 요즘의 골칫거리인 미세먼지 방지에도 효과가 인증돼 도시마다 도시 숲 조성에 앞 다투고 있다는 소식이다. 산림청도 가로수 수종교체 등을 통해 도심 숲의 자체 정화 능력을 높이기로 하는 등 도심 숲 확대 정책을 펴고 있다. 경북도도 도내 34곳에 도심 숲 조성을 한다고 하니 우리의 도심들도 머잖아 숲으로 덮일까 기대가 된다. 잘 가꿔진 도시 숲은 최고의 공기청정기라고도 한다. 나무에서 나오는 피톤치드가 사람에게 흡수되면 인체의 신진대사를 활성화 시키는 등 산림치유 효과가 크다고 한다. 산림욕이 각광받는 이유다. 선진국의 대공원과 같은 도시 숲이 당장 나오기는 어려운 환경이지만 우리 실정에 맞는 도시 숲이 조성된다면 그나마 바람직한 일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19-01-29

저온화상

추운 겨울, 얼어붙은 손을 녹이기 위해 핫팩을 쓰거나 전기매트나 온수매트 등 온열기구가 많이 쓰인다. 이런 제품을 사용할 경우 비교적 낮은 온도에 장시간 노출될 때 발생하는 ‘저온화상’을 주의해야 한다. 영하의 실외에서 오랜시간 바깥 활동을 하다가 실내로 들어오면 따뜻한 아랫목부터 찾게된다.몸이 꽁꽁 얼었기에 온도가 높은 곳에 누워도 뜨겁다는 것을 잘 느끼지 못한다. 이때 얼었던 몸이 녹으면서 나른해져 잠이 드는 경우가 많은 데, 피부에 저온화상을 입을 우려가 있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사람의 피부는 단백질로 구성돼 있어 오랜 시간 열에 노출되면 변형이 일어난다. 끓는 물의 온도인 섭씨 100℃에는 닿기만 해도 화상을 입을 수 있고, 48℃에서는 5분, 50℃에서는 3분, 60℃ 이상에서는 8초 정도 노출되면 단백질이 파괴돼 변형이 일어나게 된다. 저온화상은 술에 취해 잠이 들거나 당뇨, 치매 등으로 몸의 통증에 대한 감각이 무뎌진 경우 저온에 수시간 동안 계속해서 노출되면서 발생하게 된다. 특히 핫팩은 보통 40℃에서 70℃까지 발열온도를 내는 데, 처음 개봉해서 흔들어 열을 내면 70℃ 가까이 온도가 상승했다가 차츰 낮아져 평균 40~50℃ 사이를 유지하게 된다.이 정도 온도에서는 화상을 입지 않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믿고 사용하지만 노출시간이 길어지면 문제가 된다. 40℃~50℃의 온도라도 2시간 이상 지속적으로 피부가 노출될 경우 피부 갚숙이까지 단백질 변성을 일으켜 저온화상을 입게 되기 때문이다. 피부손상이 누적되면 홍반, 수포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저온화상은 특성상 상처 면적은 좁지만 깊이는 깊다. 이 때문에 저온화상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의 80%가 피부 표피와 진피 모든 층이 화상을 입은 3도화상을 입은 것으로 나타난다.엉덩이나 허벅지와 같이 전기매트에 접촉하는 부위에 잘 생기고, 피부가 괴사해 하얀 색상을 띠게 된다. 이런 경우 피부이식 수술을 필요로 할 수 있다. 노인이나 어린아이의 경우 젊은 사람보다 피부감각이 둔하고 인지속도가 느려 저온화상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니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01-28

노인 연령기준

노인의 연령을 상향하자는 논의를 처음 내놓은 단체는 대한노인회다. 2015년 대한노인회는 줄곧 반대 입장에 있던 노인 연령의 상향을 공식적으로 공론화시키자는 의견을 내놓았다. 자신들의 기득권을 내려놓고 공론화에 앞장서겠다는 용기 있는 결단을 했다.우리나라는 1981년 노인복지법이 제정되면서 노인의 기준 연령이 65세가 됐다. 이를 기준으로 기초연금, 장기요양보험, 지하철 무임승차 등과 같은 각종 혜택을 부여한다. 왜 65세가 기준점이 됐는지는 자세한 설명이 없다. 아마 국제적으로 65세 이상이 노인 연령의 기준점으로 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한 것으로 짐작된다.그러나 한국인이 인식하는 실제적 노인 연령은 이보다 훨씬 더 높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7년 전국 65세 이상 노인 1만여 명을 대상으로 노인 연령에 대한 인지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의 86.3%가 노인의 기준 연령을 70세 이상으로 생각했다. 건강 상태가 좋아졌고 60세 정년으로 경제력을 해결하기가 힘들다는 것 등이 연령층을 높게 봐야 하는 이유였다.최근 복지부장관이 한 모임에서 노인 연령의 상향문제를 거론해 주목을 받았다. 그는 “급속한 고령화 사회 진입으로 한국사회는 사회복지 지출규모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더 늦추면 한국사회가 큰 충격을 받을 수도 있다고 했다. 한국은 지구상에서 가장 노령화가 빠른 국가다. 노인 문제에 대한 대책이 절실한 것은 누구나가 알고 있는 사회통념의 문제이다.대한노인회가 노인 연령의 상향 문제를 꺼낸 지 4년 만에 또다시 이 문제가 공론화장으로 나왔다. 공론화는 노인복지법 제정 당시 때보다 한국인의 기대수명이 6년이나 늘어난 사회적 배경도 작용했으나 국가 재정의 문제도 심각하다는 뜻이다. 노인 연령이 늘어난다고 노인 복지가 소홀해지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OECD 최악의 빈곤 수준에 처한 우리 노인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 있어야겠다. 이 시대 노인은 가난한 대한민국을 부자나라로 만든 산업화의 일등공신이다. 충분한 복지혜택 누릴 자격이 있는 세대라는 뜻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19-01-27

깡통전세 대처법

집값과 전세값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깡통전세가 문제다. 깡통전세는 집주인이 은행 대출금 이자를 계속 연체하면서 집이 경매에 넘어가 아파트에 전세로 들어간 사람이 전세보증금을 몽땅 날릴 처지에 놓어 있는 경우를 가리킨다. 특히 집값이 떨어지고 있는 지방에서는 전세금을 둘러싼 갈등이 꽤 많고, 수도권까지 퍼지는 분위기다. 서민들에게는 거의 전재산일 수 있는 소중한 전세자금을 보호하는 방법을 강구해놓을 필요가 있다.유일무이한 대처법이 전세금 반환보증 상품이다. 은행에서 판매하는 전세자금대출을 크게 주택금융공사(HF), 서울보증보험(SGI),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보증한다. 세입자가 반환보증이 포함된 전세대출을 받은 상태에서 전세 계약이 종료됐을 경우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더라도 세입자는 계약 종료 1개월 내 보증기관에 보증금을 반환해달라고 청구하면 100% 돌려받는다.반환보증은 대출과 상관없이 가입할 수 있는데, 최근 가입자가 급증하는 추세다. 가입할 수 있는 반환보증은 HUG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이나 서울보증보험의 전세금반환신용보험을 활용할 수 있다. 두 상품 모두 임대인 동의는 필요 없다.계약기간이 만료되면 HUG나 서울보증보험으로부터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전세금 하락이나 임대인의 신용 문제에 따른 경매처분에도 걱정 없다. 가입 대상은 아파트는 물론 단독, 다가구, 연립주택, 주거용 오피스텔 모두 가능하다. 전세계약 기간 절반이 지나기 전에 가입해야 한다.HUG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 대상 주택은 전세보증금이 수도권 7억 원, 수도권 외 5억 원 이하에 대해서만 가능하다. 요율은 아파트 연 0.128%, 기타 연 0.154%다. 따라서 전세보증금이 3억 원이라면 연간 보증료는 38만4천원 정도다. 서울보증보험 전세금반환신용보험은 아파트의 경우 전세보증금 제한이 없다. 일반주택은 10억 원 이하만 가능하다. 전세보증금이 7억 원 이하라면 HUG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이 유리하고, 7억 원을 넘는다면 서울보증보험의 전세금반환신용보험이 낫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01-23

불혹(不惑)

마흔 살의 나이로 접어든 사람을 우리는 중년이라 부른다. 이때가 되면 서른 살 때와는 다르게 스스로가 어른스러워지는 느낌이 든다. 인생의 성숙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인생의 마흔은 모든 것이 집결되는 인생의 절정기라 부른다.공자는 논어에서 나이 마흔을 미혹(迷惑)되지 않는 나이라고 말했다. 미혹은 무엇에 홀리어 정신을 못 차리는 상태를 이르는 말인데 마흔을 불혹이라 한 것도 여기서 나온 말이다. 인생의 중반에 들어서면 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미국 16대 대통령인 에이브램 링컨은 40세가 넘으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라고 했다. 얼굴은 그 사람의 인격과 삶을 반영하는 거울로 보기 때문이다. 인생 40년은 인생의 변곡점이자 성숙기라는 뜻으로 풀이되는 말이다.중년은 인생의 중반기로 접어드는 나이로 가정이나 사회적으로 그 역할이 주목을 받는 시기다. 국가적으로는 나라 경제의 중추적 기능을 맡아야 할 세대다. 뒤에서 쫓아오는 젊은 세대와 앞서 간 기성세대 사이에 가교 역할을 하는 세대이기도 하다. 가정에서는 가장으로서 역할과 주문이 더 많아진다. 개인적으로는 생의 한가운데 서서 자신의 지난 모습을 성찰하고 성숙한 삶을 꿈꾸는 나이다. 이렇듯 마흔의 나이는 전환기적 세대로서 고민과 갈등과 욕망이 꿈틀대는 때다.요즘 들어 진취적 40대가 늘고 있다고 한다. 노 모어 엉클(no more uncle)족이라 부른다. “더 이상 아저씨가 아니다”라는 말이다. 중년의 상징인 뱃살과 칙칙한 정장 차림을 과감히 거부한다. 권위적인 이미지를 버리고 자유로운 사고와 생활로 젊음을 추구한다. 가정에도 충실하다. 변화하는 불혹의 군단 모습이다.한국인의 평균 나이가 발표됐다. 총인구의 평균 나이가 42.1세로 2008년 이후 10년 사이 5.1세가 높아졌다. 공자의 표현을 빌리면 한국인의 평균 나이가 이립에서 불혹의 나이로 올라선 것이다. 노령화 현상으로 높아진 나이라 반가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신세대 중년처럼 세련된 한국인 40세가 됐으면 좋겠다./우정구(논설위원)

2019-01-22

예타면제 사업

예타는 예비타당성조사의 준말로, 국가 재정이 투입되는 대형 사업에 대해 경제성을 따지는 제도다. 사회간접자본(SOC), RD, 정보화 등 대규모 재정 투입이 예상되는 신규 사업에 대해 경제성, 재원조달 방법 등을 검토해 사업성을 판단하는 절차다. 선심성 사업으로 인한 세금 낭비를 막기 위해 1999년 도입했다. 타당성조사가 주로 기술적 타당성을 검토하는 반면, 예비타당성조사는 경제적 타당성을 주된 조사대상으로 삼는다. 또한, 조사기관도 타당성조사의 경우 사업 시행기관이 담당하는 반면, 예비타당성조사는 정부의뢰로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담당하며, 조사기간은 6개월(긴급사안은 3개월)이다. 하지만 2018년 4월 17일 기획재정부가 국가재정법을 개정하고, 이에 따른 후속조치로 당일부터 국가연구개발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과기정통부로 위탁했다. 국가재정법 38조에 따르면 총사업비가 500억원 이상이고, 국고 재정지원 규모가 300억원 이상인 신규 사업은 예타를 받아야 한다. 다만 지역 균형발전, 긴급한 경제·사회적 상황 대응 등을 위해 국가 정책적으로 추진이 필요한 사업은 예타 대상에서 제외한다. 공공건설사업의 경우에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해 타당성이 검증된 경우에 한하여 타당성조사·기본설계비→실시설계비→보상비→공사비의 순서로 예산을 반영하도록 돼 있다.이번 달 중에 정부가 전국 17개 시도를 대상으로 한 예타면제 사업을 신청받은 심사결과가 발표될 예정이어서 지방자치단체들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경북은 영일만횡단대교를 포함한 영덕∼울진∼삼척을 잇는 동해안고속도로를 1순위, 동해선복선전철사업을 2순위로 신청했고, 대구시는 산업철도선(서대구역~달성 국가산단)과 도시철도 3호선(범물 용지~수성알파시티~혁신도시) 등 2건을 제출했다.문재인 대통령은 광역별로 예타면제사업을 1건씩 선정하겠다고 밝혀 자치단체들 모두 한껏 기대에 부푼 상태다. 문제는 후유증이다. 예타 없이 마구잡이로 개발했다가는 혈세 낭비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포퓰리즘적 발상이란 지적도 있다. 모두가 만족하는 해법은 아무래도 찾기 어려운가 보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01-21

미세먼지 비상

한국의 겨울 날씨는 오래전부터 삼한사온(三寒四溫)으로 대표된다. 사흘쯤 몹시 춥다가 나흘은 날씨가 풀리는 현상을 말한다. 그런데 요즘은 삼한사미(三寒四微)라는 신조어가 대신하고 있다. 미세먼지 때문이다. 사흘은 춥고 나흘은 미세먼지가 극성을 부린다는 뜻이다.미세먼지는 잘 알려진 대로 인체 건강을 위협하는 독성 공해물질이다. 공기 중에 있는 매연입자들과 황산화물, 수분 등이 엉켜 발생한 미세먼지는 먼지라기보다는 오히려 중금속에 더 가깝다. 금속가루가 공중에 떠돌아다니는 것과 같다. 호흡기를 통해 폐로 들어간 미세먼지는 폐 기능을 떨어뜨리고 면역력을 약화시킨다. 발암물질을 동반할 수도 있어 이로 인한 더 큰 병을 유발할 수 있다고 한다.국제의학지에서는 미세먼지가 고혈압, 흡연, 당뇨, 비만 다음으로 높은 사망률을 가져 올 것이란 보고서를 낸 적이 있다. 우리나라도 미세먼지로 인해 갑자기 죽거나 아픈 사람이 많아질 것이란 경고가 이미 나와 있다.그러면 이런 미세먼지의 문제에 대해 과연 우리 국민들은 얼마나 깊이 알고 있을까. 또 그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단순히 생활에 불편을 주는 나쁜 공해 정도로 알고 있다면 생각을 바꿔 경각심을 확대시켜 나갈 때가 된 것이다. 미세먼지 공포가 엄습하면서 국민들의 일상이 많이 흔들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바깥 외출을 자제하거나 자동차 운행까지 규제를 받게 되니 불편이 커질 수밖에 없다.마스크 착용이나 공기청정기 구입으로 이런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국가 차원의 대책이 절실하다. 국가가 나서 미세먼지의 원인을 찾아 근본적 처방에 나서야 한다. 우리나라 미세먼지는 중국발 미세먼지가 원인이라는 것이 일반적 정설이다. 중국 공해산업에서 발생한 매연 등이 편서풍에 실려 한반도로 넘어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그러나 중국은 한국 내 문제로 국한하며 오리발을 내밀고 있다. 정부가 나서 강력하게 항의를 해야 함에도 정부는 꿀 먹은 벙어리마냥 한마디 못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 건강을 위협하는 미세먼지의 심각성을 국민이 깨달아 여론화시켜나가야겠다./우정구(논설위원)

2019-01-20

명태

명태는 머리와 입이 커서 대구(大口)로 불리는 대구과 한류성 어종이다.예로부터 “맛이 좋기로는 청어, 많이 먹기로는 명태”라 했다. 우리나라 근해에서 많이 잡혀 국민이 즐겨 먹던 생선이라 하여 국민 생선으로도 통했다.1991년 연간 1만t 넘게 잡혔던 명태는 2000년대 들어 서서히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2008년 이후부터는 거의 잡히지 않는 어종으로 분류됐다.명태만큼 다양한 이름을 가진 생선도 없다. 건조법이나 동결법 등에 따라 혹은 성장 상태에 따라 갖가지 이름이 붙여져 있다. 얼리거나 말리지 않고 잡은 그대로의 것을 생태, 잡아서 얼린 것은 동태, 말린 것은 북어 혹은 건태라 한다. 하얗게 말린 것을 백태라 하고 검게 말린 것은 흑태라 부른다.내장과 아가미를 빼고 반 건조한 상태를 코다리라 한다. 건조대 얹어 녹는 과정을 반복시키면 살이 황금빛으로 변하는데 이를 황태라 부른다. 어린 상태의 명태는 애기태 또는 노가리라고도 한다.이름 만큼이나 효능도 많다고 한다. 명태의 필수 아미노산은 간을 보호하고 피로 해소에 도움을 준다. 칼슘, 인, 철 등의 무기질이 골고루 함유돼 골다공증을 예방한다고도 한다. 살과 알 등에는 비타민 E, 토코페롤 성분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 노화 예방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이처럼 명태는 오래전부터 우리 국민의 사랑을 듬뿍 받아 온 생선이다. 예로부터 제사와 고사, 전통 혼례 등 관혼상제(冠婚喪祭)에 없어서는 안 될 귀중한 생선으로 여겨져 왔다.정부는 지난 15일 국무회의에서 명태 포획을 전면 금지하는 수산자원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지금까지는 27cm 이하의 작은 명태만 포획을 못하도록 했으나 오는 21일부터는 크기에 관계없이 명태를 잡으면 안 된다.명태의 자원 회복을 위한 조치라 당분간 명태를 잡으면 처벌도 받게 된다. 한국산 명태 구경이 어렵게 될 전망이라 아쉬움이 남는 조치라 여겨진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했다. 지나친 남획의 결과가 빚은 자업자득의 짐이다. 또다른 어종에서 같은 일이 반복될까 두렵다. /우정구(논설위원)

2019-01-17

정치 유튜브 시대

유튜브(YouTube)는 구글이 운영하는 동영상 공유 서비스로, 사용자가 동영상을 업로드하고, 시청하며 공유할 수 있다. 당신(You)과 브라운관(Tube, 텔레비전)이라는 단어의 합성어다. 지난 2005년 페이팔의 직원이었던 채드 헐리, 스티브 첸, 조드 카림이 캘리포니아 산 브루노에 유튜브 사를 설립했다. 이들은 친구들에게 파티 비디오를 배포하기 위해 “모두가 쉽게 비디오 영상을 공유할 수 있는 기술”을 생각해냈고, 이것이 유튜브의 시초다. 2006년 10월 구글이 유튜브 사를 인수했으며, 한국어 서비스는 2008년 1월 시작됐다. 유튜브는 기본적으로 무료다. 동영상이나 사용자에게 댓글을 달아 소통할 수 있기 때문에 소셜 미디어 서비스의 일종이다.유튜브가 정치현안에 대한 견해를 알리는 수단으로서 각광받으면서 ‘정치 유튜브 시대’가 열리고 있다.현재 정치인이 참여하는 유튜브 채널 중 구독자 수 1위는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채널이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알릴레오와 고칠레오를 내걸면서 구독자 수 61만명을 넘었다. 지난 5일 첫 방송을 시작, 방송 3회 만에 50만명이 넘는 구독자가 몰렸다. 이보다 약 3주 앞서 유튜브에 뛰어든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운영하는 ‘TV홍카콜라’의 구독자 수는 23만명을 넘겼다.유 이사장과 홍 전 대표가 유튜브 시장에 뛰어들기 전에는 보수논객 신혜식씨가 2014년부터 운영한 ‘신의 한수’가 대표적인 채널로, 구독자 수는 47만명이 넘었다. 정규재 전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실장이 운영하는 ‘펜앤드마이크 정규재TV’도 구독자 수 35만명이다. 이 채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직무가 정지됐을 때 단독 인터뷰한 곳으로 유명하다. 이 밖에 보수 논객·정치인이 이끄는 유튜브 채널로는 △황장수의 뉴스브리핑(31만명) △고성국TV(20만명) △조갑제TV(18만명) △김문수TV(15만명) △가로세로연구소(11만명,강용석) 등이 있다. 진보진영에서는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가 이끄는 ‘딴지방송국’이 구독자 수 21만명 수준이다. 정치도 정보화 시대에 걸맞게 변해간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01-16

투잡

지난해 러시아 월드컵에 참가한 아이슬란드 국가 대표선수 중에는 기이하게 투잡족이 많아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 아르헨티나와의 대전에서 메시 선수를 집중 마크했던 선수는 소금 포장공장에서 일하는 투잡맨이었다. 아이슬란드의 축구 감독도 치과의사 출신이었고, 골키퍼는 영화감독 출신으로 알려졌다. 우리 눈에는 동네선수 선발에서나 볼 수 있는 대표팀 구성이지만 인구 35만 명의 작은 국가에서는 있을 법한 이야기라는 게 해설자의 설명이었다.투잡(two job)을 우리는 겸업이라 표현하나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한다면 본업 이외 부업을 하는 사람을 뜻한다. 평생직장 개념이 강했던 우리나라에서는 투잡이 많지 않다. 비교적 자유로운 직종이었던 연예인들 사이에서는 아직도 투잡이 유행한다고 한다. 2년 전 한 여론조사에서 우리나라 직장인 가운데 투잡을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조사해 봤더니 10명 중 1명꼴로 나타났다고 한다. 투잡을 하는 이유로 절반 이상이 월급이 적어서라고 했다.투잡은 본업 말고도 또다른 업에서 일을 해야하므로 몸이 고달픈 것은 당연한 일이다. 주경야경(晝耕夜耕)의 일상생활을 반복하는 인생이다. 낮에는 직장, 밤에는 대리운전이나 편의점 알바 등이 그런 경우다.최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도 투잡을 희망하는 사람이 크게 늘어났다고 한다. 지난해 경우 1주일에 취업시간이 36시간 미만이면서 추가 취업을 희망하는 사람이 62만9천 명으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10%가 늘었다. 투잡 희망자 통계 작성 후 최대치라 한다.아이슬란드처럼 인구가 적은 미니 국가에서는 일손이 부족해 투잡을 한다고 하지만 우리의 투잡 현상은 모두가 생계형이라는 점에서 반갑지 않은 일이다. 나라에서 저소득층을 위한 소득주도 정책을 추진함에도 현장에서는 빈익빈(貧益貧)의 사회구조가 더 심화 되는듯해 우울하다. 요즘 주 52시간 근무제로 자영업자들 사이에 알바 일자리 쪼개기가 성행하고 있다고 한다. 인건비 부담으로 자영업자의 나름의 생존법이 만들어 낸 결과라고 하나 세상이 더 각박해지는 것같아 기분이 좋지 않다. 투잡도 지금 우리시대의 자화상일까?/우정구(논설위원)

2019-01-15

그림자금융

‘그림자금융(shadow banking system)’은 은행과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지만 은행처럼 엄격한 건전성 규제를 받지 않는 자금중개기구 혹은 상품을 통칭한다.이 용어의 유래는 채권운용회사 핌코(PIMCO)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폴 맥컬리(Paul McCulley)가 지난 2007년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이 주최한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사용한 후 널리 쓰이게 됐다. 은행은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시행하고, 이 대출에서 발생하는 현금흐름(원금 및 이자 상환액)을 바탕으로 유동화증권을 발행한다. 이 과정을 통해 얻은 자금으로 또 다른 대출을 실시할 수 있기 때문에 은행은 유동성 확보가 가능해진다.은행에 의해 발행된 유동화 증권은 기초자산의 신용에 따라 여러 등급으로 나눠져 하나의 금융상품으로 판매가 된다. 헤지펀드, 보험사, 투자은행들은 이러한 금융상품에 투자하여 수익을 올린다. 하지만 이렇게 구성된 금융상품의 경우 부실이 발생하면 한꺼번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즉, 은행의 경우 예금자와 대출자 등으로 자금중개경로가 단순한 반면 그림자금융은 자금을 중개하는 과정에서 복수의 금융기관들이 서로 연계돼 있어 시스템 리스크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투자가 대부분 기초자산의 담보가치를 이용한 대출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자기자본 대비 투자액이 많아 원금손실의 위험이 일반 금융상품보다는 높다. 이 때문에 적절한 규제가 동반되지 않으면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은행이 아닌 곳에서 조달하는 부동산 자금인 우리나라 ‘그림자금융’ 규모가 470조원에 육박하고, 이 가운데 약 80조원이 부실 위험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그림자 금융의 국내 잔액은 지난해 9월말 기준으로 470조원 가량으로 추산되고 이중 환매와 계약철회, 부실화 등의 리스크가 예상되는 자금은 80조원에 달한다는 것이다. 제조업 경기가 바닥을 치고,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있는데, 부동산 금융마저 부실위기로 빠져든다니 침체의 늪으로 빠져드는 나라 살림살이가 걱정스럽기만 하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01-14

꼴뚜기

꼴뚜기는 생김새가 볼품이 없어 옛날부터 별 볼일 없고 가치가 낮은 것에 비유됐다.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킨다”는 말이 대표적이다. 못난 사람이 동료를 망신시킬 때 빗대 하는 말이다.꼴뚜기가 들어가는 속담으로 “어물전 털어먹고 꼴뚜기 장사한다”는 말과 “망둥이가 뛰니 꼴뚜기도 뛴다”는 것이 있다. 앞의 것은 큰 사업에 실패하고 보잘 것 없는 작은 사업을 시작한다는 뜻이다. 뒤에는 남이 한다고 하니까 분별없이 덩달아 나설 때 이르는 말이다.그 옛날, 사람을 뽑을 때 기준으로 삼았던 신언서판(身言書判)처럼 사람이나 생물도 풍채나 용모가 잘 생겨야 대접을 받는 모양이다. “과일 망신은 모과가 시킨다”는 말도 못생긴 모과의 생김새를 보고 하는 말이다.꼴뚜기는 오징어와 비슷하게 생긴 연체동물이나 오징어보다 훨씬 작고 생김도 볼품이 없다. 크기가 6~7㎝밖에 안 돼 주로 젓갈로 담아 먹는다. 꼴뚜기처럼 제대로 대접을 못 받는 것 중에 미꾸라지가 있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웅덩이를 흐려 놓는다”는 말은 한 사람의 좋지 않은 행동이 집단 전체에 나쁜 영향을 준다는 뜻이다. 요리조리 잘 빠져 나가는 사람을 “미꾸라지 같다”고 한다. “미꾸라지 용 됐다”는 속담도 미꾸라지를 비하한 표현이다.우리나라에 해외여행자유화가 시작된 것은 1989년도다. 올해가 꼭 30년 되는 해다. 해외여행 자유화가 실시되고 한국인의 해외여행 바람이 일면서 해외 곳곳에서 한국인의 추태가 문제됐다. ‘어글리 코리언’이란 부끄러운 이름이 이때부터 생겨났다. 공공장소에서 술을 마시고 고함을 지르며 새치기를 하는 등 각양각색의 추태로 한국인은 교양없고 무례한 사람으로 인식됐다. 오죽했으면 한국인 출입금지란 팻말까지 등장했을까. 해외여행이 일상화된 요즘의 한국인의 모습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지는 대목이다.예천군 의원들의 해외여행 어글리 행각이 알려지면서 국민적 비난이 극에 달하고 있다. 고향 사람조차 부끄러워 고개를 못들 지경이라 한다. 예천사람은 물론 경북사람까지 망신 준 그들의 행동이야말로 꼴뚜기 꼴이다. 일벌백계가 마땅하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9-01-13

포항산 바나나

지구 온난화로 기온이 1도가 올라가면 안데스 산맥의 작은 빙하를 녹여 약 5천만 명이 물 부족에 시달린다고 한다. 또 매년 30만 명이 이상기후와 관련한 질병으로 사망하고, 생물의 10%가 멸종위기에 놓이게 된다고 한다.지구 온난화가 가져올 재앙적 변화에 과연 우리 인류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곰곰이 생각하면 섬뜩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인류가 스스로 만든 자업자득(自業自得)의 결과지만 그 후유증에 반응하는 인류의 태도는 천하태평인 듯해 더 걱정스럽다.미국 국립해양대기국은 2016년도 지구표면의 평균 온도가 137년만에 최고를 기록했다는 발표를 했다. 이때 CNN은 지구상의 불길한 징조란 표현으로 지구온난화를 우려한 적이 있다.온대 기후인 우리나라는 제주도와 일부 남해안 지방을 중심으로 서서히 아열대 기후로 바뀌고 있다. 지구 온난화가 원인이다. 바다 속 어종에서 과일 채소 등에 이르기까지 종(種)의 교체가 나타나고 있다. 기상청은 지구 온난화가 지금의 추세로 가면 21세기 말에는 우리나라의 평균 기온이 6℃ 가까이 올라갈 것으로 내다봤다. 2041~2050년 사이에는 서울 등 중부 내륙과 강원 영동 고지대를 제외한 남부 대부분의 지역이 아열대 기후에 포함될 것이라 했다. 아열대 기후는 월 평균 기온이 10℃ 이상인 달이 한해 8개월 이상이고 가장 추운 달의 평균 기온이 18℃ 이하인 기후를 말한다. 한국의 남해안은 이미 아열대 기후에 속한다고 정의한 학자도 더러 있다.포항에서 바나나가 재배되고 있다는 소식이 매스컴을 탔다. 포항 흥해읍에 0.5ha 규모 비닐하우스에 작년 3월부터 시험재배 중인 바나나가 지난해 11월부터 꽃을 피우더니 올 들어서는 열매를 맺기 시작했다는 것이다.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미래농업 차원에서 시행된 사업이라지만 기후변화를 실감할 수 있는 현장이어서 눈길이 간다. 바나나는 쌀의 40배 소득을 올릴 수 있는 과일이다. 경제적 측면에서 대체 작물의 효율성은 인정되나 지구 온난화의 대가라고 생각하면 썩 반갑지만은 않다. 지구 온난화가 피부에 와 닿는 쇼킹한 소식이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9-01-10

타운홀미팅

타운홀 미팅은 정책결정권자 또는 선거입후보자가 지역 주민들을 초대해 정책 또는 주요 이슈에 대해 설명하고, 의견을 듣는 비공식적 공개 회의를 가리킨다. 다시 말해 지역 주민들이 정책결정권자나 선거 입후보자들과 만나 정책과 공약에 대한 설명을 듣고 이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형식을 말한다. 직접민주주의적 발상이 반영돼 있는 제도로, 미국 참여민주주의의 중요한 토대로 평가된다.타운홀 미팅의 기원은 식민지 시대 미국 뉴잉글랜드 지역에서 행해졌던 타운미팅(town meeting)으로부터 유래됐다. 당시 뉴잉글랜드 지역에서는 주민 전체가 한자리에 모여 토론을 한 후 투표를 통해 예산안·공무원선출·조례제정 등 지역의 법과 정책, 행정 절차에 대한 결정을 내렸다. 타운미팅의 전통을 이어받은 타운홀미팅은 비공식적 공개 주민 회의로, 지역사회의 모든 주민들이 초대되어 중요한 정책 또는 이슈가 되는 사안에 관련된 공직자 또는 선거입후보자들의 설명을 듣고, 자신들의 견해를 밝히게 된다. 공직자들은 정책 결정에 있어 주민들을 설득하는 하는 동시에 그들의 의견을 반영·참고하게 되고, 주민들은 정책결정권자 앞에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전달했다는 만족감을 가지게 된다. 타운홀미팅의 진행에는 특별한 규칙이나 가이드라인이 없다. 참가자가 너무 많으면 소그룹으로 나누어 토론을 진행하기도 하는데, 주민이라면 누구나 참석해 의견을 펼칠 수 있지만 투표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최근에는 인터넷을 활용해 국민과 직접 소통을 시도하는 ‘e-타운홀미팅’을 열기도 하는데 이때 네티즌들은 문자와 동영상 등으로 정책에 대한 질문을 올리며, 자신의 의견을 표명한다. 요즘에는 정치인뿐 아니라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도 전사적인 현안 또는 상황을 임직원과 공유하는 의사소통의 장으로 타운홀미팅 방식을 활용하기도 한다.새해 벽두, 문재인 대통령이 틀에 박힌 신년 기자회견 대신 타운홀 미팅형식의 기자회견을 한다고 해서 화제다. 중요한 것은 형식이 아니라 내용이다. 기탄없는 의견개진이 가능한 타운홀 미팅방식의 장점이 제대로 펼쳐지기를 기대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01-09

대구FC 전용구장 시대 개막

모든 운동 경기는 이변을 낳는다. 2002년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를 4강 신화까지 끌어 올린 히딩크 감독의 등장도 따지고 보면 뜻밖의 결과물이다. 당시 대표팀 수석코치를 맡았던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의 국민영웅으로 대접받을 줄은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베트남 대표팀 감독으로 영입된 박 감독에 대해 베트남 국민조차 유명 감독을 데려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비난의 시선을 보냈다. 사실 박 감독의 축구 인생도 성공보다는 실패가 더 많았던 여정의 연속이었다.대구FC가 프로축구 정규리그에서 항상 중하위권을 맴돌다 지난해 창단 후 첫 FA컵 우승을 차지하는 이변을 일으켰다. 올해 열리는 아시아챔피언리그(ACL)에 진출하는 영광도 얻었다.스포츠가 팬들의 사랑을 받고 팬들을 열광시키는 이유도 이 같은 이변이 있기 때문이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이변은 스포츠 경기의 흥미를 끌어 올리는 마술과 같은 신통력이 있다. 대구FC가 작년 FA컵 우승에 이어 프로 축구팀의 숙원인 홈구장 완공을 코앞에 두고 있어 경사가 겹쳤다.대구시 북구 고성동 대구시민운동장 주경기장을 리모델링해 건립한 ‘포레스트 아레나’는 전국 11번째 만들어진 축구 전용구장이다. 1만2천석 규모다. 종전의 월드컵 경기장과는 완전히 다르게 설계됐다. 그라운드에서 관중석까지의 거리가 불과 7m다. 선수들의 거친 숨소리를 그대로 들으며 실감나는 축구 관람을 할 수 있다. 또 국내 최초로 좌석 바닥에 경량 알루미늄 패널을 설치해 관중이 발을 동동 구르면 알루미늄 바닥을 통해 나는 소리가 경기장 분위기를 고조시킬 수 있게끔 만들었다. 지붕 설치로 햇빛과 비를 차단해 선수와 관중이 경기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도 조성했다.유럽에서 가장 큰 규모(9만 9천석)의 스페인 바르셀로나 홈구장인 ‘캄푸누’만큼은 못하지만 이만하면 자부심을 가질 전용구장이 대구FC에게 생긴 것이다. 3월 13일 중국 광저우와 홈경기를 시작으로 포레스트 아레나는 본격 가동에 들어간다. 시민구단 대구FC가 새해에는 기분 좋은 출발로 팬들의 기대에 어떻게 부응해 나갈지 벌써 궁금해진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9-01-08

셧다운 협상

셧다운(shut down)은 예산안 처리 무산으로 인한 미국 연방정부의 일시 업무 정지를 뜻하는 용어다.상·하원에서 기간 내 예산안 처리가 무산되거나, 상·하원에서 예산안이 처리되더라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발생한다. 예산안 처리가 무산되면 공공기관들은 예산을 배정받지 못하며, 연방공무원에게는 강제 무급 휴가 조치가 내려진다. 미국 법률에서는 예산안이 의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국방, 치안, 소방, 교정, 항공, 전기, 수도 등 필수 서비스를 제외한 모든 공공프로그램을 중단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정부 발주 공사, 여권, 비자 발급, 공공기관 업무 등이 일시에 중단된다.미국에서는 1976년 이후로 모두 열아홉 차례의 셧다운이 있었으며,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복지 예산이 대폭 삭담된 예산안을 민주당 소속 클린턴 대통령이 거부하면서 1995년 말 셧다운이 가장 오랜 기간인 21일간 지속됐다. 강경파인 도널드 트럼프 정부에서는 2019년 1월 현재까지 총 세 차례의 셧다운이 있었다. 첫 번째 셧다운은 미국 상원에서 양당 간 불법 체류 청년 추방 문제에 대한 의견이 좁혀지지 않아 2018년 1월 20일 예산안 처리가 무산되면서 셧다운에 돌입, 사흘간 지속됐다. 두 번째 셧다운은 2018년 2월 9일민주당과 공화당이 2018~2019 회계연도에 세출 한도를 총 3천억 달러 인상하는 장기 예산안에 합의했으나, 공화당 소속의 랜드 폴 상원의원이 재정수지 적자 확대를 반대하면서 두 번째 셧다운이 발생, 반나절만에 종료됐다. 세번째는 지난해 12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오랜 공약이던 국경지대 장벽 설치를 위해 정부 예산 57억 달러를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공화당과 민주당의 합의 불발로 2019 회계연도 예산안이 통과되지 못하면서 12월 22일부터 셧다운에 들어가 아직도 대치중이다.대통령제를 채택한 미국과 한국이 행정부와 의회가 서로 견제·대립하는 것은 운명적일지 모른다. 다만 한국의 경우 매년 예산안 의결이 법정 처리 기간을 넘기더라도 우선 예비비를 사용하며, 정부 기능을 정지시키는 일은 없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할 지 모르겠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0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