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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아마존 효과

아마존은 세계에서 가장 넓고, 가장 다양한 생물이 사는 브라질의 열대 우림을 가리킨다. 넓이가 우리나라 넓이의 70배 정도다. 스페인 원정대가 아마존을 탐사할 때 용맹스러운 아마존 여자 원주민에게 많은 공격을 당했었는데, 여자 원주민의 모습이 마치 그리스 신화의 아마조나스를 떠올린다고 해 아마존이라고 부르게 됐다고 한다.다만 ‘아마존효과’에서 나오는 아마존은 도서, 의류, 신발, 보석, 식품 등을 판매하는 미국의 온라인 커머스 회사를 가리킨다. 아마존은 1995년 제프 베조스가 시애틀에서 인터넷 서점으로 처음 설립했다. 인터넷서점은 인터넷을 통해 도서검색 및 주문이 가능하기 때문에 서점공간이나 점원이 필요없고, 반품률도 매우 낮아 비용절감이 가능하다. 이러한 비용절감 효과를 도서가격에 반영함으로써 소비자들은 저렴한 가격으로 자신이 원하는 도서를 구매할 수 있게 된다. 아마존사는 1998년 기준으로 총 250만 권의 서적을 인터넷으로 판매해 총 매출 5억5천여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후 아마존은 전자 상거래 이외에도 클라우드 서비스인 아마존 웹 서비스, 전자책 킨들을 비롯한 태블릿 PC, 스마트폰 등을 제조 판매하며, 전자 상거래 이외의 분야에도 사업을 확장했다.아마존효과는 아마존의 사업 확장으로 업계에 파급되는 효과를 이르는 말이다. 대형 온라인기업인 아마존이 해당 분야에 진출한다는 소식만 들려도 해당 산업을 주도하는 기업들의 주가가 추락하고, 투자자들이 패닉에 빠지는 현상을 뜻한다.특히 최근 한국은행이 민간소비가 느는 데도 고용이 줄고, 물가가 떨어지는 현상을 아마존 효과 때문인 것으로 분석해 관심을 끌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분기 민간소비는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했는데, 이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기 전인 지난해 1분기(2.1%)나 2016년 4분기(1.4%)보다 낫다. 그런데도 일자리는 늘지 않고 체감경기는 나쁜 것은 ‘아마존 효과’가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소득주도성장 등 경제정책 실패로 눈총 맞고있는 문재인 정부의 궁색한 변명이 아마존효과로 뻥튀겨져 나오는 건 아닌가 싶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8-12-13

3050 클럽

3050 클럽은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어서고 인구가 5천만 명 이상인 국가를 말한다. 국민 소득은 높으나 인구가 적어 3050 클럽에 가입하지 못한 나라도 더러 있다. 스위스, 홍콩, 스웨덴 등이 이에 속한다. 한 국가가 인구와 경제규모를 함께 갖춘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세계적으로 소득 3만 달러와 인구 5천만 명을 함께 겸비한 나라는 현재 6군데밖에 없다. 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이다. 경제 선진국일 뿐 아니라 한때 세계를 제패했던 쟁쟁한 나라들이라 할 수 있다.올해 말이면 우리도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돌파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한국은행의 예측대로라면 인구 5천만 명이 넘는 한국은 올 연말이면 세계 7번째로 3050 클럽 진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일제의 억압을 벗고, 동족상잔의 6·25 전쟁을 치른 한국이 단시일 내 경제성장을 이룩하고, 세계 최강 부국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사실 자체가 놀랍다. 전 세계가 아마도 경이적인 시선으로 한국을 바라보게 될 것이다.1960년대 불과 100달러 내외였던 한국인의 국민소득은 1995년 1만달러를 넘어섰다. 1996년 이른바 선진국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도 가입했다. 비록 다음해에 외환위기가 찾아와 어려움도 겪었지만 이후 11년만인 2006년 우리는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열었다. 누가 봐도 대단한 성과라 극찬할 만하다.그러나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를 앞두고 있다지만 국민이 느끼는 체감의 분위기는 신통치가 않다. 최악의 실업률로 내수경기가 침체일로에 있고 내년도 성장률도 10여년 이래 최저 수준이 예상된다. 소득 수준이 향상된만큼 국민이 골고루 잘 살아야 함에도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하위계층의 고통이 더 커지는 빈부 격차는 오히려 심화됐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소망했던 3만달러 시대가 코앞에 다가왔지만 무턱대고 반가워할 수 없는 이유들이다. 소득 3만 달러 시대, 일찍 터뜨린 샴페인이 되지 않게 자축보다는 새로운 다짐으로 출발하는 것이 옳을 것같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12-12

로베스피에르의 단두대

단두대는 1789년 프랑스 혁명이 시작될 무렵, 진보 성향의 의사 조제프 이냐스 기요탱이 인간의 목을 베기 위해 만든 기계다. 당시 기요탱은 프랑스 처형 제도의 개혁을 위해 공포스럽고 지저분한 전차 바퀴 사형법이나 교수형을 대신할만한 단순한 처형 방법을 제안했다. 기요탱의 기계장치는 고통을 감소시키는 동시에 사형을 민주화시키는 효과가 있었다. 즉, 참수형은 전통적으로 귀족에게 행해지는 처형법이었지만 효율적으로 목을 벨 수 있는 기계가 나옴으로써 이 특권을 모든 계급으로 확장시킬 수 있었다. 1791년에 프랑스 국민공회는 이 프로젝트를 추진할 위원회를 소집했다. 기요탱도 여기에 포함됐으며, 주도자는 왕실 의사이자 외과의학회 서기관이었던 앙투안 루이 박사였다. 기본 디자인은 높은 틀의 꼭대기에 날을 매달았다가 떨어뜨리는 것으로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었지만 과거 기계들보다 진화한 점은 경사진 삼각날이었다. 원래는 루이 박사의 이름을 따서 ‘루이종’이나 ‘루이제트’로 불렸던 단두대는 곧 ‘기요틴’이라고 불렸으며 ‘인민의 적’으로 규정된 사람들의 목을 자르는 처형기구로서, 혁명적 극단주의의 상징이 됐다. 루이 16세는 1793년 1월 21일에 처형됐다. 혁명 당시 루이 16세의 처형에 찬성한 로베스피에르를 중심으로 한 산악파는 국민공회 안에 최고 기관인 공안위원회를 설치해 단두대에 피가 마를 틈 없이 반혁명파들을 모조리 처형했다. 마리 앙투아네트도 단두대에서 처형당했다. 이 시기에 단두대에 목이 걸렸던 희생자들이 자그마치 1만 명이 넘었다. 그 이후 국민공회는 로베스피에르를 고발했고, 그 역시 단두대에서 목이 잘리고 만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은 최근 세월호 유가족 민간인 사찰 의혹 혐의로 수사를 받던 도중 자살한 고 이재수 전 국군기무사령부 사령관에 대해 “문재인 정부의 살기등등한 적폐청산의 칼끝이 또 한 명의 무고한 목숨을 앗아갔다”면서 “로베스피에르의 단두대가 생각난다”고 비판했다. ‘칼로 흥한 자, 칼로 망한다’는 야당 의원의 비유를 무소불위의 권력을 잡은 정부가 얼마나 귀담아들을지 의심스럽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8-12-11

워렌 버핏과 대구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은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라는 인구 34만 명의 도시에서 60년째 살고 있다. 세계적 갑부라지만 그의 생활은 늘 검소하고, 번 재산을 사회에 기부하는 경영철학으로 살아왔다.미국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100인의 한 사람인 그는 숱한 일화가 있다. 그 중에 2007년부터 시작한 버핏과의 점심 경매는 꽤 유명하다. 경매에 낙찰된 사람은 그와 점심 식사를 하며 식사시간 동안 모든 질문을 할 수 있다. 작년에는 그와 식사비용으로 267만 달러(약 30억원)를 낸 사람도 있다. 그는 17년 동안 이런 방법으로 모아진 2천360만 달러를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빈민구제단체에 기부했다.워렌 버핏이 투자한 수많은 회사 가운데 국내서는 유일하게 대구에 하나가 있다. ‘대구텍’은 달성군 가창면에 소재한 절삭공구 전문업체다. 1952년 설립된 대한중석이 민영화되고 이후 부도가 나자 이스라엘의 IMC그룹이 인수했다. IMC그룹은 워렌 버핏이 100% 투자한 회사다.지난 2007년 버핏은 대구텍 방문을 위해 대구를 처음 찾았다. 세계적 투자가의 대구 방문에 대구시민도 열정적으로 환영했다. 한번 이상 자회사 방문을 않는다는 그가 2011년에 또다시 대구를 방문했다. 대구텍의 제2공장 착공식 참석을 위해서다.당시 대구시장이었던 김범일 시장은 그를 최상의 예우로 환영했다. 버핏 회장의 전 일정에 일일이 동행하는 성의도 보였다. 그의 방문만으로 대구는 전 세계적으로 알려질 수 있는 기회가 생겼던 것이다. 김 전시장은 퇴임을 앞두고 버핏 회장에게 편지를 보냈다. 임기를 마치고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간다는 내용이다. 버핏은 “자신의 고향인 오마하를 방문하면 언제든 특별한 손님으로 맞겠다”는 답신을 보내 대구와의 인연을 잊지 않음을 전했다.IMC가 700억원을 들여 대구에 첨단공구 회사를 세운다고 한다. 대구에 새로운 버핏의 자회사가 하나 더 생기는 것이어서 특별히 의미가 있다. 권영진 시장이 이스라엘을 찾아 투자협약도 했다. 워렌 버핏과 대구와 인연이 더 커진 셈이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12-10

경상감영의 복원

조선시대에는 전국을 8도로 나눠 지방을 관리했다. 각도마다 관찰사를 파견해 지역을 관할케 했으며 관찰사는 그 지역에 대한 행정 및 사법권은 물론 군사 지휘권까지 갖도록 했다.지금의 도청과 같은 감영(監營)은 시대에 따라 소재지가 왔다갔다했다. 경상도를 관할하던 경상감영(慶尙監營)은 조선 초기까지만 해도 경주에 있었다. 이후 면적이 넓다는 이유로 상주와 관할지역을 반으로 나눠 관리하기도 했고, 팔거현, 달성군, 안동부 등으로 감영이 옮겨진 적도 있다.현재 대구시 중구 포정동에 있는 경상감영은 선조 34년(1601년)에 이전해 자리를 잡은 곳이다. 지금까지 약 400년의 역사를 가진 감영이다. 고종 33년(1896년) 갑오개혁으로 지방행정이 13도 체제로 개편된 뒤 이곳은 경상도의 실제적 중심지가 됐다. 1910년에는 경상북도청이란 이름으로 개칭되고 1966년까지 도정이 이곳에서 이뤄졌다. 경상감영에는 원래 여러 채의 건물이 지어졌으나 현재는 관찰사가 집무를 보았던 선화당(宣化堂)과 관사 징청각(澄淸閣)만이 남아있다. 경상감영의 가장 상징적 건물은 역시 관풍루(觀風樓)다. 선화당의 정남쪽에 세워진 경상감영의 정문인 포정문(布政門)의 2층에 만들어진 누각이다. “감사가 누상(樓上)에서 세속을 살핀다”(觀風世俗)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1906년 대구읍성이 헐리고 도로가 나면서 관풍루는 달성공원으로 옮겨졌다. 이후 우여곡절 끝에 해체·복원 작업을 거쳐 지금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대구시가 경상감영 복원사업의 일환으로 달성공원에 있는 관풍루를 본래의 자리로 옮긴다고 한다. 관풍루가 있던 옛 병무청 부지를 사들여 옛 모습을 복원할 계획이다. 장차는 경상감영 관리가 일하던 사령청, 백화당 등도 복원을 준비 중이라고 하니 이 일대가 크게 변모될 전망이다. 대구의 역사성을 재조명하는 이번 작업에 시민의 관심이 적지 않다. 대구가 오늘날 전국 제3 도시로 성장할 수 있었던 역사적 근원을 들여다 본다는 점에서 복원의 의미도 충분하다. 대구근대골목과 인접한 지역에 복원될 대구 뿌리역사에 벌써부터 관심이 쏠리고 있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12-07

편의점 출점 제한 논란

편의점 출점 거리제한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지역에 따라 50∼100m로 경쟁사 간 출점 거리를 제한하는 내용이 담긴 자율 규약 제정안을 가맹사업법에 따라 승인했다. 우선 출점예정지 근처에 경쟁사의 편의점이 있다면 주변 상권 입지와 특성, 유동인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출점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하게 된다. 거리 제한은 구체적인 수치 대신‘담배 소매인 지정업소 간 거리 제한’기준을 따르기로 했다. 현재, 담배사업법 시행규칙 제7조의3 제1항에 따르면, 담배소매인 거리 제한은 50m로 정해져 있으며, 지자체별로는 50~100 m로 규정돼 있다. 규약 참여사는 이 기준에 따라 정보공개서에 개별 출점기준을 담기로 합의했다. 이번 결정이 논란을 빚는 것은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정부가 입장을 바꿨다는 비판 때문이다. 편의점 출점제한은 지난 1994년 80m 이내 출점을 금지하는 자율규약이 생겼지만, 2000년 공정위에서 이를 담합행위로 보고 폐지하도록 했다. 이후 2012년 공정위가 동일 브랜드 편의점 간 반경 250m 내에 출점을 금지하는 기준을 만들었으나 2014년 박근혜 정부 규제 완화 기조에 따라 폐지됐다. 그러다가 지난 7월 한국편의점산업협회는 거리제한 기준을 80m로 하는 안을 공정위에 제출했지만 공정위는 거리제한 기준을 명시적으로 규정하는 게 일종의 ‘담합’으로 부당 공동행위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해 반려했다.그랬던 정부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9일 공정경제 전략회의에서 “편의점 경영 환경을 개선하라”고 언급했고, 최근 G20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출국하기에 앞서 김상조 공정위원장에게 편의점 과밀 문제를 해소하라고 지시한 뒤 입장이 바뀌었다.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 등 실패한 정책으로 편의점주들의 반발을 사자 이를 만회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그렇다해도 경쟁 촉진을 최우선시해야 할 공정위로 하여금 경쟁을 제한하는 내용의 자율규약을 눈감아 주도록 하는 것은 정부정책에 대한 신뢰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는 지적을 따갑게 받아들여야 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8-12-06

자선냄비

‘마더 테레사 효과’라는 것이 있다. 테레사 수녀처럼 남을 위한 봉사활동을 하거나 착한 일을 보기만 해도 인체의 면역 기능이 크게 향상되는 현상을 말한다. 남을 돕는 활동을 통해서 일어나는 정신적, 신체적 사회적 변화이다. 남을 돕게 되면 느끼게 되는 최고조의 기분 상태를 ‘헬퍼스 하이’(Help‘s High)라 한다. 남을 돕는 봉사활동을 하고 난 뒤 느끼는 정신적 만족감이다.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은 이런 심리적 포만감을 며칠씩 지속적으로 느낀다고 한다. 의학적으로는 혈압과 콜레스테롤의 수치가 현저히 낮아지고 엔돌핀이 정상치의 3배 이상 분비돼 몸과 마음에 활력이 생기는 상태다.자선냄비가 곳곳에 등장했다. 올 한해도 저물어가고 있음을 몸으로 느낄 수 있는 계절이 온 것이다. 자선냄비는 1891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근교 해안에서 배가 좌초되면서 발생한 1천여 명의 난민과 도시빈민을 돕기 위한 모금운동으로 시작한 자선행사에서 유래됐다. 기독교 한 교파에 의해 시작한 구세군 자선냄비는 현재 100개가 넘는 국가에서 연말이면 불우이웃을 돕기 위해 벌이는 가두 모금운동으로 발전했다.우리나라도 1928년 당시 한국 구세군에 의해 서울 도심에 처음으로 자선냄비가 설치되고 90년 간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한 행사가 이어져 오고 있다. 여기서 모금된 자금으로 많은 사람이 빈궁에서 구제되고 특히 성탄절에 벌이는 구세군 자선냄비는 연말의 불우한 이웃을 돕는 모금으로 사용된다.“기쁨을 나누면 두 배가 되고 슬픔을 나누면 반으로 줄어든다”고 했다. 연말에 등장하는 자선냄비를 보면서 많은 사람이 그동안 소홀했던 이웃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 어려운 이웃이 내 가까이에도 있음을 비로소 깨닫게 되는 것이다.대구경북에서도 이달부터 자선냄비가 거리에 등장했다. 자선냄비의 참 뜻을 이해하고 실천하는 마음을 가져보는 연말이 되면 좋겠다. 한해를 보내면서 자선냄비를 통한 나의 작은 실천이 우리사회를 훈훈하게 할 수 있다면 그것 또한 보람된 일이다. 마더 테레사 효과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올 연말도 자선냄비를 한번 찾아보면 어떨까./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12-05

화이트리스트

블랙리스트(Black List)의 반대 개념으로, 분야별로 다른 뜻으로 쓰인다. 우선 IT분야에서는 안전한 IP 주소를 따로 분류해 이곳에서 보내는 것은 모두 수용하도록 하는 목록을 가리킨다. 알려진 IP 주소로 화이트리스트를 만들어 이로부터 전송된 이메일은 메일 서버가 언제나 수용하도록 하거나 은행, 각종 포털 사이트가 자발적으로 보안 업체나 단체에 화이트리스트로 등록해 웹 사이트의 안전성을 소비자에게 알려 주게 된다. 불법 사이트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스팸 메일, 악성 코드를 유포하는 IP 주소, 피싱을 조장하는 허위 사이트 등을 데이터베이스(DB)로 만든 블랙리스트를 새롭게 업데이트하는 것이 한계에 이르면서 등장했다. 화이트리스트에 있는 메일만 받아볼 수 있게 설정하면 역으로 악성 메일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정치권에서는 보수단체에 국비지원을 강요한 목록으로 쓰였고, 블랙리스트에 오른 단체에는 지원이 배제됐다. 박근혜 정부시절 보수단체 지원을 강요하는 등 이른바 ‘화이트리스트’를 주도한 혐의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기소됐다. 김 실장은 1심에서 징역 1년 6월형 선고와 함께 법정구속됐고, 조 장관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으로 실형을 면했다.노동계에서도 화이트리스트 논란이 일고 있다.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이 최근 울산 소재 중견기업 S사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소속 노조가 특정 조합원 자녀와 친인척 등을 채용하라며 고용세습 ‘화이트리스트’를 작성해 2011∼2013년과 올해 실제로 40명이 채용됐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S사는 현대자동차의 1차 협력 부품사로, 해당 노조는 민노총 산하 금속노조 울산지부 소속이다.영화계에서는 지난달 개봉한 영화 ‘출국’이 화이트리스트 논란에 휩싸였다. 박근혜 정부 당시 지원사업의 특혜로 모태펀드 한국벤처투자로부터 제작비를 지원받았다는 것이다. 남과 북이 비무장지대에서 지뢰를 걷어내며 ‘평화 모드’에 접어든 시점에 개봉한 영화 ‘출국’이 박근혜 정부의 화이트리스트에 논란에 휩싸인 건 아이러니컬한 모양새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8-12-04

노폰 존(No Phone Zone)

우리나라는 IT(정보통신) 강국이라는 영광도 있으나 이면은 스마트폰 중독이라는 어두운 부분도 숨겨져 있다. 스마트폰으로 인한 부작용이 우리사회 곳곳에서 불거지고 이런 사회 병리적 현상에 대한 처방을 놓고도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특히 청소년들의 스마트폰 사용이 급속히 늘면서 부모와 자녀 간의 대화 단절과 휴대폰 사용을 둘러싼 충돌 등 적잖은 가정 문제가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의 스마트폰 사용시간은 하루 3시간, 20대에서는 4시간 10분 가량으로 밝혀졌다. 초등학생의 휴대폰 보급률(피처폰 포함)이 80%에 이르고, 중고교생의 보급률은 거의 100%에 육박하고 있다. 사실상 스마트폰 자체는 우리의 생활필수품이 됐다해도 지나치지 않다. 부작용을 얼마나 줄이고 잘 사용하느냐가 우리 시대의 과제라 할 수 있겠다.미국 노스웨스턴대 연구에 따르면 스마트폰을 오래 사용하는 사람일수록 우울증일 확률이 높다는 결과도 나와 있다. 사용 자세에 따라 목 디스크를 유발하기도 한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은 한국인의 스마트폰 중독률을 인터넷 중독률(7.7%)보다 높은 8.4%라고 밝힌 바 있다. 젊은 층일수록 높아 이 문제는 앞으로 더 악화될 것으로 내다봤다.스마트폰을 보며 길을 건너다 사고가 날뻔 한 일을 경험했다거나 밥 먹는 시간에도 스마트폰을 보다가 엄마로부터 스마트폰을 압수당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스마트폰 압수에 침묵 시위하는 자녀와의 전쟁을 벌이는 부모도 또한 많다. 그러나 이 모두 뾰족한 대책은 없다.영국의 한 식당에서 노폰 존을 운영해 이목을 끌고 있다. 식당측은 고객이 휴대폰을 쓰지 않기로 하고 테이블 위에 놓인 바구니에 휴대폰을 넣어두면 어린이 메뉴는 공짜로 제공한다. 식당측은 “휴대폰 때문에 귀중한 가족의 식사시간이 망가지는 것을 막아보자는 뜻”이라 설명했다.24시간 스마트폰으로 지내는 현대인에게 자칫 부족해지기 쉬운 가족 간 대화시간을 마련코자 한 식당측의 아이디어가 기발하다.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점차 줄어들고 있는 가족 간 대화 부족에 대한 경종(警鐘)의 의미로 들린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12-03

‘베이징 스모그’ 공포

올겨울 최악의 스모그가 중국 베이징에서 시작됐다는 나쁜 소식이다. 중국은 한반도 대기 질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곳으로 매년 이맘때가 되면 우리나라는 중국의 기상 상황에 민감한 반응을 한다. 어제부터 중국발 황사가 발생하면서 우리나라는 전국이 미세먼지 비상이 걸렸다. 특히 이번 황사는 중국의 스모그와 섞여 최악의 오염물질이 되어 한반도로 넘어올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지난 26일 베이징에서는 대기오염 ‘오렌지색 경보’가 처음으로 발령됐다.오렌지색 경보는 대기오염 경보 최고 단계의 바로 앞 경고로 이 정도쯤 되면 일상의 활동이 거의 제약 받게 된다.이날 베이징은 9개의 고속도로와 시 외곽 도로가 짙은 스모그로 폐쇄됐다.이날 베이징에서 발생한 스모그 농도는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치의 무려 40배에 달했다. 노약자가 장시간 바깥에 노출되면 치명상을 입을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스모그(smog)는 연기라는 뜻의 스모크(smoke)와 안개라는 포그(fog)가 합쳐진 말이다. 산업혁명 후 석탄과 석유 사용량이 늘고 공장과 자동차에서 매연을 내뿜어 대면서 스모그라는 인공재해가 만들어졌다. 스모그는 호흡기와 심장에 이상을 일으키고 심지어 암까지 유발한다. 임신과 출산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역대급 스모그로는 단시간에 수천 명의 목숨을 앗아간 ‘영국 런던의 스모그’가 유명하다. 1952년 12월 5일 발생한 스모그는 닷새 동안 런던에 머물면서 4천 명의 목숨을 앗았다. 겨울철 난방과 공장가동에 사용되던 석탄이 주범이었다. 정제되지 않은 연기가 배출되어 안개와 합쳐져 스모그를 형성한 것이다. 노인, 어린이, 허약자 등이 치명상을 입었다. 세계에서 대기 질이 가장 나쁜 인도에서도 매년 1만 명이 스모그로 목숨을 잃는다고 한다.베이징에서 발생한 스모그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고 한다. 겨울철에 자주 발생하는 중국발 황사와 겹쳐 한반도의 대기를 위협하는 모양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도 일상에서 미세먼지에 대해 매우 민감해져 있다. 스모그 피해를 상상한다면 지금보다 더 민감하게 대응하는 것이 오히려 옳을 것 같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11-30

전자담배 유해성 논란

전자담배는 전자 기기로 니코틴을 흡입할 수 있게 만든 것으로, 2003년 중국의 루옌(RUYAN)에서 최초로 개발했다. 초음파나 열로 카트리지에 담긴 액상을 기화시켜 사용자가 액상을 들이마실 수 있게 해준다. 한국에서 대중적으로 이용하는 전자 담배의 유형에는 액상형과 궐련형 두 가지가 있다. 일반적으로 전자 담배라면 액상을 기화해 피우는 액상형 전자 담배를 말하고, 궐련형 담배도 최근 유행하고 있다. 액상형은 니코틴이 들어있는 액체를 끓여 피우는 것이고, 궐련형은 기존의 담배처럼 담뱃잎을 사용하지만 담뱃잎을 쪄서 혹은 가열해서 피우는 원리이다.전자담배의 유해성에 대해서는 논란이 뜨겁다. 대한금연학회는 최근 미국 담배회사 필립모리스의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에 발암물질 성분 3가지가 일반 담배보다 최대 4.6배 많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혀 논란에 불을 지피고 있다. 금연학회는 필립모리스가 아이코스가 덜 위험한 담배인 ‘위해저감담배제품(MRTP)’으로 승인받기 위해 미 식품의약국(FDA)에 제출한 데이터를 분석했다고 밝혔다. 학회에 따르면 국제암연구소(IARC)가 규정한 발암물질인 부티로락톤(Butyrolactone) 등 3가지 성분은 일반 담배와 비교하면 함유량이 최대 460%까지 증가했다는 것.담배회사의 반격도 만만찮다. 필립모리스는 최근 서울행정법원에“궐련형 전자담배에도 일반 담배와 다름없는 양의 니코틴과 타르가 함유돼 있다”는 식약처의 ‘궐련형 전자담배 유해성 분석 결과’발표의 근거에 대해 정보공개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최근 일본 국립보건의료과학원의 나오키 쿠누키타 박사의 주장을 인용, 궐련형 전자담배의 배출물 중 한국 식약처가 타르로 통칭한 물질의 대부분이 의약품으로 쓰이는 등 인체에 무해한 습윤제 글리세롤이라고 주장했다.어쨌든 전자담배도 엄연히 중독성 강한 니코틴이 들어있는 담배인데다 액상 제조과정에서 어떤 유해성분에 노출될지 모른다는 점을 생각하면 금연을 하려면 전자 담배가 아니라 금연보조제를 선택하는 게 더 낫다는 게 전문가의 조언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8-11-29

‘국민의 뜻’

최근 국제사회에서 ‘국민의 뜻’으로 결정한 두 가지 중대한 일이 벌어졌다. 그 하나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결정한 브렉시트에 대한 합의문 서명이다. 25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유럽연합 지도자와 영국이 ‘영국의 EU 탈퇴’에 공식 서명하고 결별을 선언했다. 영국이 유럽연합에 가입한지 43년만의 이별이다. 영국의 EU 탈퇴는 영국이 유럽연합 회원국으로 얻는 것보다 탈퇴 후 얻게 될 이득이 더 많을 것으로 기대하는 국민의 요구에서 출발했다. 난민 문제와 EU 통합국가로서 영국민의 회의 등 복합적인 이유로 2016년 EU 탈퇴를 묻는 국민투표를 진행했다. 국민투표에 참여한 영국 국민의 51.9%가 찬성했고, 반대도 48%나 나왔다. 근소한 표차다. 국민적 갈등도 적잖았다. 그러나 국민투표에 의한 결정인만큼 민주적 원칙에 따라 국민의 뜻은 EU 탈퇴로 종결됐다.또 하나의 일은 지난 24일 대만에서 있은 국민 투표다. 대만을 탈원전 국가로 만들겠다는 차이잉원 정부의 핵폐기 정책이 국민의 선택으로 폐기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대만은 환태평양 지진대에 있어 원전사고에 대한 공포가 큰 나라다. 그럼에도 탈원전 정책이 폐기돼야 할 입장에 처한 것은 탈원전에 대한 국민적 설득이 부족한 탓으로 보인다. 국민이 느끼는 불안정한 전력 수급 등이 직접적 원인이라 한다. 원전 가동을 중단하고 태양광같은 재생 에너지 비율을 높이려는 정책적 시도로서는 역부족이었던 모양이다.대만은 탈원전을 추진하는 한국정부가 벤치마킹해 온 나라다. 이런 점에서 우리의 탈원전 정책 변화에 대한 민감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벌써 국민투표로 확인하자는 정치적 공세도 벌인다.국민의 뜻이란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할 때 비로소 그 의미가 있는 것이다. 국민이 편하고 행복해지는 정치를 뜻한다. 정치인이 아전인수(我田引水)격으로 말하는 국민의 뜻은 왜곡되거나 정치적 수사에 불과한 때가 많았다. 국민투표는 대의 민주주의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민주주의 정치제도의 한 형태다. 탈원전에 대한 국민 투표, 우리는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궁금하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11-28

엇갈리는 선거제 논의

선거제 개혁을 둘러싸고 여야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야3당이 도입을 주장하는 선거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 득표율로 지역구 의석을 결정하는 국회의원 선거 방식이다. 사표를 방지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대안으로 여겨지며 ‘독일식 비례대표제’ 또는‘독일식 정당명부제’라고도 한다. 한마디로 얘기하면 정당별 총 의석수가 정당 지지율에 의해서만 결정된다. 예를 들어. 서울의 총 의석이 지역구와 비례대표 합쳐서 100석이라 가정하자. 정당 투표에서 지지율이 A당 30%, B당 10%로 나타났다면 A당은 30석, B당은 10석을 배분하게 된다. 이 경우 A당의 지역구 당선자가 20명이면 이들은 자동으로 당선이 확정되며 나머지 10명은 비례대표 후보 순서에 따라 당선된다. 그리고 만약 B당이 지역구 당선자가 한 명도 없다면 10명 모두 비례대표 후보 순서에 따라 당선자를 결정한다.민주당은 그동안 비례성·대표성 강화 개혁에 찬성한다는 큰 원칙만 밝혀 왔는데 지난 23일 이해찬 대표가 “정확하게 말하면 그동안 민주당이 공약한 것은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라고 밝혀 연동형 비례대표제에서 방향을 틀었다.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는 전국을 크게 6개 권역으로 나눠 각 권역의 정당 지지율에 따라 비례의석을 나눈다. 반면 야3당이 주장하는 100% 연동형 비례대표제도는 전국을 단일선거구로 보고 정당 지지율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을 나누기 때문에 현행 지역구 의석 253석을 기준으로 하면 비례대표 의석이 현행보다 60석 이상 늘어난다. 이에 비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015년 마련한 권역별 비례대표제도를 도입하면 20석 안팎 의석이 늘어난다. 자유한국당은 입장이 또 다르다. 지역구에서 동반 당선하는 중·대 선거구제를 원한다. 현역 의원이 유리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이처럼 여당과 제1야당이 지난 대선때 공약했던 연동형 비례대표제에서 발을 빼려하니 선거제 개혁 논의는 지지부진하고, 군소정당만 애가 탄다. 그러나 한치 앞을 모르는 게 정치인 데, 정치공학적 손익계산대로 이익이 분배될 지는 두고 볼 일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8-11-27

경주 마애불(磨崖佛) 복원

경주 남산 열암곡 마애불의 비밀은 과연 밝혀질까. 최근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경주 남산 열암곡 마애불이 1430년 발생한 규모 6.4 지진으로 쓰러진 것으로 추정했다. 이 불상의 원래 위치는 정확치는 않지만 지금 위치보다 5m 산 위쪽일 것으로 보고 있으며, 불상이 바라본 방향은 서북서쪽으로 유추했다. 남산 마애불은 2007년 5월 경주문화재연구소가 열암곡 석불좌상 일대를 조사하던 중 발견한 유물이다. 10년 넘게 엎어진 채 땅만 바라보고 있는 마애불은 21세기 발견된 유물 중 가장 흥미로운 것으로 평가되는 우리의 유산이다.8세기 후반 통일신라시대 만들어진 것으로 당시 불상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은 물론이다. 현재 문화재청에 보물 신청을 해놓고 있다. 문화계에서는 당장 국보로 지정해도 손색이 없을만큼 자태가 아름답고 보존상태도 완벽하다고도 한다. 마애불은 지진에도 불구하고 기적적으로 부처님의 얼굴(相好)이 잘 보존돼 더 유명세를 타고 있다.마애불이 새겨진 화강암의 무게는 70∼80t 정도로 추정된다. 불상이 쓰러지면서 불과 5cm를 사이에 두고 암반과 부딪히지 않았다. 기적이라 한다. 오뚝한 콧날과 원만하고 이지적인 부처님의 모습이 완벽하게 살아 있다고 한다. 아마 당시 신라인의 대표적 모습이 될 수 있을 것이란 평가도 있다.마애불의 복원이 검토되는 모양이다.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지난 18일 남산 마애불의 현지를 탐방했고 불상을 일으켜 세우는 방법 등에 대해서도 논의를 벌였다고 한다. 어떻게 진척이 될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매우 흥미로운 일이 진행되고 있음에는 틀림없다. 600년 전 신라인의 또다른 비밀이 벗겨질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때마침 기울어져 세계적 명성을 알리고 있는 이탈리아 ‘피사의 탑’이 당국의 끈질긴 노력으로 조금씩 바로 서고 있다는 뉴스가 나왔다. 1173년 건축을 시작할 때 기울어져 왔던 이 탑은 결함으로 유명해진 탑이다. 당국은 매년 1cm씩 기울어가던 이 탑의 안전성 보강을 위해 섬세한 노력을 기울인 결과 기울기가 멈췄다고 발표했다. 문화재는 후손들의 관심과 노력으로 빛을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 소식이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11-26

반도체 신화 강기동 박사

문익점이 중국으로부터 목화씨를 몰래 들여왔다면 반도체를 한국에 들여와 전파한 사람은 강기동 박사(84)다. 얼마 전 모 일간지에 강 박사의 근황이 소개됐다. 강 박사는 현재 미국 네바다주 리노라는 외곽 주택가에 살고 있다. 서울대 공대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 그는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모토로라에서 반도체를 만들며 일하던 그는 1974년 모국인 한국 땅에 반도체 회사를 설립했다. 문익점이 추위에 떠는 백성이 입어야 할 옷을 걱정했던 것처럼 그는 한국의 미래를 위해 반도체라는 황금 거위를 한국에 가져 온 것이다.그가 세운 한국반도체(주)는 국내 최초로 반도체(손목시계용 칩)를 만들었다. 중동 전쟁으로 유류 파동이 나면서 이 회사는 1년만에 파산한다. 삼성이 인수했다. 이것이 오늘날 삼성반도체의 시작이다. 일간지는 그가 갖고 왔던 원천기술이 한국반도체의 모태가 됐다고 소개했고, 그를 한국 반도체의 신화라 했다. 그는 최근 ‘강기동과 한국 반도체’라는 자서전을 냈다. 출판기념회 참석차 지난 11월 한국을 방문한 그는 한국의 반도체 산업을 크게 일군 삼성의 공로를 고마워했다. 이 책에서는 첨단 반도체 제조 기술을 한국으로 가져오기까지의 과정을 상세히 기술하고 있다.반도체는 우리나라 경제를 버티는 튼튼한 버팀목이다. 나라 전체 수출 품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2%나 된다. 올 들어 10월 현재 국내 반도체 수출 누적액은 전년보다 10% 정도 늘었다. 단일품목으로 최초로 1천억 달러를 돌파했다. 세계 반도체 시장의 20%를 우리가 점유하고 있을 정도로 반도체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최근 한국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반도체 산업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소식이 잦다. 세계 최대 반도체 수요국인 중국이 한국을 견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한국경제는 그동안 반도체 착시라 할만큼 반도체에 지나치게 의존해 왔다. 반도체 산업에 불황이 닥치면 우리경제는 예측불허의 상황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도 있다. 강 박사처럼 한국의 반도체를 지키려는 누군가의 의지가 필요하다. 신화는 원래 숨어서 만들어지는 법이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11-23

부동산 빅데이터 시대

빅데이터는 디지털 혁명과 소셜미디어의 등장으로 급증한 대량 데이터에서 가치를 뽑아내고 결과를 분석하는 기술을 말한다. 2012년 전 세계에서 생성된 데이터 규모는 1.8조 기가바이트로, DVD에 저장하면 지구에서 달까지 두 번 쌓을 수 있을 양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시대가 열리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들이 주택 관련 단순 정보 제공을 넘어 아파트 가격 예측, 등기 비용 계산 등 서비스 영역을 다양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부동산 빅데이터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서비스는 지난달부터 지인플러스가 전국 아파트 가격 변화 예측 서비스를 무료 제공하는 빅데이터 기반 웹사이트 ‘부동산지인’이다. 전국 4만3천여 단지를 대상으로, 고객이 선택한 아파트 가격 등락과 수요 증감, 가격 변동상 특징 및 주기 등을 반영한 ‘지인 지수’를 산출하고 이를 토대로 가격 변화 전망과 최적의 거래 시점을 일러준다.지역별로 원룸 등 전·월세 시세 정보를 예측해 제시하는 ‘다방’은 자체 분석센터에서 임대 매물 관련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축적하고 있다. 신축빌라 시세정보를 제공하는 ‘집나와’는 독자 개발한 인공지능(AI) 알고리즘 ‘빅그램(biggram)’을 통해 도출한 빌라 가치 평가 자료를 제공한다.‘직방’도 빅데이터랩 서비스를 통해 전국 100가구 이상 아파트 및 주상복합 단지의 시세 변동, 학군 및 역세권, 인구 흐름 등의 정보를 제공한다. KB국민은행의 ‘KB부동산 리브온(Liiv ON)’은 양도세, 증여세, 취득세 등 부동산 세금을 계산해주는 챗봇 ‘셀리몬(Sellymon)’을 출시했다.리브온의 웹사이트 또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 주소만 입력하면 해당 부동산 관련 세금이 산출된다. ‘부동산114’도 하루 30만건에 달하는 자체 생산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운영하는 부동산통계 솔루션 렙스(REPSㆍReal Estate Power Solution)는 전국에 포진한 소속 부동산중개사무소의 정보를 바탕으로 부동산 공급 및 가격 동향을 시계열 데이터로 제공하고 있다. 데이터가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신성장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는 현실을 목도하고 있는 셈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8-11-22

청년들이 우울증에

국민들이 실제로 느끼는 경제적 생활의 고통을 계량화하여 수치로 나타낸 것을 경제학 용어로는 ‘경제고통지수’라 부른다. 미국의 경제학자 아서 오쿤이 고안한 것으로 고통지수가 클수록 국민이 느끼는 경제적 어려움도 높아진다. 일정기간 동안의 소비자 물가상승률과 실업률을 합하여 소득증가율을 뺀 수치로 이를 측정한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청년층 물가상승률과 청년실업률을 더한 지표로 환산해 나온 수치를 청년경제고통지수라 부른다. 작년 9월 국내 한 경제연구소가 발표한 우리의 청년경제고통지수는 24.9%로 나타나 전년 대비 2.6%포인트가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우리나라의 청년실업률이 장기화되면서 청년들의 정신건강에 빨간불이 켜졌다고 한다. 취업대란 속에 우울증, 화병, 공황장애같은 질병을 호소하는 젊은이가 늘고 있다는 우울한 소식이다.건겅보험공단 집계에 따르면 2013년 4만7천 명이던 우리나라 20대 우울증 환자는 지난해에는 7만5천 명으로 5년만에 58%가 급증했다. 전체 연령대 평균 증가율 16.5%의 3.5배나 되는 수치다. 특히 화병은 다른 연령대에서는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10대와 20대에서는 되레 증가하는 현상을 보였다고 한다.전문가들은 젊은층의 극심한 취업난이 이 같은 질병을 유발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국가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청년들이 받는 경제고통지수가 악화일로에 있음이 확인된 결과라 할 수 있다.올해 들어 우리나라 청년 실업률은 10%대를 넘어섰다. 우리나라 평균 실업률 4%를 훨씬 상회하는 수치로 IMF체제 편입 이후 19년래 최악의 상황이라 한다. 최근 숙식비를 아끼기 위해 건설현장 아무 곳이나 숙소를 삼고 일하는 ‘숙노꾼’도 늘고 있다고 한다. ‘숙노꾼’은 숙식과 노가다(막노동)를 줄여 부른 말인데, 취업이 잘 안 되는 젊은층의 발길이 최근에는 이런 곳에까지 잦아지고 있다고 한다.경제적 고통만큼 참기 힘든 일도 드물다. 한창 일하고픈 나이에 일자리가 없어 우울증을 호소해야 하는 젊은이가 는다는 사실이 속상하다. 당국의 속 시원한 해결책은 없나./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11-21

위기의 ‘제로페이’ 사업

이른바 ‘제로페이’는 소비자가 카카오페이, 티머니페이, 페이코, 티머니, 비씨카드 등 이미 출시된 간편앱을 켜서 매장 단말기의 QR리더기에 대면 은행계좌에 있던 현금이 소상공인에게 바로 이체되는 시스템을 말한다. 이때 발생하는 이체 수수료 및 결제 앱 이용료는 협약을 맺은 은행 및 간편 결제사업자가 부담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수수료는 0원이 된다. 특히 제로페이를 사용할 경우 사용대금에 대해 40% 소득공제 혜택이 있으며, 각종 문화시설과 공영주차장 등 할인혜택이 있다. 소상공인, 판매자들은 일반 신용카드를 받을 때처럼 수수료를 부담하지 않아도 되니 모두 환영하는 제도다. 그래서 정부와 서울시가 오는 12월 17일부터 제로페이 시범사업을 시행하기로 하고 공동가맹점을 모집하고 있지만 제도 시행 전부터 잡음이 일고 있다. 시중은행들이 계좌이체에서 나오는 수수료 수익을 포기하는 것은 물론 결제플랫폼을 구축·운영하는 비용까지 떠안아야 하는 상황에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제로페이는 기존 신용카드 결제 과정에서 부과되는 카드사 수수료, 부가통신업자(VAN사) 수수료 등 중간단계를 줄인 것이 핵심이다. 이러한 계좌 간 거래에서 은행은 통상 50~500원의 수수료를 가져간다. 그러나 제로페이에 참여한 은행은 이 수수료를 아예 받지 않거나 깎아주기로 했다. 가맹점 연 매출액을 기준으로 8억원 이하는 수수료를 아예 받지 않고, 매출액 8억~12억원은 0.3%, 12억원 초과는 0.5%만 받게 된다. 정부와 서울시는 신용카드나 체크카드에 익숙한 소비자들이 제로페이로 갈아타도록 제로페이 소득공제 혜택도 40%로 높이기로 했다. 신용카드의 소득공제율 15%보다 25%포인트, 체크카드의 소득공제율 30%와 비교해도 10%포인트 높다. 제로페이의 취지가 소상공인이 무리한 카드수수료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것이어서 나름 호평을 받고있다. 하지만 수익성이 없는 사업에 운영비용까지 부담해야 할 은행으로선 입장이 난감한 모양이다. 제도적 보완을 해서라도 제로페이가 널리 도입될 수 있기를 바라는 게 서민이나 소상공인 마음이 아닐까 싶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8-11-20

‘매천시장’

재래시장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서민의 삶이 서린 곳, 인정과 훈훈한 민심을 느낄 수 있는 곳 등이 그런 곳이다. 물건값을 깎아 준다거나 한 줌 더 얹어 건네주는 상인의 따뜻한 손길에서 시장을 찾는 사람들은 사람 사는 맛을 느끼는 곳이기도 하다. 도시화로 대형마트가 대거 등장하면서 우리의 전통적 재래시장은 이제 서민의 곁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서민의 삶이 살아 숨쉬는 현장임에는 부인할 수가 없다.행복 북구문화재단이 ‘매천시장’이란 이름의 창작 뮤지컬을 만들었다. 국제적 뮤지컬 도시를 꿈꾸는 대구에서 서민의 애환이 서려 있는 재래시장을 소재로 한 작품이 만들어져 각별한 관심이 간다. 전국 18개 문화예술회관을 대상으로 공모했는데, 이 지역에서 낸 작품이 선정된 것도 뜻깊은 일로 보인다. 행사를 주최한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는 뮤지컬 ‘매천시장’이 소재의 참신성과 지역특성이 잘 반영된 작품으로 평가했다고 한다.“새벽을 여는 사람들”이란 부제가 보여주듯 이 작품은 도매시장 상인과 경매사, 농민, 손님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그들의 삶을 조명했다. 새벽부터 분주히 움직이는 도매시장의 역동성을 표현하고 재래시장에서 느낄 수 있는 소박한 삶의 이야기를 뮤지컬로 한 작품이다.대구 매천시장은 북구 매천동에 있는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을 약칭해 부르는 이름이다. 대구 유일의 도매시장이지만 한강 이남에서 가장 많은 농산물이 유통된다. 이곳에서 거래되는 농산물 금액만 무려 연간 1조 원에 달한다. 거래 물량이 55만t 정도라고 하니 그 규모를 알만하다. 부지 15만4천㎡, 건축면적 9만6천㎡이나 30년이 지나면서 건물이 낡은데다 구조의 불합리로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다고 해 대구시가 2023년까지 시설현대화 사업을 추진해 시장의 기능을 대폭 확대할 계획이라고 한다.이번 뮤지컬 ‘매천시장’은 뮤지컬의 생성과정이 우수했을 뿐 아니라 서울 다음으로 큰 우리지역 도매 기능을 가진 매천시장의 홍보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21일부터 북구 ‘어울아트센터’에서 개막된다고 한다. 한 번쯤 구경 가 봐도 좋겠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11-19

만추(晩秋)

겨울의 초입(初入)에 와 있다. 겨울의 초입이라는 말보다는 만추라는 말이 훨씬 정감가는 계절이다. 올해 가을 단풍은 유난히 아름답다. 보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느낌이 다르겠지만, 단풍을 바라보는 이의 마음에는 순수함이 배어 있다. 그래서 누구나 시상을 떠올리는 계절이다. 늦은 가을이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짙어가는 단풍 빛깔 때문인지 아니면 시간의 아쉬움 때문이지 모르나 늦가을은 사람의 마음을 끌기에 충분하다.만추가 되면 생각나는 것이 두 가지가 있다. 구르몽의 ‘낙엽’이란 시와 1960년대 영화 ‘만추’다. 구르몽의 낙엽은 가을이 되면 많은 사람이 애송하는 시다. 프랑스 시인 구르몽이 34살에 발표한 작품으로 젊은 나이답지 않게 뛰어난 감각과 상상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한 구절만 인용해 본다.“낙엽 빛깔은 정답고 모양은 쓸쓸하다. 낙엽은 버림받고 땅 위에 흩어져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시몬이란 여성에 대한 강렬한 애정을 담은 시라 한다. 만추의 계절에 한번쯤 외워볼만한 시다.영화 ‘만추’는 1966년 이만희 감독의 작품으로 한국 영화사의 걸작품으로 손꼽힌다. 모범수 여인과 위조지폐범의 사랑을 그린 내용이다. 얼마 전 작고한 영화계 스타 신성일과 문정숙이 출연한 영화다. 당시에 15만 관객을 동원했다고 한다. 2011년에는 중국배우 ‘탕웨이’가 주연을 맡아 리메이크되기도 한 영화다.만추의 계절이 되면 깊어가는 가을의 느낌을 맛볼 수 있는 곳으로 한번은 떠나보면 어떨까 싶다. 생각의 시간을 가져서 좋고 마음마저 힐링되는 느낌을 가져서 더 좋다. 인터넷에 소개된 경북의 명소로 몇 군데가 눈에 띈다.삼릉으로 가는 경주 남산 둘레길이다. 경주는 문화재와 함께 가을의 청취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주왕산 달기약수터길과 소백산 자락길도 추천 코스다. 불영사 계곡 녹색길, 운문사 경내를 둘러보면서 청도 운문사 솔바람길을 걷는 것도 멋지다. 만추의 분위기에 푹 빠져 일상에 지친 나를 달래보자. 혼자라도 좋고 가족과 함께라도 좋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