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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와 위앙

슈퍼관리자
등록일 2009-07-31 22:20 게재일 2009-07-3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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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시대 말기의 위나라 공족(公族) 출신인 위앙은 일찍부터 형명학(刑名學)에 조예가 깊었다.

위나라에 사관(仕官)하려 하였으나 받아주지 않아, 진나라로 가서 효공에게 채용되면서 부국강병의 계책을 세워 당시 보수파였으며 인의를 바탕으로 인치를 내세우던 유가(儒家)와 투쟁하면서 형법, 가족법, 토지법 등 여러 방면에 걸친 대개혁을 단행함으로써 후일 진 제국 성립의 기반을 세운다.

그 공적으로 열후(列侯)에 봉해지고 상(商)을 봉토로 받으면서 상앙이라 불렀다. 중국 전국시대의 정치가로서 법가(法家)의 원조(元祖)였으며 통일국가 형성기에 관한 귀중한 사료인 그의 저서 상군서(商君書)가 전해지고 있다.

위앙이 처음 진나라로 왔을 당시 진나라의 백성들이 엄청난 생활고를 겪고 있음을 알게 되었고 진효공에게 백성들의 어려운 상황을 거론 후 그의 제안이 받아들여지자 합리적인 법 체제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신법을 반포한 후 처음부터 이 신법을 악법이라고 몰아붙이는 사례가 빈번한 보수적인 사회상황에서 개혁적인 신법을 따르게 하기 위해 일부러 수도의 남문에 긴 장대를 세워놓고서 누구든지 이 장대를 북문으로 옮긴 사람에게 황금 열 덩어리를 준다고 명령했다.

귀족들과 정부에 대한 오랜 불신과 손 한번 움직여 금 덩어리를 얻으리라는 기대를 백성들은 아무도 믿지 않아 장대를 옮기려 하지 않았다.

그래서 상금을 금 쉰 덩어리로 올렸다. 그러자 한 사람이 호기심에 장대를 북문으로 옮겼더니, 정말로 상금을 탔다.

이로부터 사람들은 나라의 명령에 의심을 품지 않게 되었다 한다. 그 후 귀족의 세록제(世祿制)를 폐지하고 농사와 전쟁에 공이 있는 사람에게는 큰상을 내리고 관직과 작위를 내리되 하는 일 없이 빈둥거리는 사람에게는 세금과 부역을 가중시켰다. 그리고 각 부족들 간의 고질적인 물로 인한 분쟁으로 법을 어기고 과격하게 행동을 일으킨 자들을 진효공과의 논쟁 끝에 재가를 얻어 처형하기에 이른다.

또한 위앙은 신법 시행 중 태자가 법을 범하자 태부 공자건(公子虔)은 참수형에 처하고 사부(師傅)인 공손가(公孫賈)는 묵형(墨刑)에 처벌하여 법 앞에서는 누구든 평등하며 법을 어기면 상응하는 처벌을 받는다는 결과를 보자 백성들이 비로소 신법을 따랐다 한다.

법가사상의 21년간 진나라의 재상(宰相)으로 있으면서 엄격한 법치주의 정치를 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원한을 사서 효공이 죽자 반대파들에 의해 거열형(裂刑)에 처해지지만 이 법은 기원전 207년 진나라가 항우에 의해 망할 때까지 진나라의 통치수단이 되었다.

고대 봉건군주제 사회에서 그가 세운 법의 지위고하에 대한 평등정신은 오늘날 우리의 민주사회에 전하는 의미는 매우 크다고 본다.

우리는 예로부터 문화민족으로 자랑해 왔다. 우리나라에 인간의 자유와 평등을 기본으로 하는 민주주의 사상이 들어온 것은 19세기 후반이다.

봉건적인 전제군주 체제가 유지되는 가운데 개화파의 일부는 새로이 들어온 서양의 근대 사상을 수용하고 새로운 정치체제의 수립을 주장하였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일제강점기의 모든 항일 투쟁 세력은 새로운 민주적인 국가의 수립을 목표로 하였고 대한민국 임시정부 역시 민주적인 정부를 수립한다는 것을 임시 헌장을 통해 분명히 내세우고 있다.

민주주의의 근간은 법치주의이다. 준법정신은 법률을 지켜나가는 정신이며 그 나라 국민들의 민주의식이나 문화수준을 나타내는 척도라고 하겠다.

문화가 발달된 나라일수록 법률이 잘 지켜진다. 미개한 나라일수록 국민들 사이에서 법률이 잘 지켜지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타협이 안 되면 결과에 순응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정신이건만, 소수가 다수의 결과를 부정하고 `부정의 부정`이라는 극단적 사고로 대화와 타협이 실종된다면 선거는 왜 하는가.

그들도 분명 결과로 국회의원이 되었을 텐데, 국회에서 해머나 소화기가 등장하고, 공중부양하고, 때리고, 부수는 난투극의 `난장판 국회`의 본보기가 이 사회에 미친 영향은 개인이나 집단의 영욕과 향락을 위해 민주주의로 위장하고 무차별 폭력이 정당화되는 시위현장이나 범법행위가 적당한 변론으로 합리화되고 있는 것이다. 관습과 도덕 그리고 법률로써 규율이 지켜지는 것이 진정한 민주주의다.

우리의 현 사회를 고대(古代) 법가사상의 원조인 위앙이 지켜본다면 그는 이런 말을 할 것이다. `민주라는 단어를 함부로 쓰지 말라. 진정한 민주주의는 준법정신을 토양으로 자란다고,` 공동체의 질서의식은 좋은 습관과 좋은 이웃을 만들며 아름다운 도덕은 우리 사회를 평화로운 터전으로 만들어 준다는 것을 우리는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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