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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아 무한으로 가자!

슈퍼관리자
등록일 2009-09-24 22:30 게재일 2009-09-2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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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영서양화가
국토, 국민, 주권을 가리켜 국가를 구성하는 3대 요소라고 한다. 이 세 가지 중에서 어느 것 하나라도 빠지면 나라 꼴을 갖추지 못한다. 그리고 강대국이 되는 조건 중에서 국토의 크기보다 더 중요한 것이 국민의 수다. 적어도 나라의 인구가 1억은 넘어야 강대국의 반열에 들 수 있다고 한다. 이웃 일본도 국토는 그다지 넓지 않지만 인구로는 남한의 3배가 넘어 인구수로도 결코 만만한 나라가 아니다.

거기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남북한 다 합쳐봐야 7천만 남짓이라고 하니 강대국이 되려면, 콩나물시루가 되더라도 국민의 수를 늘리는 데 힘을 쏟아야겠다. 그런데 그것이 그리 간단하지가 않으니 문제다.

한때는 아이 덜 낳기 운동이 요란하더니 지금은 아이 더 낳기 운동으로 매스컴이 부산을 떨지만, 갈수록 오히려 출산율은 떨어지고 있으니 이 캠페인은 그야말로 헛구호가 될지도 모른다. 그도 그럴 것이 아기를 임신하는 그 순간부터 들어가는 양육비가 장난이 아니기 때문이다. 임신 그날부터 산부인과를 들락거리면서 체크를 해야지, 일정기간이 지나면 초음파검사에 태교를 위한 여러 가지 프로그램이나 정보를 위한 비용도 만만치 않다.

달이 차서 출산을 하면 병원을 가야 하는데, 순산을 한다 해도 수십만의 병원비가 소요된다. 제왕절개의 난산일 때는 수백만 원이 들어가고, 조기 출산으로 인큐베이터 신세를 지는 경우는 수천만 원이 들어간다고 하니 임신 그 자체가 돈 먹는 하마라는 사실이다. 거기다가 맞벌이하는 부부라면 아이 양육 때문에 어느 한 쪽은 직장마저 쉬든가 끊어야 한다.

아기를 낳는데 벌써 이처럼 엄청난 비용이 드는데다가 아이의 양육비는 출산의 수십 배, 수백 배가 든다고 하니 임신을 한다는 자체가 분명히 모험이다. 각 지방자치단체마다 인구 늘리기 방책이라며 출산보조금을 지급하고 여러 가지 양육비지원을 약속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코끼리 코에 비스킷도 안 되는 사탕발림에 지나지 않는다. 유치원 가기도 전에 들어가기 시작하는 사교육비가 웬만한 중고등학교 교육비와 맞먹는다고 하니 아이 하나 키우려면 부부가 허리가 휘도록 벌지 않으면 안 된다. 요즘은 부부가 버는 것만으로도 모자라서 할아버지의 도움까지 받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라고 하니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 수를 늘리는 캠페인은 웃기는 말장난일 수밖에 없다.

복지정책이 최고인 유럽 어느 나라에서는 임신에서 대학교육까지 전액 국가가 책임을 지며 취업보다 임신이 더 낫다고 할 정도로 지원을 해 주어도 출산율이 올라가지 않더라고 하는데 우리처럼 이런 여건에서 출산을 장려한다는 것은 허공에 주먹질이다. 양육비보조라고 내놓은 쥐꼬리 같은 수당도 세 번째 자녀부터라고 하며 앞으론 두 자녀로 확대하겠다고는 하나 이것 역시 복지정책이라고 하기에는 턱없다.

우리 집에는 얼마 전에 새 식구가 태어났다. 며느리를 본지 일 년도 되지 못해 허니문 베이비로 손녀가 태어난 것이다. 꼬물대는 생명의 신비와 경이로움은 안아보지 않으면 모른다. 대부분의 할아버지들이 내 자식보다 더 귀여운 것이 손자라고 한다. 나 역시 그 범주를 뛰어넘지 못하는가보다. 하루하루 커가는 손녀의 모습을 보면서 창조주는 왜 내 자식보다 한 순배를 건너뛴 손자를 더 귀엽게 여기도록 만들었는지를 곰곰이 생각하게 한다. 그런데 이 아이를 키워야 하는 부모의 노고가 결코 만만치는 않을 것이라는 염려가 아기를 볼 때마다 문득문득 든다.

사교육비의 부담률이 OECD 회원국 중 최고라고 하며, 대학등록금이 비싸기로는 미국에 이어 2위라고 한다. 갈수록 출산율을 떨어뜨리는 부정적인 내용들만 터져 나오니 적령기를 앞둔 신세대들의 결혼율도 자꾸 낮아진단다. 자식을 낳아 양육해야 하는 어려운 부담을 짊어지지 않으려고 독신을 고집하는 젊은이들도 엄청나게 늘고 있다는 소문이다.

이러고서야 강대국으로 가는 국민의 수를 늘리는 것은 까마득한 일이다. 향우 십수 년 후면 지금의 인구수도 지키지 못하고 급격히 줄어들 전망이라고 한다. 말로만 출산율을 높여야 한다고 떠들어봤자 효과는 깡통이다. 인구를 늘릴 수 있는 획기적인 정책을 만들어 나가지 않으면 안 될 시점에 와있음을 정부는 깊이 헤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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