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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은 동물

슈퍼관리자
등록일 2009-08-13 22:33 게재일 2009-08-1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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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의 도덕경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생이불유(生而不有)위이불시(爲而不恃)장이부재(長而不宰)시위현덕(是謂玄德) `낳았으되 소유하지 아니하고, 행하였으되 기대하지 아니하며, 길렀으되 마음대로 부리지 아니하니, 이를 일러 그윽한 덕이라 한다.`”

이 말을 학자들에 따라서는 조금씩 다르게 해석하기도 하지만 대체적인 뜻은 자기 소유라고 여겨서 가지려하지 말며, 자기가 이룬 것이라고 해서 대가를 바라지 말고, 자기가 키웠다고 해서 함부로 할 수 있다고 여기지 않는 마음이 참 도를 깨우치는 덕스러움이다. 라고 해석하면 어떨까? 인간이 놓지 못하는 과욕을 스스로 깨우치고 겸양의 미덕을 쌓으라는 뜻으로 해석해 봄직도 하다.

지구 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들은 절대로 자기의 도를 넘어 소유하려 들지 않는다. 주어진 대로 먹고 마시며 거처하고 생육하되 어디까지나 순리대로 자연스럽게 살아간다.

그러나 유독 인간만은 이 순리를 저버리고 과욕에 사로잡힌다. 자신의 욕심 때문에 스스로가 지옥에 빠지는 줄도 모르고 끝없이 욕심만을 쫓아가는, 만물의 영장이라서 가장 지혜롭다는 착각에 빠진 어리석은 동물이 인간이기도 하다.

얼마 전에는 정치권의 모 인사께서 끗발 세다는 검찰총장자리를 준다기에 옳다구나 하고 덥석 물었다가 지금까지 분에 넘치는 욕심 덩어리들이 줄줄이 엮이어 나오면서 개망신을 당했다.

꼭 갓 삶은 무를 한입에 덥석 물었다가 이빨이 몽땅 빠진 똥개 꼴이 된 것이다. 인사청문회다 뭐다 해서 뒷구멍 파기를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 텐데 그만한 판단도 없이, 준다는 자리에만 급급하다 보니 그만 얼이 빠진 것이다.

나라의 법을 올바르게 관리해야 하는 막강한 자리를 뒷구멍에 구린내가 진동하는 이런 인사가 그 자리를 차지했더라면 결과는 보지 않아도 뻔하다.

노자의 이 말을 자식을 거느린 만천하 부모들에게 보내는 메시지쯤으로 보면 또한 어떨까? 대부분의 부모는 내가 낳은 자식이니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소유물이라고 생각하고, 자신의 소유이니 양육도 자신의 기준에 맞추어야 한다고 여긴다.

그리고 길렀으니 기대감도 엄청나다. 지금까지 수고하여 키웠으니 당연히 부모의 말씀도 잘 따라야 한다고 여기는 것이 모든 부모들이 바라는 기대치다.

그러나 노자는 말한다. 낳았으되 결코 내게 속해있는 한 부분으로 여기지 말며, 길렀으되 기대하지 말며, 이를 다 행했으니 내 뜻대로 부릴 수 있다고 여기지 말라는 것이다.

현 정부 초기 때 영어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한 적이 있었다. 그러자 영어조기교육 붐이 겨울바람에 이는 산불 같았다. 무턱대고 자녀교육이 유행에 따라가기 시작한 것이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나름대로 천부적인 소질을 타고난다고 한다. 언어에 뛰어난 소질을 타고 난 아이는 보통 아이들보다 훨씬 빨리 언어를 익히기 때문에 그런 아이들이 자라서 외교관이나 국제무역 등 외국어를 발판으로 하는 분야에 나가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데도 내 아이의 소질은 안중에도 없이 너나 할 것 없이 유행을 쫓아가는 꼴이다.

예능이나 체육에 소질이 있건 없건 유명인물이 나왔다면 그쪽으로 또 우르르 몰려간다. 북풍 한파에 이리저리 휘몰리는 물결 같은 형세가 우리나라 엄마들의 교육관이다.

아이의 인격을 바르게 키우겠다는 생각이 아니라 오직 유명세와 많은 수입이 보장된다는 것에 아이의 장래를 맡기려 한다. 이러니 전인적 인격을 갖춘 자녀로 양육하기란 어렵다.

거기다가 자신이 이루지 못했던 꿈까지도 덤으로 얹어서 아이들을 내몰다 보니 아침부터 파김치가 된 아이들을 보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인간이 가장 인간다워야 하는 부분이 지덕체를 조화롭게 갖추는 것이다. 그런데 지만 강조했으니 머리만 비대했지 생각이 따르지를 못한다. 예의도 없다. 정말로 이래도 되는가 하는 염려가 앞선다.

문득 성경 구절이 떠오른다. “또 아비들아 너희 자녀를 노엽게 하지 말고 오직 주의 교훈과 훈계로 양육하라(엡:6)” 오래 전에 강조했던 노자의 염려가 오늘 우리들이 진정으로 고민해 봐야 할 화두로 다가옴을 느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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