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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윤리

슈퍼관리자
등록일 2009-08-18 22:20 게재일 2009-08-1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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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대전 중 유럽에서는 1945년 5월 독일이 연합군에 항복해 전투가 끝났으나 일본은 필리핀에서 연합군에 맞서 싸우는 등 항복할 기미를 보이지 않자 미국의 트루먼 대통령은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한 중대한 결심을 내린다.

그 결과 1945년 8월 6일과 9일에 일본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인류사상 최초의 리틀보이(little boy)와 팻맨(fat man)으로 불리는 2개 원자폭탄이 각각 투하된 것이다.

이 원자폭탄은 한순간에 20여만 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갔고 두 도시를 거의 완파시켰으며 8월15일 일본이 무조건 항복을 선언해야 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는 미국 정부가 2차대전 중 비밀리에 추진한 암호명 `맨해튼 계획`의 결과였던 것이다.

핵폭탄 제조의 발단은 독일이 원자폭탄을 먼저 개발할 것을 우려한 아인슈타인이 1939년 8월 미국 과학자 질라드와 위그너의 권유로 당시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에게 보낸 핵무기개발 촉구 편지가 도화선이 되었다.

이 핵개발의 중심에는 당시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장을 맡고 있던 물리학자 율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가 함께 연구에 투입된 여러 과학자들과 핵폭탄의 핵심이 되는 기술들을 개발하여 성공을 거두면서 2차 세계대전을 종식하는데 한몫을 하게 된다.

2차 세계대전의 종료와 함께 미국과 소련을 중심으로 양분된 국제사회는 1949년 8월 소련의 핵폭탄 실험 성공을 계기로 미소 냉전이 시작되었으며 당황한 미국 정부는 소련의 폭탄을 능가하는 슈퍼폭탄을 포함한 모든 형태의 핵무기 연구를 계속 지시하게 하였다.

핵무기의 가공할 결과에 죄책감을 가지게 되고 당시 오펜하이머는 슈퍼핵무기 개발을 지시한 트루먼 대통령을 만나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핵무기의 개발을 금지하자는 그의 제안은 반공주의가 극성인 1950년대 미국에서 매카시즘이라는 마녀사냥에 휩싸이게 된다.

53년 12월 그에 관한 적대적인 내용을 담은 군 보안보고서가 발표되어 과거 잠깐의 급진적인 공산주의 활동 경력, 소련 간첩 명단 제출의 지연, 수소폭탄 제조 반대 등과 연루되었다는 명목으로 기소당했다.

보안 청문회는 오펜하이머의 모반혐의가 무죄임을 발표했으나 그의 군 기밀에 대한 접근을 금지시켰다.

이후 오펜하이머는1966년 프린스턴을 퇴직하고 다음해에 후두암으로 죽을 때까지 미국 정보부의 감시하에 시련을 겪는 불우한 삶이었으나 과학자의 역할을 열정적으로 다하게 된다.

오늘날 세계국가들은 군사적 우위를 점유하기 위해 핵무기를 개발하여 국제사회에서 핵무기보유국으로 인정받기를 원한다.

북한도 오랜 세월을 핵무기 개발로 세계에서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기 위해 미국을 비롯한 주변국들을 위협하는 미사일 시위와 핵실험을 지금도 지속하고 있다. 핵개발은 과학기술의 결정체이지만 무기로 변하는 순간 엄청난 규모의 자연과 생명을 파괴할 수 있다.

이렇듯 편리하고 훌륭한 과학도 그 양면성으로 인해 때론 우리에게 치명적이 될 수 있다. 무분별한 과학기술의 개발과 사용은 지구를 황폐화시키고 있으며 환경을 파괴하고 있다.

북한은 핵무기보유를 과시할지 모르지만 동족의 입장에서 보면 중요한 것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다.

6자회담이 잘되고 한반도에서 경제적 문화적의 동질성을 회복하는 것이 바로 오랜 세월 동안 갈라졌던 우리 민족의 숙원인 통일의 첫발이 아닌가.

새로운 원리와 사실을 밝혀내는 것이 과학이지만 과학 그 자체는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적 논리와 별개라는 이른바 과학의 가치중립성이라는 관념은 퇴색되고 있다. 핵무기나 화학물질의 개발이 환경오염을 일으키고 자연과 인간에 큰 영향을 주자 과학연구도 윤리적 행위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즉 과학이 윤리에 의해 통제받아야 한다는 논리가 강하다. 생명공학의 줄기세포 연구로 서울대 황우석의 `난자 의혹`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현대과학 연구에 있어서 윤리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우는 중요한 사례이다. 이렇듯 오늘날 과학기술 개발과 사회적 윤리관의 제어는 현대인에게 주어진 숙제이다.

인간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전제를 앞세운 과학과 생명의 존엄성을 기조로 한 윤리관은 인류문명을 발전시키며 이끌어가야 하는 두 개의 수레바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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