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완 기획재정부장관은 지난 10일 국회 저축은행 국정조사 특위에 출석, 저축은행 피해보상금을 `국민성금`으로 마련하자고 밝혔다. 그의 답변은 국정조사 특위위원들이 피해대책을 추궁한데 대한 것으로 국민은 이를 두고 어떻게 해석할지 궁금하다. 더욱 기가 찬 것은 그는 “국민의 따뜻한 마음을 모으는 것, 현재로서는 성금 이외에는 특별한 대안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이를 두고 여야 의원들은 이구동성으로 박 장관을 성토했다. 한나라당 현기환 의원은 “국민이 봉이냐” 민주당 신건 의원은 “구중궁궐에 앉은 장관께서 정말 실망스럽고 상상할 수 없는 발언을 했다”고 꼬집었다. 같은 당 우제창 의원은 “주범인 정부는 아무런 대책을 만들지 않고 이제 와서 국민성금을 걷자는 게 말이 되느냐”고 비난하는 등 의원들로부터 집중포화를 받았다. 국내 최대일 뿐 아니라 미국 금융가인 월스트리트조차 놀란 금융사고에 대해 주무장관이 수습책을 내 논 것이 고작 `국민성금`이었다. 남대문 화재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당시 당선자 신분으로 국민성금을 모으자고 했다고 호된 비판을 받기도 했었다.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한 금융사고 배경에 정치권이 개입했니, 조성된 수천억대의 비자금의 행방이 정치권으로 흘러갔다 등 정리되지 않은 사건에 대해 장관이 국민성금을 운운한 것은 금융 수장 자격 여부를 가려볼 필요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고물가, 실업율 증가 등 서민들의 정서는 바닥을 헤매고 있는데 이런 국민을 상대로 국민성금을 모금한다는 것은 `갈취행위`와도 진배없는 것이 아닌가.
더욱 가관인 것은 국회 특위의 자세다.현행 예금자보호법은 5천만원까지 보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특위는 보상금액을 2억원까지 상향하자고 했다가 정부와 청와대가 반발하자 6천만으로 수정하는 등 보상기준을 두고 갈팡질팡하고 있다. 또한 이를 위해 예금자보호법까지 개정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정치권이나 정부는 금융시장 질서와 법체계를 무시하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문제 해결에 국민 `혈세`가 쏟아져야 한다. 그러면 저축은행 예금자가 아닌 선의의 피해를 입는 국민들의 피해 또한 정부나 정치권이 보상할 수 있는 법적 체계도 만들어야 한다.
사금고 처럼 이용해 돈 잔치를 하고 감독기관에는 뇌물을, 정치권에는 정치자금을 제공한 저축은행에 대해 사실 규명은 접어두고 `혈세` 즉 `공적자금`을 쏟아 붓는 발상이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법과 원칙을 깨뜨리고 국민을 `봉`으로 착각하는 현실에 대한민국 시계가 돌아가고 있어 유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