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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잠 설치는` 직업운전자 아찔한 주행

권광순기자
등록일 2012-05-11 21:31 게재일 2012-05-11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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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 누적 운전이 대형사고 직·간접 원인<br>신기루 현상도 발생… 근무환경 개선 필요

속보=영업용 운전기사들의 과로운전이 여론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이는 상주시청 여자 사이클 선수들의 의성 교통참사<본지 1일자 1면 등 보도>와 최근 안동에서도 한밤 고속도로를 달리던 버스에서 운전기사가 졸도해 대형 사고가 날뻔한 아찔한 순간이 발생하면서 운전자들의 피로 누적에 따른 무리한 운전이 대형 사고의 직·간접 원인이 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

안동·의성 등지에서 지난 35년 동안 버스, 화물트럭 등 운수업에 종사했던 임재섭(59·안동시 태화동)씨는 `몇 년 전부터 택시 운전으로 생계수단을 바꿨다`며 운전 중 겪는 피로증에 대해 다음과 같이 털어놨다.

임씨는 버스의 경우 운행 댓수에 비해 운전사가 상대적으로 부족해 과다 근무가 불가피한 농촌지역에서는 하루 평균 15시간 이상씩 운전하는 등 근로시간과 열악한 환경이었다고 밝혔다.

결국 임씨는 큰 돈을 벌기 위해 10년 전부터 전국을 무대로 하는 개인 화물차 운수업을 시작했다. 대형 화물차 1대에 그때마다 물량이 접수되는대로 바로바로 처리해야 그나마 목돈을 손에 쥘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임씨는 일감을 따라 밤낮 할 것 없이 운전대를 잡다 보니 해가 거듭될수록 피로가 누적된 상태로 운전할 수밖에 없었다고 실토했다.

임씨는 지난 1일 의성 교통참사 지점과 유사하게 쭉 펼쳐진 편도 2차선 국도를 운전하다 겪은 아찔한 경험담을 얘기했다.

“분명 졸음운전이 아니었어요. 차량 엔진소리와 바퀴 마찰소리만 들릴 뿐 갑자기 전방 모든 사물이 5~6초 간 보이질 않았어요. 한 마디로 눈을 뜨고 멍한 상태에서 고속으로 달린거죠. 그러다가 그만…”

마치 신기루같이 전방이 순간적으로 보였다가 안 보였다가 수 초간 반복되는 이런 현상은 꾸불꾸불한 도로보다도 시야가 확 트인 직선도로에서 가끔 발생한다고 했다.

하루종일 엔진소리를 들으며 운전을 하다 보니 멍한 상태가 지속된다고 했다. 동료들 중 상당수가 이 같은 현상을 경험했다고 임씨는 털어놨다.

그런 경험으로 환갑을 앞둔 임씨는 겁이 덜컥 났다. 피로 누적이 안전운행의 저해 요인으로 작용해 나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도 희생될 수 있다는 사실에 그나마 비교적 자유로운 택시운전업을 선택한 이유라고 했다.

임씨는 자신의 경험을 들어 이번 의성에서 발생한 교통 참사의 경우 DMB 시청보다도 당시 사고 운전자가 고령인데다 피로누적으로 사고가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과중한 근로시간에다 납품시기 단축, 야간 시간대 등 열악한 근무환경이 안전 운행의 저해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

임씨는 얼마 전 안동 인근에서 한밤중 고속도로를 달리던 운전사가 졸도한 사건도 피로누적이 주원인이라는 예를 들었다. 당시 시속 100㎞ 이상으로 달리던 버스가 휘청거리며 대형 인명사고가 발생할 뻔했으나 다행히 한 승객의 기지로 위기를 넘겼다.

운수업계에서는 이러한 사고들에 여러 원인이 있지만 무엇보다 과도한 근무시간이 주된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해 한 시민단체에서 전국 버스 운전사 1천200명을 면접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정해진 배차시간을 맞추기 위해 과속, 신호위반 등이 불가피하다고 응답하면서도 통상 근무시간이 하루 평균 13시간57분에 달하고, 버스 운행 중 가장 큰 애로사항은 장시간 근로로 인한 피로누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의 운수업체들이 주기적인 정기교육과 특별교육 등 안전교육, 승차전 운전사에 대한 음주측정 및 건강상태를 체크하는 등 근무 환경 개선과 교통사고 예방에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

임씨는 “전국 운수업 종사자에 대한 체계적이고 상시적인 안전운행을 담보할 수 있는 정부차원의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안동/권광순기자

gskwo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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