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농민 “美 헬기 불시착으로 피해 입었는데 한마디 없다니…”

김상현·김남희·윤경보기자
등록일 2012-07-02 21:59 게재일 2012-07-02 4면
스크랩버튼
농작물 피해에 무책임한 미군

농민, “사고 3일째까지 출입 막고 헬기 잔해 무밭에 방치” 

해병대, “미군측 정보제공 않아” 

지난달 29일 포항시 남구 호미곶에서 미 해군 헬기가 불시착한 사건과 관련, 주한 미군이 구시대적 해결 자세로 일관하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1일 오후 사고가 난 강사리의 한 밭에는 헬기 잔해가 그대로 남아 있었고, 한·미 군 관계자들이 민간인들의 출입을 막아선 채 현장을 지키고 있었다.

해병대 관계자는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현재는 이번 헬기 사고에 대한 미 해군의 정보 공유 등이 없어 자세한 내용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포항시도 혼란스러운 건 마찬가지다. 포항시 관계자는 “미군 측에서 사고와 관련해 일절 언급을 해주지 않고 있어 피해자에게 어떻게 대처하라고 안내도 해 줄 수 없는 상황”이라며 답답해했다.

  △ 사고 현장 피해는?

주한미군 헬기가 불시착한 곳은 무밭으로 면적은 2천970㎡(900여 평).

수년 전부터 이 밭을 한국농어촌공사로부터 임차해 일궈온 오창우(54)씨는 이번 사고로 망연자실해 있다. 오씨는 헬기가 불시착하면서 프로펠러가 일으킨 강한 바람으로 1천485㎡(450여 평)의 무뿌리가 끊어졌다고 했다. 또 헬기에 불이 나면서 330㎡(100여 평)에 심은 무는 이미 불에 다 타버린 상태다.

오씨는 겨울엔 시금치를, 여름엔 무를 재배해왔다. 오씨는 3년 전부터 이 밭에서 나는 농산물에 대해 친환경 인증을 받아 일반 시금치보다 1천원 이상 더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사고로 친환경 인증을 박탈당할 위기에 놓였다. 화재로 인해 피해를 본 토지에 대해 부분적으로 흙은 메워야 하지만 기존 토지에 다른 토지의 흙이 섞이게 되면 `친환경`의 기준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사고 3일째까지 군은 물론 포항시도 오씨에게 피해 보상 등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오씨는 “피해 배상도 급하지만, 헬기 잔해를 치우는 것이 더 급하다. 언제까지 망가진 무밭을 내버려 둘 수 없는 일”이라며 “안일한 미군의 태도를 지켜 보며 지금이 과연 한미 동반자 시대가 맞는지 의심스럽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 배상 방안은?

그렇다면 오씨가 입은 피해에 대해 배상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은 있는 것일까? 

주한미군에 의한 피해를 배·보상 받는 방법은 예전에도 있었다. 하지만 관계 부처가 여러 개로 흩어져 있고, 지자체 담당 공무원도 제대로 알지 못해 자세히 안내해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오씨 역시 이번 피해에 대한 배상이 큰 걱정이다.

주한미군에 의한 피해를 본 경우 우선 해당 지역의 검찰청 배상 심의회로 연락해야 한다. 오씨의 경우 대구지구배상심의회(059-740-4673)로 연락하면 된다.

`공무 중 피해`는 우리 정부가 우선 피해자에게 배상하고 추후 주한미군 측에 구상권을 행사하게 돼 있다. 공무 중 피해는 군사 훈련으로 인한 피해, 공무용 차량으로 인한 교통사고 피해 등을 말한다.

이번 구룡포 농작물 피해는 주한미군이 미 해병대에 인력과 물자를 실어나르던 중이어서 공무 수행 중 피해로 분류되고 군사훈련 중 피해에 준해 배상신청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군사훈련 등으로 인한 피해 배상을 신청하려면 주한 미군측이 작성한 ‘훈련 피해 보고서’가 필요하다. 주한미군 배상 사무소나 가해자의 소속 부대에 신고해 주한미군 배상 조사관이 피해 지역을 방문해 훈련 피해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한다. 또 등기부 등본 또는 토지대장 등본, 복구비 영수증 또는 내역 명세서, 농지 경작자 증명원 또는 임대차 계약서, 사진 등 기타 피해 증빙 자료를 준비해 제출해야 한다. 

주한미군이 자신의 전적 과실을 인정하는 경우 배상금은 SOFA(한미행정협정)에 따라 미군에서 75%, 우리 정부 측에서 25%를 부담한다.

/김상현·김남희·윤경보기자

사회 기사리스트

더보기 이미지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