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노조 따른 난항 예상 깨고 임단협 타결 90%<br>동국제강 등 28개사 무교섭… 화합모드 정착
포항철강공단에서 노사분규가 사라졌다.
지난해까지만해도 공단내 2~3개 사업장에서 파업사태가 벌어지기도 했으나 올해는 분규 사업장이 단 한 곳도 없다. 이처럼 노사분규가 자취를 감추게 된 배경은 철강경기 침체 영향도 있지만 무엇보다 현재의 위기상황을 함께 극복하자는 성숙된 노사문화가 더 크게 작용한 것으로 업계는 분석한다.
근로자들이 붉은 머리띠를 두른 채 사업장 정문이나 도로 등에서 격렬히 농성하던 예전의 모습은 이제 찾아보기 힘들다. 포항철강공단의 이런 변화된 모습은 노사간에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구미공단(KEC)이나 경주용강공단(발레오전장시스템즈코리아)과는 대조적이다.
지역 경제계는 당초 지난해 7월 복수노조 시행으로 올해 철강공단업체의 노사간 임단협 교섭이 다소 난항을 겪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고보니 그 예상은 빗나갔다. 임단협 타결률은 오히려 작년보다 높았고, 무교섭 타결 사업장도 크게 늘었다.
13일 포항철강관리공단이 조사한 올해 공단업체 노사간 임단협 진행상황을 보면 노조가 있는 59개사 가운데 지난 10월말 현재 53개사가 타결해 90%(지난해 75~80%)의 높은 타결률을 보이고 있다. 특이한 것은 동국제강(주), 조선내화(주), OCI(주) 등 28개사는 올 임단협을 무교섭으로 타결한 것이다.
지난해의 경우 (주)세아제강 노조는 6월부터 8월까지 2개월여 동안 부분파업을 벌였고, 넥스틸(주) 노조도 천막농성을 벌이며 파업 54일만에 타결하는 등 임단협을 놓고 노사가 심한 갈등을 빚기도 했다.
포항철강관리공단 김영헌 관리차장은 “복수노조 시행 이후 올 임단협에 다소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타결률은 오히려 작년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며 “이는 글로벌 철강경기 침체 여파가 노사간 협상에 어느정도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시행 첫해를 맞은 복수노조제도도 무난하게 정착되고 있다는 평가다. 경북지방노동위원회가 최근 복수노조제도와 관련,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올 10월말까지 대구·경북지역에서 접수된 사건 118건 가운데 117건이 처리돼 99%의 처리율을 보였다는 것.
당초 복수노조 시행 당시에는 교섭창구 단일화 의무 규정 등으로 노사간 갈등보다는 노노간의 갈등이 심각할 것으로 우려됐으나 시행 1년이 지난 현재 이같은 문제점은 드러나지 않고 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간의 교섭대표 구성에 대한 갈등이 없었던 것도 어느 정도 작용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김명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