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씨는 사무실 바닥에 임계치에 가깝게 LPG 가스가 새어나와 있는 것을 모르고 라이트를 켰거나 전기스파크를 일으켜 폭발로 이어졌고, 그 옆에 있던 페인트가게에 있던 신나 등 강력 인화성 물질에 옮겨 붙어 2차 폭발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정식 허가받은 업체라면 반드시 가스감지기를 설치해 가스유출을 알 수 있었겠지만 구씨의 사무실은 단순 대기실이어서 안전장치도 없이 불법으로 가스통들을 놓아두고 있었다.
가스 폭발 당시 실내에 있었던 구씨는 전신 3도의 화상을 입었지만 밖으로 터져나가는 가스폭발의 특성상 도로에서 순찰하던 경찰관 2명이 사망하고, 가로수 한 그루가 부러졌다. 또 인근 시민 13명이 부상하고, 차량 13대가 파손됐으며, 상가 30여곳의 유리창과 간판 등이 부서졌다. 폭발음은 반경 3㎞까지 들릴 정도로, 5분간 7~8회나 계속되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원과 한국가스안전공사와 합동으로 정밀감식을 벌이고 있으니 조만간 정확한 사고경위가 밝혀질 것이다.
이같은 위험 업소가 시내에 많은데, 왜 평소에 점검 단속을 소홀히 했는지 때늦은 후회가 남는다. 대구지역에는 300여 곳의 LPG판매업소가 있고, 구씨 처럼 가스업체 주변에 개인사무실을 둔 배달원이 상당수 있을 것인데, 그 수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 안전시설을 갖추지 않고 위험물질을 보관하는 사례가 많은데도 이에 대한 단속이 없었던 안전불감증이 안타까울 뿐이다.
그보다 더 안타까운 일은 두 모범경찰관의 순직이다. 남호선(51) 경위와 전현호(39) 경사는 남다른 성실성으로 20회 이상 각종 표창을 받았다. 남경위는 동료들 사이에`교과서 형님`으로 불리며, 가장 골치 아픈 만취 난동객 처리를 후배에게 떠미는 일이 없었다고 한다. 또 그는 치매를 앓고 있는 80줄의 노모를 성실히 모시는 효자로 알려져 있다. 전 경사는 부인과 두 아들을 두고 있는데, 6살과 1살 짜리다. 이 유가족들이 어떻게 살아갈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경찰가족들과 시민들이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이 두 경찰관의 유가족들을 자신의 가족처럼 돌봐주었으면 한다. 그리고 철저한 점검과 단속으로 사고 재발을 막는 것이 두 경찰관의 희생에 답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