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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와 부실이 낳은 재앙

등록일 2014-02-26 02:01 게재일 2014-02-2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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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참사는 비리와 부실이 낳은 결과라는 것이 경찰 조사에서 속속 드러나고 있다. 우선 공사비가 상식선을 크게 벗어났다. 바닥면적 1천205㎡인 체육관을 1억4천만원에 짓기로 하고, 포항에 있는 S업체와 계약했는데, 건축업계는 “정상가격의 절반 수준”이라 했다. 절반 값에 건축하려면 값싼 자재를 쓸 수 밖에 없고, 공정도 부실하기 마련이다. 특히 경주시 담당 공무원은 “폭설에 건물이 무너질 수 있으니 제설작업을 철저히 하라”는 재해 당국의 공문을 무시하고, 업체에 전달조차 하지 않았다고 하니 결국 `총체적 부실과 비리와 직무유기`가 빚은 재앙이었다.

과거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사고가 연상된다. 그때 서울시 공무원들이 상당수 사법처리를 당했는데, 형기를 제대로 산 사람도 별로 없고, 현직에 복귀한 공무원도 상당수 있었다. 당시 “대형 건축물이 무너지는 것은 나라 자체가 부실하다는 증거”라는 말이 파다했다. 부정·부패·비리·직무유기 위에 세워진 건축물이 많다는 것은 나라가 그만큼 허술하다는 증거라는 것이다. 그 때의 사고를 반면교사로 삼아 이번 경주 체육관 사고 관련자들에 대한 처벌은 결코 유야무야 넘어가지 말아야 한다.

경찰은 시공을 한 S사와 건축자재를 납품한 경북의 E사를 상대로 부실시공과 규격미달 자재 납품 여부를 조사중인데, 이를 확인하기 위해 공사 감리 담당자도 조사하고 있다. 부실시공 의혹은 19일 이뤄진 전문가 현장진단에서도 일어났다. 당시 토목환경공학 교수 등 전문가 5명은 “지붕의 뼈대인 보와 샌드위치패널을 연결하는 부분에 구멍이 4개 있는데, 실제 볼트가 박힌 것은 2개뿐이었다. 지붕 무게를 버티는 보들이 이렇게 심하게 휘기는 어렵다. 제대로 된 강철을 쓴 것인지 조사하고, 시공과정의 부실 여부를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자재 샘풀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강도 및 재질 분석을 의뢰했다.

과거 수백억원 짜리 공사를 입찰할 때 `단돈 1원`을 써낸 대형 건설업체가 있었다. 그것은 `국가를 생각하는 갸륵한 마음`의 표현일 수 있지만 이를 계기로 다른 많은 공사를 따낼 `마중물`구실도 했다. 포항의 S업체도 절반가격에 체육관 공사를 따낸 후 다른 공사를 수주할 약속을 받았는지 여부도 경찰은 조사를 하고 있는데, 만약 그런 약속을 했다면 리조트 측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

2009년 이 체육관의 구조안전 검증을 맡았던 건축구조기술사 장모씨는 구조도면도 보지 않고 구조계산도 직접 하지 않은 채 “구조안전에 문제가 없다”며 승인 도장을 찍어준 사실도 확인됐다. 이것은 건축법 위반이고, 자격 취소 사유가 된다. 수사도 철저해야 하지만 처벌도 엄격해야 이런 참사가 다시 벌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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