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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관 빅3, 죽느냐 사느냐 기로에

김명득기자
등록일 2015-10-05 02:01 게재일 2015-10-05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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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아제강·넥스틸·아주베스틸 창사 이래 최대위기<br>구조조정·공장가동 축소·법정관리 신청 `몸부림`

불과 1~2년전까지만 해도 불황을 모르던 포항철강공단 내 세아제강, 넥스틸, 아주베스틸 등 강관 3사가 올들어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하면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국제 유가하락에 따라 미국에서 셰일가스(퇴적암 지층인 셰일층에 매장된 천연가스) 개발 및 시추가 급격히 줄면서 유정용 강관의 대미 수출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덩달아 매출도 반토막이 났다. 국내 강관업계의 대표 주자인 세아제강은 올초부터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섰고, 넥스틸은 경주 강동의 2개 열처리공장 가동을 전면 중단했다. 자금난을 견디지 못한 아주베스틸은 지난달 16일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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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가하락이 직격탄

그동안 타 업종에 비해 호황을 누려왔던 강관업체들의 매출이 올들어 반토막이 난 직접적인 요인은 국제 유가하락 때문. 이로 인해 대미 셰일가스 유정용 강관수출이 급감하자 수출에만 의존해 오던 넥스틸, 아주베스틸은 직격탄을 맞았고, 세아제강은 내수판매로 간신히 버티고 있다. 결국 견디지 못한 업체들은 연초부터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섰고, 주력 조업라인의 가동을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4일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국내 강관업체들의 올해 수출량은 8월까지 152만6천287t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35.2%나 감소했다. 북미지역 셰일가스 특수를 기대했던 대미 수출이 확 줄었기 때문이다. 대미 수출은 81만3천566t으로 작년 동기 대비 51.2%로 반토막이 났다. 이같은 추세대로라면 올해 강관 수출은 지난해 강관 수출량이었던 310만t보다 100만t이나 줄어든 200만t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유가는 지난해부터 북미지역 셰일 오일 메이저와 중동 산유국간 에너지시장 패권 다툼으로 인해 저유가 기조가 시작됐다. 최근에는 미국의 세일가스 생산량 증가와 중동의 산유량 증가로 저유가 기조가 계속 지속될 전망이다. 2014년 6월 배럴당 100달러 근처였던 국제유가는 현재 배럴당 45달러까지 떨어졌다. 강관업계는 앞으로 더 떨어질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국제 유가가 더 떨어질 경우 내수 의존도가 높은 세아제강은 어떻게든 버틸지 몰라도 수출 의존도가 높은 넥스틸이나 아주베스틸은 견디기 힘들 것이라는게 업계의 분석이다.

◇매출·영업이익도 반토막

올들어 강관업체들의 매출실적도 엉망이다.

세아제강의 경우 올 상반기 매출액이 1조1천325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매출액(1조1천675억원)에 비해 300억원 정도 줄었고, 영업이익은 523억원으로 작년 동기(745억원) 대비 39%나 줄었다.

북미지역 셰일가스 특수를 노리고 경주 강동일반산단에 생산공장까지 증설한 넥스틸은 노심초사하고 있다. 지난해 연말부터 유정용 강관 수출이 줄어들자 올초 경주 강동의 2개 열처리공장 가동을 전면 중단했다. 넥스틸은 지난 2007년까지 매출액 1천200억원 미만을 기록하다 미국 셰일가스 유정용강관 수출량이 늘어나면서 2008년에는 매출액이 무려 2천818억원까지 증가하는 호황을 누렸었다. 지난 2013년에는 매출액 4천606억원, 지난해에는 6천303억원의 매출액과 502억원의 영업이익까지 올리며 승승장구 했다. 하지만 올해 매출액은 지난해 절반 수준에도 못미치는 3천150억원 미만에 그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아주베스틸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지난달 16일 대구지방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고 법원의 최종 결정만 기다리고 있다. 미국발 셰일가스 개발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수주가 지연되거나 취소돼 자금난을 견디지 못한 것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매출액 3천850억원에 영업이익 296억원을 올려 철강공단내에서도 몇 안되는 탄탄한 기업으로 평가받았다.

◇저유가 기조 언제까지

관건은 국제 저유가 기조가 언제까지 지속되느냐다. 이 같은 기조가 내년초까지 계속 이어질 경우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강관업체들의 연쇄 도산도 우려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6월 배럴당 100달러 수준이었던 국제유가가 현재 45달러까지 떨어졌고, 앞으로 더 떨어질 것이라는 게 공통된 목소리다. 이럴 경우 자금난에 시달려 온 기업과 수출 의존도가 높은 기업일수록 더욱 견디기 힘들 전망이다. 여기에 미국의 반덤핑 관세 제재도 복병이다. 최근 터키와 한국산 유정용 강관에 대해 반덤핑 예비관세율을 2.52~2.67%까지 책정하고 이달말 최종 판결이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예비관세율이 책정됐지만 최종 판결 결과에 따라 수출여부가 판가름날 전망이다.

강관업체의 한 관계자는 “현재 강관업계가 처한 경영상황은 그야말로 비상시국이다”면서 “구조조정, 조업단축·가동중단 등 취할 수 있는 모든 생존전략을 짜놓고 몸부림 치고 있다”고 말했다.

/김명득기자 md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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