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도파출소 이철태 경위<BR>피해자 사연 듣고 신속조치
하연수(43·여·가명)씨는 지난 6일 오전 9시께 포항시 북구 중앙상가 일대를 걷다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휴대전화 너머로는 처음 들어보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남자는 “애가 울고 있으니 바꿔주겠다”고 말했고, 뒤이어 “누가 나를 잡아서 끌고 왔다. 많이 맞았다”며 울먹이는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하씨는 순간 자신의 고등학생 아들이 생각나자 갑자기 온몸에 힘이 풀렸다. 울먹이는 목소리의 남자와 대화를 시도했지만, 전화기 너머에서는 다시 “경찰에게 알리면 아들을 죽여버리겠다”“가지고 있는 돈을 송금해라”라는 목소리만 들렸다.
하씨는 당황해 눈물을 흘리면서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싶었다. 하씨는 낯선 남자와의 통화를 이어가면서 택시를 타고 곧장 인근 파출소로 향했다.
한편, 오전 9시 20분께 북구 죽도파출소에서 근무하고 있던 이철태 경위는 파출소 앞에 쓰러져 울고 있는 한 여성을 발견했다.
즉시 여성에게 달려가 무슨 일이냐고 물었지만, 여성은 대답하지 않은 채 연방 전화기 너머로 “아들만 살려주세요”라는 말만 반복했다.
이 경위는 곧바로 메모장과 볼펜을 여성에게 건네줬고, 이 여성은 그제야 아들이 납치된 것 같다는 내용을 적었다.
순간 보이스피싱을 직감한 이 경위는 즉시 하씨를 안심시키고 나서 아들의 전화번호를 토대로 통화를 시도했고, 야간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양덕동 자신의 집에서 자고 있던 아들이 전화를 받아 30분 만에 상황이 마무리됐다.
포항북부경찰서는 “수사기관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수법이 통하지 않자 납치 수법의 보이스피싱이 다시 기승을 부리는 것 같다”며 “이런 전화를 받으면 지구대나 파출소에 신고해 경찰관의 도움을 받으면 된다”고 당부했다.
/이바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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