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부실대응 우려 딛고<BR>가금류 반입금지 조치 등<BR>적극적 예방 전환 성공적<BR>장관까지 “발 빠른 대처”<BR>아직 철새이동 잦은 상황<BR>전국 유일 청정 지켜내야
전국적 AI 확산 사태에 대한 경상북도의 대응이 초기에는 부실 우려를 낳았으나 과감한 공세 체제 전환으로 전국에서 유일한 청정지역의 지위를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당초 지난해 11월 중순 전남과 경기에서 AI 의심신고와 확진이 잇따랐지만 국정농단 사건 등으로 그 심각성이 과소평가됐었다. 경북도도 매년 통상적으로 시행하던 시·군 예찰, 전통시장 생닭, 생오리 유통금지 조치 정도의 통상적 방역관리<본지 2016년 11월22일자 1면 등 보도>에 그치면서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특히 경북도로 유입되는 닭, 오리에 대한 거점소독시설 설치 등 AI 바이러스 유입을 막는 예방적 차원의 조치는 검토조차 되지 않고 있었다. 또 전국적으로 방역사각지대인 `광역순환수렵장`문제 역시 최초 본지 지적에 의해 경북도를 비롯한 전국적인 이슈로 퍼져나갔다. 이때만 해도 경북도 관계자는 “아직 우려할 단계가 아니라서 특별한 조치는 취하지 않고 있다”면서 “시국이 어수선한 가운데 AI 바이러스로 유난을 떨면 소비 위축 등 도민들의 걱정거리만 늘어날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 경북도는 방역관리에 만전을 기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AI 발생지역 가금류 등이 경북도로 반입되지 못하도록 한 조치는 매우 신속했다. 경북도의 이 같은 대응은 AI 발생지역을 광역권으로 묶어 조치한, 최초이자 유일한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지난 4일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AI가 가금류에 확산되지 않고 현재까지 청정지역으로 남아있는 경북을 방문해 “발 빠른 선제적 방역대처가 청정지역을 유지시켰다”고 칭찬했다. 김 장관의 발언은 다소 이른감이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현재까지 전국에서 제주를 제외하고 유일하게 청정지역인 경북도가 방역에 성공하고 있다는 격려의 뜻으로 풀이된다.
5일 경북도에 따르면 전국의 AI 발생은 총 119건으로 경기 44건, 충북 22건, 충남 21건, 전북 11건, 전남 11건, 경남 2건, 세종 6건, 부산 1건, 인천 1건이다.
예방적 도살 처분도 3천만 마리를 훌쩍 넘겼다. 현재까지 648농가 3천54만 마리가 도살 처분된 가운데 이중 닭이 2천816만 마리, 오리가 238만 마리로 집계되고 있다.
△정부 늑장대처로 골든타임 놓쳐
지난해 11월 중순 경북도의 AI 대처가 미온적일 수밖에 없었던 사정도 있다. 정부의 지침을 하달 받는 지자체의 입장에서 별 다른 조치가 없자 선제적 대응에 소극적이었다.
H5N6형의 AI 바이러스 국내 유입이 확인된 것은 지난해 11월11일이다. 민간대학 연구팀이 충남 천안 봉강천에서 채취한 시료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된 것이다.
중국에서 10명이 숨지는 등 인명 피해까지 초래한 바이러스인데도 축산 방역 당국의 태도는 느긋했다. 가금류 사육 농장에서 AI가 발생한 게 아니라는 점에서였다.
닷새 뒤인 지난해 11월 16일 전남과 충북의 가금류 사육 농가에서 AI가 발생했다. 정부는 그제야 방역대책본부를 차렸다. 고고병원성 바이러스 유입이 확인된 지 엿새 뒤에야 비상 시스템이 작동한 것이다.
정부의 부실한 대응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AI 관련 범정부 관계장관 회의가 열린 것은 바이러스 유입이 확인된 후 한 달이나 지난 지난해 12월 12일이다. 이때까지 매몰 처리된 가금류는 1천234만8천 마리로, 사상 최대 규모의 피해를 눈앞에 둔 때였다.
그 이후 나흘 만에 도살 처분 규모가 1천783만3천 마리에 달하자 위기 경보는 그제야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격상됐다. 정부의 늑장대처 속에 무등록 계란 운반차량은 농장 곳곳을 드나들었고 AI 바이러스는 무차별적으로 퍼져 나갔다.
△ AI 청정 경북, 이제부터가 시작
한 지자체 수의 전문가는 “경북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현재 AI 의심신고가 하루 10건에서 1~2건으로 줄어들어 AI가 안정 국면으로 접어든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그는 아직 경북에 철새들이 제대로 날아들지 않은 것 같다고 우려했다.
특히 경북지역은 기상 여건에 따라 철새가 움직이는 통로라며 날씨가 따뜻해지면 철새들이 날아들기 때문에 한시도 안심할 수 없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경북의 경우 지난해 12월 중순 경산과 김천 야생조류 폐사체와 분변 등 총 3건의 H5N6형 AI 바이러스가 검출되기도 했다.
수의 전문가는 “각 농가들이 소독 등 방역을 철저히 하고 최대한 외부와의 접촉을 피하는 것 말고는 뾰족한 수가 없다”면서 “다음 주 날씨가 추워진 이후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고 민·관·군 뿐 아니라 전 도민이 방역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기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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