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9 부동산대책 `약발없는 규제` 고공행진 못막아<bR>8월 추가대책 예고에 `막차타기` 부작용 속출<bR>대출규제 강화·분양가 심사제 도입 등 점쳐져
“이럴 줄 알았음 파는 게 아니었는데…. 7, 8억씩 하는 서울 아파트값 보니 밤에 잠도 안 와요.”
6개월 전 서울에서 발령 난 남편을 따라 포항으로 온 주부 이모(38·북구 양덕동)씨는 최근 밤잠을 이루지 못하며 속앓이 중이다. 이사 오기 전에 살던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를 지난 5월에 팔았는데 올해 초보다 최근 시세가 1억원이나 올랐기 때문이다. 전세는 한 달 새 20% 올랐다.
이씨는 “내년에 다시 서울로 가야 하는데 걱정이 태산”이라며 “금리인상이나 가계부채가 한계점에 다다랐다고 판단해 팔았는데 오히려 부동산규제 후 집값이 더 올라 황당할 따름”이라고 하소연했다.
집값 `수은주`가 여름 불볕더위만큼이나 뜨겁게 치솟으면서 `내집마련` 꿈이 더 멀어지고 있다. 6·19 부동산규제 `약발`이 다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오는 8월 더 강한 대책이 나올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근 부동산114가 발표한 `2017년 2분기 권역별 아파트 결산` 자료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 매매시장은 지난 5월 새정부 취임 이후 단기 급등해 지난해 11·3 대책 이전 수준의 변동률을 기록했다.
서울의 2분기 매매 변동률은 2.69%로 직전분기(0.46%) 대비 6배가량 올랐다. 경기·인천(0.36%)과 신도시(0.66%)도 1분기 대비 상승폭이 커졌다.
특히 7월 마지막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주간 0.57% 상승률을 기록하며 올 들어 주간 변동률 최고치를 경신했다.
6·19 대책 이후 상승세가 주춤해질 것이란 예상을 깨고 한여름 비수기에도 3주 연속 매매값이 상승하며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여기다 오피스텔이나 기존 주택으로도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를 비롯해 신규 청약시장에서는 여전히 수십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대구 아파트 매매시장의 올해 2분기 변동률도 0.04% 상승하며 2015년 4분기 이후 지속된 하락세를 멈추고 반등했다.
지난 1년간 하락폭이 컸던 대구는 내릴 만큼 내렸다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급매물 위주로 수요가 집중돼 매매가격이 상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가운데 금융당국이 내달 가계부채 종합대책발표를 예고하면서 매수자는 8월 가계부채대책이 발표되기 전 매물 찾기에 분주해졌고, 시장은 매도자 우위로 돌아서 매물은 부족해졌다.
매수자들은 집값이 더 오를까 불안해하고 상대적으로 느긋해진 매도자들은 매물을 거둬들이면서 대단지 아파트도 매물이 귀한 상황이다.
정부가 투기수요 차단을 위해 부동산 규제 가능성을 거듭 밝혔지만 매수자들은 혼란스럽다.
7월 거침없이 오르는 아파트값을 보며 추가 금융 규제대책이 나오기 전 매입을 서둘러야 하지 않을까라는 마음이 조바심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8월 추가 대책을 예고함으로써 오히려 수요자들이 `막차타기`에 몰리는 부작용을 초래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4월 전세로 신혼집을 마련한 김모(34·남구 연일읍)씨는 “생활비 아끼며 아등바등 살아도 집값 오르는 거 보면 박탈감이 너무 크다”며 “열심히 벌어도 한 달 만에 훌쩍 뛰는 가격을 못 따라가니 내 집 마련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말이 실감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시장을 잘못 짚었다”고 지적하며 6·19 대책이 수요 억제에만 초점을 맞췄다고 평가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진하던 주택시장이 회복국면에 있는 데다 지난해 11·3대책 이후 6개월 만에 집값이 들썩이자 6·19대책 이후에도 `학습효과`가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새정부가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소득개선정책 추진으로 경기회복에 드라이브를 거는 것도 주택매입심리를 자극하는 요인으로 꼽았다.
6·19 대책의 약발이 약하다며 더 강력한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진 가운데 지난 27일 문재인 대통령은 기업인들과의 만남에서 “뛰는 집값을 잡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오는 8월 국토교통부가 발표 예정인 부동산종합대책을 통해 이전보다 강화된 대안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정부가 내놓은 가장 강력한 부동산대책으로는 대출규제 강화가 있다. 투기과열지구 지정이나 계약갱신청구권, 보유세 인상 등 다방면으로 고심이 깊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과거 아파트 분양가 급등을 막는데 효과적이었지만 지금은 사실상 폐지된 분양가 심사제 등의 도입 가능성도 점쳐진다.
하지만 모두를 위한 부동산 정책은 없다. 역대 정부의 초기 부동산 정책 방향을 비춰보면 경기여건과 부동산가격 변동에 따라 규제와 완화를 달리해도 집값은 정부 정책기조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단기적으론 정부 이기는 시장 없고, 장기적 관점에선 시장 이기는 정부가 없는 셈이다.
지역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정부에서도 현재 상황에 대해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8월 대책은 더 강한 대책이 나올 것”이라며 “투기를 막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단순히 돈 줄 죄기로 대책을 꾸릴 경우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 기회는 더 멀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역대 정부 취임 1년 부동산 관련 주요 정책
2013년 박근혜정부 | 공공분양 공급 축소, 수도권 그린벨트 보금자리 신규지정 중단 |
9억원 이하 미분양·신규주택 구입 시 양도세 한시 면제 | |
1%대 저리 공유형 모기지(수익공유혁, 손익공유형) 지원 | |
2008년 이명박정부 | 비수도권 지방 미분양 취·등록세 세율 1% 완화, LTV규제 완화 |
고가주택 기준 6억→9억원으로 상향 | |
서울 강남3구 제외한 수도권 모든 지역 투기지역 해제 | |
2003년 노무현정부 | 재건축아파트 안전진단기준 대폭 강화 |
투기과열지구 지역 확대 | |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재건축 시 60% 이상 국민주택 건설 의무화 | |
1998년 김대중정부 | 수도권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 자율화 |
재당첨 금지기간 단축 및 폐지 등 청약관련 규제 완화 | |
양도소득세 감면, 취·등록세 한시적 감면 |
/김민정기자 hykim@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