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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잃어버린 집 이야기

윤희정기자
등록일 2017-08-01 21:17 게재일 2017-08-01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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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옥 개인전 `훈나의 원풍경`<bR> 경주 라우갤러리 31일까지
▲ 서영옥作 `어느별에서 왔니`

“진리와 사랑은 먼 나라 이웃나라 이야기가 아니지요.. 태양계와 캄캄한 우주의 코스모스와 카오스에 숨겨진 그 무엇도 아닙니다. 모두 평범한 삶 속에 있고 `집` 안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때 집은 우리의 마음일 수도 있고 어머니의 자궁, 고인의 묘가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그 과정을 살아가지요.”-서영옥 책 `서영옥의 집 이야기`중

경주 라우갤러리(관장 송휘)가 1일부터 31일까지 집을 중심으로 한 일상의 느낌을 서정적인 화면에 담아내고 있는 서양화가 서영옥의 개인전 `훈나의 원풍경`을 연다.

1995년부터 13차례의 개인전을 연 서 작가는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집을 주제로 5번의 개인전을 가졌을 만큼 집에 몰입해왔다.

제목의 훈나는 서 작가의 세례명이다. 원풍경(原風景)은 `삶의 풍경`이란 의미를 지닌다. 1995년 계명대 서양화과와 2011년 동 대학원에서 미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서 작가는 원풍경을 소논문으로 묶을 만큼 긴시간 이 주제에 천착해왔다.

▲ 서영옥作 `달집`
▲ 서영옥作 `달집`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집을 매개로 한 철학적 사유와 성과를 보여주는 `집(Home&House)` 시리즈를 선보인다. 그는 그가 살고 있는 집과 그 집에 같이 있는 가족에게서 느낀 일상과 감정을 소소하게 풀어냈다. 그가 집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삶에 대한 단상과 흔적이 묻어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 한다. 그는 삶에 애정을 가지고 늘 따뜻한 삶을 추구하자고 강조한다. 집은 모든 행복의 근원이고, 힘든 일을 당하거나 상처를 입었을 때 이를 이겨내고 치유해줄 수 있는 공간이라는 것이다.

그의 `집`엔 소소한 일상과 단상, 그리고 삶과 예술철학이 함께 버무려졌다. 눈 돌리면 바로 우리 곁에 있는 이야기일 수도 있는 단상이 현실과 이상이 뒤섞인 이미지로 드러난다. 작가는 10여 년간 일기처럼 쓴 단상과 `집` 작업이 어우러진 책 `서영옥의 집 이야기`를 낼 만큼 집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 그의 `집`은 건축적인 하우스(House)의 의미보다 가정을 의미하는 홈(Home)에 가까운 내용을 담고 있다. 점점 희미해져가는 가정이란 문답을 자신의 삶을 통해 비춰서 작업한다고 하는 서영옥은 글과 그림이 동행선상에 있고 수화 말과 글 등, 소통의 수단은 다양하나 단독으로 삶을 다 담아낼 수 없기에 이미지와 버무린다고 한다.

이런 그의 작업을 문강 류재학 서화가는 “집이라는 공간을 바탕으로 미술과 철학이라는 감성과 지성을 엮어 짠 서영옥의 작품세계는 전통 문인화를 현대적으로 탈고한 현대 문인 미술의 양성을 지니고 있다. 그의 현재적 삶에 대한 인문학적 바탕을 함께하는 예술세계는 초등학교 시절 일기를 쓰고 아울러 그림을 그리던 복합적 표현이 승화된 문예적 성취”라고 평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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