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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이 뜨겁더니… 역시 거품이었나

김민정기자
등록일 2017-08-28 20:49 게재일 2017-08-28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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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 푸르지오 등 대단지<BR>신규물량 쏟아져 공급과잉<BR>분양 미계약 속출하는데도<BR>가격은 고공행진 `악순환`<BR>8·2대책 등 정부 초강수에<BR>주택시장 향후 추이 `촉각`

포항지역 부동산 시장에 `미계약 경고등`이 켜졌다. 3.3㎡당 분양가가 900만원에 육박하는 대규모 단지 공급이 늘어나면서 미계약이 늘고 있다. 분양에는 성공했지만 정작 실계약이 이뤄지지 않는 추세가 본격화되면 기존 주택가격 하락은 물론 지역 건설경기 악화 등 파장이 우려되고 있다.

좋은 입지의 신규 아파트 초기분양률이 예상외로 크게 낮아지면서 지역 건설업계와 시장, 수요자 모두 혼돈에 빠져들고 있다. 메이저 브랜드를 앞세운 대형 건설사들조차 분양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워진 분위기다. 아파트가격 고공행진과 달리 속절없이 미분양 물량이 쌓이고 있다.

<관련기사 3면> 포항지역은 지난해 10월 미분양관리지역에 포함되면서 공급과잉 문제가 본격 제기됐다. 분양이 안되는 데도 밀어내기식 분양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27일 통계청에 따르면 미분양관리지역으로 지정된 2016년 10월 이후부터 2017년 7월 현재까지 총 5천715세대가 신규 공급된 것이 이를 입증한다.

이 가운데 지난달 대우건설은 포항시 북구 장성동에 1천500세대 규모의 `로열파크씨티 장성 푸르지오`대단지를 분양했다. 분양가는 천정부지로 뛰어올랐다. 오는 2020년 입주 예정인 북구 두호동 `두호 SK VIEW 푸르지오`는 3.3㎡당 895만원에 분양 중이다. `로열파크씨티 장성 푸르지오` 분양가는 3.3㎡당 865만원으로 책정됐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민간아파트 분양가격 동향분석 결과 2017년 7월말 현재 경북지역에 신규 분양된 민간아파트 단위면적 3.3㎡당 평균 분양가는 783만원으로 전년동월대비 13만4천원이나 올랐다.

지역 내 신규 아파트 분양가가 급격히 오른 반면 분양계약이 제대로 체결되지 않으면서 기존 주택의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시민 최모(56·남구 대잠동)씨는 “해마다 신규 물량이 쏟아지고 있어 집값이 크게 떨어질까 봐 불안하다”며 “포항인구는 줄고 있다는데 실수요자를 고려하지 않고 신규 아파트가 꾸준히 들어서고 있다. 새 아파트로 이사하고 싶어도 집이 팔리지 않아 못 간다는 얘기가 주변에서 심심찮게 들린다”고 걱정했다.

비싼 분양가에 내 집 마련의 꿈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실수요자가 늘면서 포항지역 신규 분양시장의 실적도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분기 경북지역의 평균 분양률은 59.7%로 전국 평균(88.2%)에 크게 못 미쳤다. 부동산 열기가 뜨겁던 2015년 2분기 분양률이 99%까지 치솟던 때와 비교하면 하락세가 극명하다.

초기분양률은 분양 시작 이후 3개월 초과 6개월 이하 사업장의 평균 계약 수치를 뜻한다. 일반적으로 건설사가 6개월 이내 완판을 최고 성적으로 판단하는 만큼 분양시장의 중요한 기준점이 된다. 초기분양률 저조는 분양시장에 실수요자보다 투기 세력이 더 많은 것으로도 풀이된다.

포항 부동산시장은 철강경기 침체 이후 유난히 심하게 출렁이고 있다. 너도나도 분양시장에 뛰어들며 성장 돌파구를 찾는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시장의 불확실성에도 불구, 아파트 공급 물량은 쏟아지고 매회 청약경쟁률 최고 기록을 세우며 악화일로로 치닫는 지역경제에서 부동산시장만 홀로 활황을 누렸다.

하지만 지난해 11·3 부동산대책에 이어 최근 문재인 정부가 두 차례에 걸쳐 초강력 정책을 쏟아내면서 지역 부동산시장이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열띤 청약경쟁 분위기와는 달리 실제 분양결과는 참담했다.

지역을 둘러싼 대외여건까지 좋지 않다. 정부가 대구경북 SOC분야 예산을 대거 삭감하겠다고 밝히면서 향후 부동산 경기가 경착륙하고 소비와 고용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앞서 김현미 국토부장관은 8·2대책을 통해 “더 이상 주택시장을 경기부양 수단으로 이용하지 않겠다는 확고한 원칙을 세웠다”고 언급해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짐작하기 어렵게 됐다.

지역의 한 부동산 전문가는 “지역경제를 부양해온 주택경기 상승효과가 8·2대책을 계기로 내년쯤 사라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사회간접자본 투자까지 줄어들면 부동산경기에 큰 충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민정기자 hy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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