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건립 30년 넘어 노후<BR>수성구 투기과열지구 지정에<BR>전매권 제한·대출 규제 등<BR>추진 중 재건축 타격 불가피<BR>아파트 거래절벽 악재에도<BR>인근 구·군 풍선효과는 의문
수성구 시지·범물지구 아파트의 재건축 추진이 직격탄을 맞게 됐다.
정부가 5일 대구 수성구와 성남 분당구를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면서 전매권 제한과 대출규제 대상이 되면서 실수요자마저 자금줄이 막히게 됐다.
이에 따라 지은 지 30년이 넘은 시지·범물지구의 거래가 위축되고 재건축 사업에도 상당한 지장을 줄 것으로 부동산 관계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현재 수성구에서 추진 중인 재건축 대상은 재건축 시행인가 단계 6곳, 조합설립인가 단계 7곳, 정비사업 추진위원회를 구성했거나 앞으로 사업을 추진할 예정지역 24곳 등 모두 37곳이다.
이중 시지와 범물지구의 경우에는 수성구에서도 가장 먼저 대규모로 건축사업이 시작된 곳이다. 따라서 본격적인 재건축을 목전에 두고 있는 시점이다. 대부분 15층 정도로 재건축 비용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어서 투기과열지구 지정은 더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수요자들이 가장 관심을 보여온 주요 재건축 단지는 화성산업이 건립한 시지 경북아파트와 지산시영1단지아파트 등으로 5층 규모의 저층이다. 범물지역의 청구타운과 영남맨션, 협화맨션 등도 인기지역이다.
하지만, 이번 정부의 전매권 제한과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대출규제 등이 적용되면서 시지·범물지구의 재건축, 재개발 사업은 큰 난관을 맞게 됐다.
이에 따라 시지·범물지구의 집값은 일시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분양권 중심으로 거래되던 아파트 시장에도 거래절벽 현상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되는 등 대구 부동산시장은 최대의 악재를 만나게 됐다.
수성구의 투기과열지구 지정으로 달서구나 동구, 달성군 등으로의 일시적인 풍선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정부의 후속대책이 뒤따를 것으로 보여 큰 폭의 집값상승은 기대하기 어렵다는게 부동산가의 일치된 전망이다.
정부 대책이 나오기 전 선호도가 높은 수성구의 경우 큰 폭 상승세를 보였다. 8·2 주택시장 안정화대책 이후에도 8월 주택가격 상승률은 0.32%로 전국 평균 0.02%에 비해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일반 아파트 청약도 범어서한이다음 272대 1, 중동효성해링턴 36대 1 등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아 이번에 철퇴를 맞게 됐다.
수성구 소재 경신고가 자사고에서 일반고로의 전환됨에 따라 범어동 궁전맨션 등은 호가가 급등세를 보이는 등 수성구 집값 오름세를 주도했다.
이로 인해 수성구 범어동 일대 선호지역 아파트는 정부의 8·2대책 발표 이후 집주인들이 급매물로 내놓았던 물건을 거둬들이는 등 거래 자체가 형성되지 않는 기현상까지 빚어지기도 했다. 8·2 대책에서 대구지역이 투기과열지구에서 제외돼 부산 등지의 외지인이 수성구 아파트시장으로 유입된 것도 한몫을 했다.
대구 부동산가에서는 이달말 분양예정인 대구 북구 칠성동의 모 아파트의 분양 결과에서도 치열한 경쟁률을 보이면 대구 전역이 투기과열지구로 묶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올 연말로 예정된 대구도시공사의 아파트 분양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게 됐다.
일부에서는 이번 정부의 투기과열지구 지정에 따라 수성구의 집값이 일시적으로 하락할 수는 있지만, 이른바 달서구나 동구, 달성군 등 다른 지역으로 풍선효과가 나타날지는 의문이라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노무현 정부 당시인 지난 2003년 10·29 부동산대책과 이번 대책이 비슷하고 그 이후인 지난 2007년부터 대구 부동산 경기가 서서히 살아나면서 지난 2010년 미분양 아파트물량이 전량 해소되는 등 활황세를 보인 바 있기 때문이다. 융자가 필요없는 이들을 중심으로 집값이 하락하면 매수했다가 지난 정권 때처럼 집값이 오르면 되팔아 시세차익을 노리겠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대구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현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노무현 정권 당시와 거의 같은 상황으로 가고 있다”며 “시지·범물지구의 재개발, 재건축이 어려워졌지만 어차피 새 아파트의 공급은 필요하기 때문에 조금만 기다리면 지난 2010년의 부동산 활황세를 다시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태기자 piuskk@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