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민들 생업 포기못해 장사 시작<BR>주민들 김장 준비로 오랜만에 `북적`
“아직 예전 모습으로 돌아가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점점 회복돼야 하지 않겠습니까.”
지난 15일 발생한 규모 5.4지진의 진앙지인 포항시 북구 흥해읍의 전통시장인 흥해시장에서 10년 넘게 과일장사를 하고 있는 상인 김모(67)씨는 담담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그는 비록 지금은 힘들지만 상인과 주민 모두가 힘을 모은다면 지진으로 인해 갑작스럽게 닥친 시련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상설시장과 매월 끝자리 2, 7일 열리는 5일장이 병행되고 있는 흥해시장은 27일 지진 발생 이후 세번째 5일장이 열렸다.
지진 발생 이후 10여 일이 지나고 여진이 잦아드는 등 소강상태에 접어들면서 앞선 두 번(17, 22일)의 5일장 보다는 시장을 오가는 인파가 많아졌다.
특히 본격적인 김장철을 맞아 배추와 무 등 각종 김장재료를 구입하러 나온 주민들이 많았다.
시장 주변 주차장은 주차할 곳이 없을 정도로 차량이 가득했고, 시장 곳곳에서는 지진 이후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물건을 사고파는 상인과 주민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날 시장을 찾은 주민 윤모(62·여)씨는 “주택에 살고 있는데 이번 지진으로 벽에 금이 가고 담장이 무너져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며 “지진 피해가 있어도 김장김치를 담그지 않고 살아갈 수는 없어 시장을 찾았다”고 말했다.
몇몇 상인들은 지진으로 보금자리를 잃고 이재민이 됐음에도 생업을 포기할 수는 없어 5일장을 찾았다.
상인 최모(73·여)씨는 “아직 대피소에서 이재민 생활을 하고 있는데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장사를 하러 나왔다”며 “언제까지 이런 생활을 이어갈지 몰라 걱정이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듯 흥해지역은 전통시장을 중심으로 지진의 공포로부터 벗어나 점차 일상의 모습으로 되돌아가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미래가 밝지만은 않다.
이같은 현상이 김장철 효과로 인한 일시적인 것인지 지역경제가 완연한 회복세로 돌아선 것인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흥해시장 번영회 정석구 회장은 “오늘 장날에 손님이 많아 보이는 것은 김장철 효과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인다”며 “지진 이후 5일장을 제외한 평일에는 손님이 거의 없다시피 한 상태이며 이로 인해 평년보다 30~40%가량 매출이 빠져나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