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식 이름은 하워드 리<br />조현민 사례로 도마에 <br />향후 행보 제약 우려
이휘령<사진> 세아제강 대표이사 부회장이 미국 국적 소유자인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철강업계에 묘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이 부회장의 미국식 이름은 하워드 리(Howard Lee). 1962년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미국 Palos Verdis High School 고등학교를 나왔고 UCLA서 유전공학을 전공했다. 1985년 부산파이프 미국법인(Pusan Pipe America)에 입사하면서 세아그룹과 첫 인연을 맺었다. 그의 어머니 이복형씨는 세아그룹의 창업주 이종덕 명예회장의 장녀다. 이 때문에 이 대표이사는 창업주의 외손이지만 세아그룹의 오너 3세로 분류된다.
외삼촌인 이운형 선대 회장의 권유로 1994년 세아제강 기획 담당 이사로 국내 본사에 들어왔고 1995년 세아제강 수출담당 상무를 역임했다. 2005년 영업부문장, 2006년 경영기획본부장 및 영업본부장을 거쳤다. 2007년 부사장으로 진급했고, 2009년 1월 47세의 나이에 세아제강 대표이사 사장직에 올랐다. 이 같은 이력이 말해주듯 이 대표이사는 입사 이후 줄곧 세아제강서 보냈다. 그는 이운형 세아제강 명예회장이 지난 2013년 별세하면서 회사를 실질적으로 이끌어 오고 있다. 다만 그에 대한 이력은 세간에 알려진 바 없어 베일에 싸인 은둔형 경영자라는 말도 나온다. 인터넷 검색창을 쳐 보면 사진 조차 올라오지 않을 정도로 그에 대한 정보가 한정돼 있다.
국적이 기업 경영에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 다만 최근 불거진 대한항공 조현민 前 전무의 물컵‘갑질논란’과 맞물리면서 새삼 도마에 오르고 있다.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외국 국적을 취득했지만 한국과의 인연의 끈을 놓지 않는 이른바 의무는 회피하고 권리는 행사하는 ‘검은 머리 외국인’이라는 좋지않은 시각 때문이다.
특히 대한항공 조 전 전무의 갑질 논란으로 부정적인 시각은 더욱 고착화되는 모양새다. 조 전 전무의 국적이 미국이라는 사실이 재조명되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런 점을 유추해 볼때 이 대표이사의 국적이 미국이라는 사실만으로 의무는 회피한 채 권리만 누린다고는 볼 수 없다. 그가 병역의무 기피를 위해 미국 국적을 취득했다고 판단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미국 국적이라는 사실만으로 그의 행동에 많은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출입국관리법 제11조 제1항 제3∼4호에 따르면 법무부장관이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치는 행동을 하거나 경제질서 또는 사회질서를 해치거나 선량한 풍속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타당한) 이유가 있는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또 강제퇴거 요건의 제46조 제3항은 제11조의 사유가 입국한 뒤에 발생할 경우 해당 외국인을 당국이 대한민국 밖으로 강제 퇴거시킬 수 있도록 한다고 명시돼 있다. 가수 유승준(스티브 승준 유)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는 현재 세아그룹 이순형 대표이사 회장에 이어 그룹내 2인자다. 이 회장의 경우 세아제강 외에도 다수의 세아그룹 계열사의 등기이사직을 겸직하고 있어 이 부회장의 역할론이 더욱 커진 셈이다. 이번 미국과의 무역분쟁에서도 그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는게 업계의 분석이다. 특히 그는 미국 현지 사정에 밝고 미국통이라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다. 하지만 미국 국적인 대한항공 조 전 전무의 갑질논란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이 부회장의 행보에도 까다로운 제약이 따라오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세아제강은 지난해 연결 기준 자본총액 2조4천117억원, 매출액 2조2천899억원 규모로 국내 1위 강관업체다.
/김명득기자 mdkim@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