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관심 없다” 거절에<br/>장제원 “야권 재편 서둘러야”<br/>장기표는 조기 전당대회 주장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 선거를 앞두고 야권 재편에 대한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신당 창당을 거론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여기에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체제를 종식시켜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어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안 대표는 9일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땅의 민주주의와 법치는 ‘떼법’과 ‘양념’에 굴복한 것처럼 보인다”며 “이 상태가 계속된다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는 다시 되돌릴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지난 주 야권 전체의 혁신 플랫폼을 제안한 것도 더 이상 이대로는 야권의 장래도, 대한민국의 장래도 없다는 고심 끝에 내린 결론 때문이었다”며 “단순히 반문연대, 반민주당 연대가 아니라 대한민국 변화와 혁신의 비전을 생산하고 실천할 수 있는 개혁연대, 미래연대, 국민연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안 대표가 소수정당의 한계를 넘어 야권 판도를 좌우하려는 포석이 아니냐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다만, 안 대표는 회의 후 ‘혁신 플랫폼이 신당 창당인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범야권의 공동 노력 없이는 문재인 정권에 대한 견제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는 절박감 때문”이라며 “스펙트럼이 다양할 수 있다. 스펙트럼에 여러 가지 해법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국민의당 권은희 원내대표는 “지난 금요일 안 대표의 혁신 플랫폼 제안 이후 국민의힘 의원들께서 공감하는 반응들이 있었다”며 “이와 관련된 구체적인 논의가 이번 주에 진행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단칼에 거절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 당이 어느 한 정치인이 밖에서 무슨 소리를 한다고 그냥 휩쓸리는 정당이 아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전날에도 “들을 가치가 없다”고 일축했다. 국민의힘 성일종 비대위원도 “안 대표는 야권 재편이 필요하면 (국민의힘에) 들어와서 재편하라”며 “자기가 원한다고 하면, 또 정말로 산화할 각오가 돼 있다고 한다면 어디든 두려움 없이 뛰쳐들어가서 스스로 개척하는 게 맞다”고 지원 사격을 했다. 국민의힘 일부에선 “의도가 의심스럽다”는 반응도 나왔다. 한 초선 의원은 “국민의당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나를 중심으로 다시 뭉치라는 뜻 아닌가”라며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문제는 국민의힘 내부에서 이러한 김종인 위원장의 결정을 비판하고 있다는 점이다. 급기야 ‘김종인 호’를 끝내고 조기 전당대회를 치러야 한다는 목소리도 꾸준하게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 비대위원장의 쇄당정치(鎖黨政治)는 기득권에 대한 집착이자, 부질없는 자존심일 뿐”이라며 “안 대표가 주장한 야권재편론에 대해 깊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요구했다. 안 대표의 신당 창당 등 야권 연대론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장 의원은 “우리끼리 정치한다고 국민들이 쳐다봐 주시지 않으니 야권 전체는 모든 기득권을 버리고 혁신과 통합의 길로 나가야 할 때”라며 “야권 재편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경남 김해을 장기표 당협위원장은 이날 “김종인 위원장 입만 쳐다보는 정당으로는 희망이 없다”며 조기 전당대회를 주장했다. 그는 “요즘 가는 곳마다 ‘국민의힘 이래서는 안 된다’면서 ‘김종인 비대위체제를 끝내고 조기에 전당대회를 열어 당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말들이 많다”고 했다. 앞서 조경태 의원은 최근 페이스북과 의원총회 등을 통해 공개적으로 김종인 체제를 비판하며 조기 전당대회를 주장하고 있다.
한편, 김종인 위원장은 이날 당내 4선 이상 중진 의원들과 함께 만찬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호영 원내대표를 비롯해 5선의 서병수·정진석·조경태, 4선의 권성동·권영세·김기현·박진·이명수·홍문표 의원 등이 만찬 참석 대상이다 이 자리에서는 내부 단합을 강조하면서,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전략 등이 논의된 것으로 보인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