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노조 대·경지부 기자회견서<br/>“노동자 과로사로 몰아넣는 행위”<br/> 우정사업본부·택배사 거센 비판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 대구경북지부는 9일 대구지방고용노동청 포항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정사업본부와 택배사를 거세게 비판했다.
이들은 “택배사와 우정사업본부는 합의문을 작성한 후 몇 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분류작업을 미루더니 급기야 1년 뒤에 이행하자는 망발을 일삼고 있다”며 “택배사들은 또다시 택배노동자들을 과로사로 몰아넣는 반인륜적인 행위를 자행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택배물품은 일반적으로 전국에 있는 물류허브창고에서 상·하차작업을 거쳐 각 지역으로 배송된다. 택배노동자들은 실제 소비자에게 배달되기 바로 직전 단계에서 각자의 관할 구역에 따라 세부 분류작업을 암묵적으로 해왔다. 이를 현장에서는 ‘까대기’라고 한다. 주 6일 근무에 매일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의 장시간 노동을 하는 택배노동자들은 평균 4∼6시간 가량 소요되는 분류작업을 과로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실제로 시민단체인 ‘일과 건강’에서 전국 821명의 택배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택배노동자 과로사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택배노동자들의 주간 평균 노동시간은 71.3시간으로 집계됐다. 과로로 인한 뇌·심혈관계질환이 발생하거나 정신질환이 발생할 경우 인정되는 노동시간이 주당 60시간임을 생각하면 매주 10시간 넘게 추가근무를 하고 있다. 1년이면 500시간이 넘는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시작한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21명의 택배노동자가 과로사했다.
그중에서도 분류작업이 과로의 최우선으로 꼽히는 이유는 택배노동자들의 하루 일과 중에서 분류작업이 전체 업무의 43%나 차지하고 있기 때문.
주 업무인 운송·배달작업(50.2%)과 비중이 크게 다르지 않지만, 배송 건당 수수료를 받는 택배노동자들에게 분류작업은 사실상의 무료 봉사와 다름없다. 그만큼 택배사들이 금전적으로 이득을 취하는 셈이다.
분류작업에 대한 책임은 엄연히 택배사들에게 있다. 지난해 말 정부와 한국통합물류협회, 전국택배대리점연합회, 소비자단체 등이 참여한 ‘택배종사자 과로대책 사회적 합의기구’는 올해 초 이러한 내용을 담은 합의문을 발표했다. 부득이하게 택배노동자가 분류작업을 하게 되면 그에 맞는 대가를 지급하도록 명시했다. 이에 따라 일부 지역에서는 택배사들이 따로 ‘분류도우미’를 고용하고 있으나, 여전히 많은 지역에서는 택배노동자들이 분류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김종근 택배노조 대경지부 교육국장은 “최근에 경주에서 택배기사 1명이 과로로 쓰러진 사례가 있다. 다행히 의식은 회복했으나, 일생생활으로의 복귀는 여전히 못하고 있다”면서 “대구경북에만 2천여명의 택배노동자들이 있다. 분류작업이 택배사들의 책임으로 명확히 규정됐음에도, 많은 사업장에서 택배노동자들이 분류작업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바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