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문제에 쓰레기까지… 사고 3년 여째 조치 없어 흉물 전락<br/>책임소재 가릴 소송전은 ‘하세월’… 철거·재건축 여부도 ‘감감’
포항지역에서 지반 침하로 인해 기울어진 건물이 수년째 별다른 조치없이 방치되고 있어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14일 포항시 남구 해도동 포항고속버스터미널 인근에 위치한 4층 상가건물은 눈에 띄게 기울어진 모습이었다. 해당 건물 입구의 지반은 침하한 상태였고, 인근의 보도블럭도 지반이 내려앉아 고르지 못했다. 건물 외벽 곳곳에는 크고 작은 금이 보였고, 천장도 내려앉아 있었다. 건물의 1층 주차장은 페인트통과 침대 매트리스, 스티로폼 등 온갖 쓰레기로 가득했다.
포항시 등에 따르면 해당 건물은 지난 2018년 5월 9일 새벽부터 지반이 주저앉기 시작하더니 건물이 눈에 보일만큼 확연히 기울어졌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이 건물 앞 도로는 폭 5∼8㎝, 길이 30∼40m의 균열이 발생했고 왕복 4차선 도로 가운데 2개 차로가 즉각적으로 통제됐다.
상가건물 옆 공사현장이 상가건물 사고 원인으로 지목됐다. 사고 당시 건물 바로 옆에 지하 5층, 지상 15층 규모의 주상복합건물(오피스텔) 건립을 위한 공사가 진행 중이었는데 이 과정에서 지반 침하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당시 포항시는 “시공사 측이 지하 4층 터파기 공사를 진행하던 중 지하수가 다량으로 침출되면서 지반 침하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했다.
포항시는 땅속에 콘크리트를 넣어 메우고 울퉁불퉁해진 인도와 도로를 정비한 후 2개월 만인 2018년 7월부터 재개통했다. 하지만 상가건물은 사고가 발생한지 3년 여가 지났음에도 폐쇄된 채 여전히 흉물로 남아있다.
사고 당시 상가 건물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던 상인은 한순간에 일터를 잃고 길거리로 내몰렸다.
해당 건물에서 삼계탕집을 운영했던 상인 박모(66·여)씨는 “사고로 일자리를 잃고 먹고 살기 위해 다른 식당에서 일용직 근로자로 일하고 있다”며 “재판 결과가 나와야 영업을 계속 진행할지 아니면 그만둬야 할지에 대해 결정을 할 수 있는데, 재판의 끝이 보이지 않아 막막하다”고 말했다.
건물 철거 또는 재건축 여부가 결정되기 위해서는 사고에 대한 책임소재를 가려야 하는데 이를 위한 소송전은 현재까지도 끝나지 않고 있다.
상가 건물주 측은 2018년 오피스텔 건설사를 대상으로 건물에 대한 피해보상 소송을 진행했다. 이듬해인 2019년 법원은 “오피스텔 건설사가 상가건물의 피해금액을 전부 보상하라”는 판결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오피스텔 건설사가 이에 불복해 항소하며 재판이 길어지고 있다.
상가 건물주 A씨는 “대규모 지반 침하가 발생하기 전부터 건물이 조금씩 무너져 내려 건물 일부분에 대한 보상 소송을 먼저 했고, 이후에 건물이 완전히 무너져 내려서 건물 전체에 대한 보상 소송을 진행했다”며 “재심을 하던 중 갑자기 업체가 기업회생을 신청해 버려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여있다”고 토로했다.
오피스텔 건설사 측은 “조만간 답변을 주겠다”고 전해왔을 뿐 해당 건물 및 소송과 관련해 명백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포항시 관계자는 “건물의 기울어짐에 대한 변화를 수시로 확인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큰 변화는 없었다”며 “오피스텔 건설사와도 연락이 끊겼고, 상가건물이 개인 사유재산이기 때문에 지자체에서 강제로 철거를 하거나 어떠한 조치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시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