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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어들 기미 없는 산재… 법령은 뒷걸음

이바름기자
등록일 2021-06-22 20:19 게재일 2021-06-23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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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동해안 산재 매년 1천600명<br/>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 탓에<br/>  근로감독관 중대재해때만 개입<br/>  노동자들은 위험에 그대로 방치<br/>“일반 산재 확대 적용해야” 지적

경북동해안에서 해마다 1천600명이 넘는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피해를 입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주의 손을 들어준 관계법령으로 근로자들이 ‘사선(死線)’의 현장에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5일 포항시 남구 대송면의 한 폐기물처리업체에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 3명이 심한 화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쓰레기를 태우던 중 소각로에서 폭발이 일어나면서 현장에 있던 근로자들이 수증기와 분진을 온몸에 뒤집어썼다. 화마와 씨름하던 근로자들 3명 중 2명은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 이에 대구지방고용노동청은 직접 해당 업체에 산업안전보건 특별감독을 실시했다.

앞서 지난달 21일에는 포항시 남구 괴동동에 있는 철강제조공장에서 승강기가 추락, 현장에 있던 근로자 2명이 압사하는 사고가 있었다. 이들은 승강기 보수작업을 진행하던 중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동해안에서는 매달 100명이 넘는 근로자들이 화재나 추락 등의 이유로 부상을 입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22일 대구지방고용노동청 포항지청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포항·경주·영덕·울진·울릉지역 산업 현장에서 부상 등을 입어 산업재해로 판명된 인원은 총 705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6명은 사망했다. 전년대비 사고사망자 수는 줄어든 반면, 사고부상자 수는 소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3년 산업재해 관련 통계를 살펴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포항고용지청이 안전보건공단 경북동부지사로부터 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경북동해안 사고재해자 수는 무려 1천684명으로 조사됐다. 사고사망자 수도 지난해 24명이나 됐다. 지난 2019년 기준 1천629명에 사망자 33명, 지난 2018년 기준은 1천600명에 사망자 21명 등 산업재해 피해자 수는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사고 예방을 위해 고용노동부 등 관계기관의 적극적인 개입을 바라는 현장의 목소리들이 빗발치고 있으나, 현실은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다. 지난 1월 16일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되면서 근로감독관은 산업 현장에서 산업재해가 발생해도 임의로 사용 중지 명령 등을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만 즉각적으로 작업중지를 명령할 수 있게 바뀌었는데, 산업재해로 사망자가 발생하거나 90일 이상의 요양이 필요한 부상자가 2인 이상 발생했을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한다.

그러나 사망과 부상 등은 의료진들의 판단에 그 시기와 정도가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이제는 사고 현장을 찾은 근로감독관들의 판단만으로는 작업중지 등과 같은 적극적인 개입 자체가 사실상 어려워진 상황이다.

이와 관련, 포항지역의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현행 중대재해로 한정된 기준을 다시금 일반 산업재해까지 확대 적용해 사업주의 책임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바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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