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반대입장 고수<br/>여야 대표 합의에 국힘도 반발<br/>지급대상·시기 두고 의견 충돌
추가경정예산안(추경) 심사가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당론으로 정하면서 당정이 충돌했다.
더욱이 여야 대표가 지난 12일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합의했다가 번복되는 일까지 발생했다. 이에 따라 14일부터 열리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추경 논의는 험난의 연속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13일 오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재난지원금은 전국민 지원금으로 하는 것을 사실상 당론으로 결정해서 정부와 협의를 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고 수석대변인은 “(소득 하위) 80%를 대상으로 지급하는 (정부)안과 관련해 선별 기준이 대단히 모호하고, 여러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며 “특히 1인 가구에 청년층들이 많은데 1인 가구의 소득기준 등이 굉장히 모호하다는 지적을 우리가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가 4단계에 진입한 만큼 방역 상황 악화가 초래할 경제적 침체 등을 감안할 때 내수 진작을 위해선 전국민 재난지원금이 필요하다”며 “다만 (지급) 시기는 방역 상황을 보고 해야 한다는 점에 의견이 모아졌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재난지원금 지급대상을 기존 ‘소득하위 80%’에서 100%로 확대하는 방향으로 2차 추가경정예산안은 대폭 손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문제는 정부와 야당이 반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홍 부총리는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부는 여러 고민 끝에 소득 하위 80%가 적정하다 생각해 추경안을 제출했다”며 “전 국민 지급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민주당 송영길 대표의 ‘전국민에 100% 재난지원금 지급이 가능하다’는 주장에 정면 배치되는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 우원식 의원이 “길은 정치가 내고 정부는 낸 길을 따라가는 것”이라고 꼬집자, 홍 부총리는 “재정 운영은 정치적으로 결정되면 따라가야 하는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면서 그는 “상위 20% 계층은 소득 감소가 거의 없었던 만큼, 하위계층에 줄 돈을 줄여서 5분위 계층에 줘야 한다는 건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맞벌이 가구나 1인 가구는 정부가 기존(소득 하위 80%) 기준을 만드는데 있어 그분들 요구가 상당 부분 수용될 수 있는 방향으로 탄력적으로 만들려고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도 전날 이준석 대표와 민주당 송영길 대표 간 전국민 재난지원금 합의를 부인하며 선별지원에 힘을 보탰다.
국민의힘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추경 최우선 고려사항은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 실질적 피해를 본 분들에게 핀셋 지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현 원내대표도 “(여야 대표가) 합의했다는 사실 자체가 팩트가 아니다”며 “당의 입장은 달라진 게 없으며 종전과 똑같은 (선별지급) 입장을 갖고 추경 심사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준석 대표도 홍 부총리의 반대 입장을 거론하며 “(민주당이) 소상공인 지원 확대 방안에 대해 정부와 현실적이고, 납득할 수 있는 합의를 해오는 게 첫 번째 단계”라고 여당과 정부에 공을 넘겼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