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협상단 꾸린지 한 달 남짓<br/>지분 요구·플랫폼 구성 등 입장차<br/>양당 책임 공방·기싸움만 이어가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간 합당이 장기전으로 치닫고 있다. 실무 협상단을 꾸린지 한달이 되어가지만 아무런 진척이 없는 데다 네탓 공방까지 벌어지면서 사실상 합당이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22일 양당 실무협상단에 따르면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20여 곳의 시도당위원장, 5곳의 당협위원장, 각종 상설 위원회 위원장 등 배분을 놓고 좀처럼 접전을 찾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당은 당대당 통합에 따라 “위원장직을 공동으로 운영하자”는 입장이지만 국민의힘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맞서고 있다.
야권 단일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개방형 플랫폼 구성도 쟁점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대선 출마 경로와도 연관된 만큼 양측이 대선 주도권 확보를 위해 줄다리기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국민의힘은 당 경선준비위원회를 중심으로 이 플랫폼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국민의당은 외부의 주자들까지 참여하는 별도의 위원회를 구성해 플랫폼을 구성해야 한다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안 대표가 자신에게 유리한 개방형 플랫폼을 만들어 대선에 뛰어들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와 관련, 국민의당 한 관계자는 “당명, 당 기구, 당원 자격 등은 그래도 조정의 여지가 있지만 개방형 플랫폼의 경우엔 양측이 거의 찬성과 반대 수준으로 의견이 갈라져 있다”고 밝혔다.
나아가 서로에게 책임을 돌리며 기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국민의힘은 국민의당이 무리한 지분요구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당초 “지분 요구를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실무협상에서는 지분요구가 있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민의당의) 지분 요구는 처음부터 있어왔다. 다만 협상 파트너로서 존중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언급을 안했던 것일 뿐”이라며 “만약 협상이 결렬로 가게 된다면 저희는 협상 의지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협상 과정에 있었던 상호간의 요구사항을 공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양당 사이 서로 자극하는 발언은 자제해달라”며 “저희는 아주 강력한 합당에 대한 의지를 갖고 있다. 진정성 있는 협상을 위해 오히려 안철수 대표와 제가 만나서 큰 문제들을 협의할 것을 공식적으로 제안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국민의당 권은희 원내대표는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실무협상단에 필요한 만큼의 충분한 위임과 권한을 주지 않은 데 더해서, 실질적으로 자세한 상황들을 실시간 보고받고 공유받고 있지 못하는 구나 생각했다”며 “우리가 기본안을 제안했고 국민의힘이 검토된 안을 가져왔는데, 우리와의 상호 존중 의미가 아니라 국민의힘의 일방적인 힘의 우월관계를 인정하라는 그런 안을 가져왔었다”고 반박했다. /박형남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