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이슈 많고 민감한 업무 다루는 여청계·생질계 기피현상 뚜렷<br/>포항남부署, 최근 해당 부서 계장 지원자 없어 직대 체제 전환하기도<br/>‘워라밸 문화’ 내부에도 영향… 전문가 “인센티브 등 제도적 장치 필요”
28일 포항남부경찰서에 따르면 최근 포남서는 본서 내에 있는 여성청소년계장과 생활질서계장 자리를 직무대리 체제로 전환했다. 내부 인사이동 등으로 인해 전임자들이 자리를 떠나면서 경감급들 중 지원자를 모집했으나 1명도 지원하지 않았다. 적임자를 찾지 못한 포남서는 내부 검토를 거쳐 경위급 직원의 직대 형태로 부서를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경찰 내부에서는 이러한 부서 기피 현상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A경감은 “계장 자리 중에서 여청계장과 생질계장 자리는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많거나 민감한 부분들이 업무의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다른 자리보다 쉽지 않다”면서 “실종과 가출, 학교폭력 등부터 시작해 성매매 단속 등 여러 업무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문제 해결이 어렵다. 잘해야 본전이고, 못하면 책임만 가득한 부서”라고 말했다.
B경감도 “경감급 자리 중에서는 감사부서인 부청문감사관 자리도 좀 꺼린다”며 “예전에는 자신의 적성이나 가치관, 승진 가능성에 따라 자리를 옮겼다면, 지금은 편한 부서를 찾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의 눈은 본서를 떠나 파출소로 향한다. 과거 경찰 조직의 핵심이자 승진 코스로 꼽혔던 경무계장이나 정보계장 등에서 파출소 소장 및 순찰팀장 자리를 향한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사회문화인 ‘워라밸’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수당 및 개인시간 확보에 유리한 파출소나 경찰서 내 한직을 찾아간다는 의미다. 이는 오래 전부터 수사·형사부서에서 나타나고 있는 인력난과도 연결된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면서도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장기적인 측면에서 이러한 선호·기피 현상이 뚜렷해질수록 조직 내 부서별 갈등 및 와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문제를 정확히 진단해 인센티브 등과 같은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김미호 선린대학교 경찰행정학과장은 “일단 기피부서라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승진에 가산점을 준다던지 하는 인센티브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기업에서는 이런 선호·기피 현상이 충분히 나타날 수 있지만, 경찰 조직에서 나타나는 건 좀 다르다. 국가관이라던지 책임의식 부분에 있어서 앞으로의 경찰 채용 과정에서 이런 평가들이 이뤄져 선별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대구시자치경찰위원회 상임위원인 박동균 사무국장은 “경찰 조직인 인사 발령 전에 인사내신이라는 선호도 조사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친다. 외부의 시선과 달리 아주 민주화돼있고, 합리적으로 움직인다”며 “다들 쉽고 편한 부서를 추구하는 건 당연하기 때문에 계급사회에서는 결국 승진과 같은 인사상의 혜택이나 수당이 가장 확실하다”고 조언했다. /이바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