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등 영업제한에 포항 해변선 야외 술자리 ‘북적북적’<br/>취식금지 경고문 있으나 마나… 의식 해이 심각할 정도
“여기는 백사장이 아니니 괜찮지 않나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비수도권에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가 적용된 첫날인 지난 27일 포항지역 해변이 거리두기 상향조치가 무색할만큼 방역에 구멍이 뚫린 모습을 보여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이날 오후 11시 30분께 포항지역 유일의 도심 내 지정해수욕장인 영일대해수욕장은 삼삼오오 술자리를 갖는 시민, 피서객들로 가득했다. 시민들은 해수욕장 옆 목재데크 주변에 설치된 벤치에 둘러앉거나, 인도 위에 준비해온 돗자리를 깔고 앉아 술을 마시고 있었다.
정부가 이날부터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를 3단계로 격상시키면서 오후 10시 이후 음주가 가능한 음식점, 주점 등이 사라지자 일부 시민들이 야외에서 술자리를 갖기 위해 인근 편의점 등에서 술을 구입해 해변가를 찾은 것이다.
포항시가 지난 16일부터 8월 22일까지 영일대해수욕장을 포함한 6개 지정해수욕장에 대해 야간시간대 음주·취식금지 행정명령을 발동하면서 백사장 내에서 음주와 취식이 금지된 탓에 백사장에서 음주를 즐기는 시민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백사장에서 불과 5∼10m 가량 떨어진 벤치나 인도에서는 음주·취식행위가 자유롭게 이뤄졌다.
이들 대부분은 적게는 2명, 많게는 4명 규모로 4인까지 허용되는 사적모임 제한조치는 준수하는 모습이었지만, 거의 모든 사람들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음주에 몰두했다. 술자리를 즐기는 시민들 주변으로 설치된 ‘야간시간대 음주·취식금지’라는 내용의 가로펼침막은 음주를 즐기는 이들에게 전혀 경각심을 주지 못했다.
시민 A씨(30)는 “오늘부터 술집들이 10시에 문을 닫아 편의점에서 술을 사 해수욕장을 찾게 됐다”며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열대야도 피하고 2차도 할 수 있어 매우 만족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11시 10분께 도심에 위치한 또다른 해수욕장인 포항 송도해수욕장도 사정은 비슷했다. 이곳을 찾은 시민들은 벤치 뿐만아니라 백사장 위에서도 돗자리를 깔고 음주를 즐겼다. 이들은 송도해수욕장이 지정해수욕장이 아닌 탓에 포항시의 야간시간대 음주·취식 행정명령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시민 B씨(45·여)씨는 “원래는 영일대해수욕장을 가려고 했는데 검색을 해보니 그곳 백사장에서는 술을 먹지 못한다는 정보가 있어 이곳에 왔다”며 “단속도 없고 불법도 아니니 적당히 마시고 들어가려고 한다”고 전했다.
포항시는 지난 24일부터 기존 해수욕장에서 야간 음주행위 등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의 철저한 준수를 통한 확산 방지를 위해 야간 단속요원을 기존 17명에서 35명으로 증원하고 단속강화에 나서고 있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포항시 관계자는 “지정해수욕장에 야간 단속요원들을 추가로 배치해 방역대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단속보다는 계도위주로 진행할 수밖에 없어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