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 최근 포항 기계면에서 발생한 단독주택 전소 사건<10월 5일자 4면 보도>과 관련, 화재 발생 직후 소방당국의 초기 대응이 늦어지면서 큰 피해가 발생하게 됐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화재 현장 인근의 119센터에는 경형펌프차량을 단 한 대도 갖추지 않고 있던 것으로 드러나, 소방당국의 장비부족과 부실한 대응이 피해를 더욱 키웠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11일 포항북부소방서 등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오후 11시 49분께 포항시 북구 기계면 지가리에 위치한 A씨의 집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불은 샌드위치 판넬 조립식 주택 1개와 내부집기 등을 태워 소방서 추산 5천만원 상당의 재산피해가 발생한 뒤 3시간 45분 만에 꺼졌다.
이 과정에서 A씨가 손에 화상을 입어 인근 종합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소방당국은 보일러실 인근에 설치해 둔 고추건조기의 장시간 사용으로 인해 이번 화재가 발생하게 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지난 2019년 11월 초께 산간지역 소방 공백을 메우기 위해 문을 연 기계119안전센터에는 경형펌프차량이 1대도 배치돼 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북구 기계면 일대는 산에 둘러싸여 있고 도로의 특성상 길이 좁고 구불구불해 대형차량 진입이 어렵다. 즉 좁은 길에 출동할 소방서의 대응체계가 취약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A씨의 집에서 발생한 경미한 화재가 ‘골든 타임’을 놓쳐 대형화재로 번져 집 전체를 태우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는 곧 소방시스템의 ‘허점’을 잘 설명해 준다.
당시 최초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은 A씨의 집과 5.54㎞ 떨어진 반대 방향으로 달려갔다. 이곳은 A씨의 집과 차로 10분 거리다.
A씨는 인근 소방서의 장비 지원이 예상보다 더 늦어지자, 이후 2차례나 119로 전화해 도움을 요청했다. 이후 소방당국은 화재 발생 지점이 최초 인지 장소와 다른 것을 알아차렸고, 그 과정에서 우왕좌왕하며 혼선을 빚었다.
비교적 크기가 작고 기동력이 있는 지휘차와 조사차, 구급차 3대는 최초 신고 후 29분 만에 현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반면, 크기가 큰 3천ℓ 중형 펌프 차량 등은 무려 40분이 지나고 나서야 A씨의 집에 도착했다.
이는 A씨의 집에서 차로 약 28분 거리(23.63㎞)인 덕산119센터에서 출동한 700ℓ 경형 펌프 차량보다 도착 시간이 3분이나 늦어졌다. 빠른 초동조치가 불가능해지면서 화를 더 키운 셈이다.
이번 화재로 인해 집을 잃은 A씨 가족은 포항시로부터 제공받은 임시거주용 컨테이너 박스를 인근에 설치해 놓고, 그곳에서 생활하고 있다.
A씨의 아들은 “인근 CCTV와 아버지의 증언을 종합해 보면 당시 현장에는 경찰관이 소방관들보다 도착했던 것 같고, 소방관이 위치를 몰라 길을 헤맸다는 말은 도무지 이해가 안된다”며 “이번 겨울은 난방도 안 되는 컨테이너 박스에서 부모님이 살아야 하는데 추운 겨울을 어떻게 보낼지 벌써부터 걱정이다”고 토로했다.
포항북부소방서 관계자는 “대형펌프차량의 경우 밤에 전도될 위험성이 있어 조심해서 운전하다 보니 도착 시각이 늦어졌다”며 “화재 발생 후 신고자가 당황해 위치를 잘못 알려줘 출동시간이 지연됐으며, 우리도 최선을 다했다”고 해명했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