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 북구 기계면 지가리<br/>한 가정집에서 한밤중에 불<br/>집주인 “3차례 화재신고에도<br/>정확한 위치만 묻는 말 되풀이<br/>첫 신고 후 37분 넘어 본격 진화”<br/>소방서측 “주소 잘못 알아들어<br/>처음에 엉뚱한 곳으로 출동”
포항북부소방서의 화재 현장 ‘늑장 대응’이 논란이다. 불이 난 건물은 119센터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었지만 신고를 받은 소방당국은 30분이 넘어서야 현장에 도착, 화재 진압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친 것 아니냐는 비난이 일고 있다.
4일 포항북부소방서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오후 11시 49분께 포항시 북구 기계면 지가리에 위치한 A씨의 집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A씨는 집안에서 잠을 자고 있었던 중 갑자기 ‘펑’하는 소리에 놀라 밖으로 뛰쳐나갔고, 보일러실 근처에 설치해 둔 고추건조기에서 불이 타오르는 장면을 목격했다. A씨는 곧장 119로 전화해 이 같은 사실을 알렸다.
이후 A씨는 소방관들의 도착이 늦어지자 5분 뒤에 다시 한 번 119로 전화를 걸었다. 그는 “제발 빨리 좀 와주세요. 불이 집까지 번질 것 같아요”라며 다급하게 외쳤지만,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음성은 “거기 집 주소가 정확하게 어떻게 되시죠”라고 반문하는 말이었다.
우선 A씨와 그의 남편이 가정용 소화기까지 동원해 진화 작업을 벌였지만, 불길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불은 삽시간에 번져 샌드위치 판넬로 지어진 A씨의 집을 완전히 삼켜버렸다. 이들은 아무런 조치도 하지 못한 채 자신의 집이 타들어 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이어 A씨가 자정을 넘어 오전 00시 3분에 재차 119로 전화를 걸었으나, 소방당국은 “정확한 위치가 어디시죠”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결국 첫 신고 접수 후 29분이 지난 1일 오전 00시 18분이 돼서야 기계 119안전센터 소속의 지휘차와 조사차, 구급차 3대가 화재 현장에 도착했다. 더 황당한 것은 이들이 진화 작업을 하겠다고 가져온 도구는 소화기 3대가 전부라는 것. 잠시 뒤 오전 00시 26분께가 돼서야 시내(덕산119안전센터)에서 출발한 700ℓ짜리 경량펌프차 모습을 드러냈고, 뒤이어 3분 뒤에 기계 119안전센터에서 출발한 3천ℓ짜리 중형펌프차 도착했다. 결론적으로 최초 신고 접수가 된 뒤 무려 37분이 넘어서야 본격적인 살수 작업이 진행됐고, 불은 새벽 3시 34분께가 돼서야 완진됐다.
문제는 A씨의 집과 인접한 기계 119안전센터는 차로 5분 거리며 불과 약 2.40㎞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심지어 기계119안전센터에서 출발한 펌프 차량보다 A씨의 집에서 차로 약 28분 거리(23.63㎞)인 덕산119센터에서 출동한 펌프 차량이 일찍 도착하기도 하는 등 이상한 점도 발견됐다.
이에 대해 소방당국은 상황을 접수한 직원과 A씨와의 소통에서 문제가 있었다는 입장이다.
포항북부소방서 관계자는 “119신고를 접수한 직원이 포항 지리에 익숙하지 못해 소통의 오류가 발생한 것 같다”며 “주소를 잘못 알아들어 최초 출동을 엉뚱한 곳으로 했다. 그래서 A씨 집까지 다시 출동하는데 시간이 더 걸렸다”고 해명했다.
한편, 화재로 인해 A씨는 손에 화상을 입어 종합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집은 전소했으며, 가전제품 등이 모두 불에 타 소방서 추산 5천만원 상당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