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중도층 외연확장 기대<br/>민주당 핵심 지지층 이탈 우려<br/>윤석열, 구속수사 책임론 발목<br/>朴 메시지 보수결집 가능성도<br/>지역 정치권 “대통령 결단 환영<br/>이명박 사면 제외된 점 아쉬워”
지난 24일 문재인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을 결정한 가운데, 70여 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을 놓고 여야의 득실계산이 분주하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중도·보수층으로의 외연확장을 기대하면서도 ‘촛불세력’ 등 핵심 지지층의 이탈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는 ‘박근혜 구속 검사’라는 관계를 비롯해 야권 ‘갈라치기’ 가능성을 우려하면서도 보수지지층 결집에 대한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26일 “문재인 대통령의 국민통합에 대한 고뇌를 이해하고, 어려운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다만, “지금이라도 국정농단 피해자인 국민들께 박 전 대통령의 진심어린 사죄가 필요하다”며 “현실의 법정은 닫혀도, 역사의 법정은 계속됨을 기억하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 후보의 이러한 입장은 ‘특별 사면’의 정치적 부담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돌리려는 의도다. 정치적 과실은 이 후보에게, 여권 지지층의 불만은 문 대통령이 떠안게 되는 모양새다.
사실 이 후보의 중도·보수층에 대한 지지세는 높지 않다. 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기 위해서는 보수인 대구와 경북, 부산·울산·경남에서의 30% 이상 득표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 결정으로 보수 끌어안기가 극대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앞서 이 후보는 대구와 경북을 찾아 ‘박정희·전두환’ 등 전직 대통령에 대한 공을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반면, ‘촛불정권’을 자처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이탈할 가능성도 농후하다. 이를 의식한 듯, 이재명 후보도 “저한테도 사실 탈당한다는 문자가 많이 온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실제로 2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박근혜 사면을 반대합니다’라는 청원이 등장했다. 해당 청원은 이날 오후 3시 기준 3만5천374명의 동의를 얻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속내는 더욱 복잡하다. 다름아닌 박 전 대통령을 구속수사한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번 특별 사면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제외된 것도 부담이다.
윤석열 후보는 이날 박근혜 전 대통령의 특별사면에 대해 “늦었지만 환영한다”고 입장을 내놨다. 윤 후보는 “건강이 조금 안 좋다는 말이 있어서 빨리 건강을 회복하기를 바란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특별사면에 포함되지 않은 데 대해선 “국민통합 관점에서 판단을 해야 않겠나 생각한다”며 사면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그 속내는 복잡하다. 국민의힘 홍준표(대구 수성을) 의원은 “두 전직 대통령을 또 갈라치기 사면을 해서 반대 진영 분열을 획책하는 것은 참으로 교활한 술책”이라며 “반간계로 야당후보를 선택케 하고 또 다른 이간계로 야당 대선 전선을 갈라치기 하는 수법은 가히 놀랍다”고 밝혔다.
하지만 ‘선거의 여왕’으로 불렸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내놓는 메시지에 따라, ‘가족 리스크’로 지지율 정체에 빠진 윤 후보에 대한 보수결집을 노릴 수도 있다는 장점도 존재한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박 전 대통령께서 야권 통합과 야권 후보 당선을 위해 지원해 주실 수 있도록 노력해야 된다”며 “쉽게 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우리가 노력해 정권교체에 힘을 모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권영진·이철우 “박근혜 사면 환영”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상북도지사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권 시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국민통합과 결자해지 차원의 결단을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다만, 권 시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이번 사면에서 제외된 점이 아쉽다”면서 “오랜 기간 옥고를 치르고 고령인만큼 빠른 사면을 고려해주시기를 간곡히 요청한다”고 했다. 권 시장은 “또 다시 대통령이 구속되는 국민적인 불명예와 국격이 추락하는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기원한다”고 강조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도 지난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많이 늦은 감이 있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지난 6월 민선7기 3주년 기자간담회 등 기회가 될 때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 두 분의 사면을 이야기했다”며 “이제라도 박근혜 전 대통령께서 사면돼 다행이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 또한 조속히 사면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순원·피현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