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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량 평년 절반… 농작물 피해 ‘눈덩이’

이시라기자
등록일 2022-05-31 20:00 게재일 2022-06-01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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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밭작물 말라 고사 상태<br/>조만간 비 안 오면 인건비도 날려<br/>경북 17개 시군 9일째 ‘심한 가뭄’
포항시 북구 기계면에 위치한 밭에서 송대인 씨가 가뭄으로 말라버린 참깨의 상태를 살펴 보고 있다. /이시라기자
“내 평생 이런 가뭄은 처음이에요.”

영농철에 들이닥친 봄 가뭄에 농심(農心)이 타들어가고 있다. 평년보다 현저히 부족한 강수량 탓에 농작물들이 생육 부진을 겪으면서 지역농가에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31일 포항시 북구 기계면에 위치한 2천여평 규모의 참깨밭. 이곳에서 만난 밭주인 송대인(60)씨의 얼굴은 유난히 어두워 보였다.


3개월 후면 수확의 기쁨을 누릴 수 있다는 설렘 가득찬 표정 대신 그는 마른 밭을 바라보며 연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밭작물에 한창 물이 필요한 시기인데, 충분한 양의 물을 공급해 주지 못하다 보니 성장도 느리고 새싹들이 메말라 버렸기 때문이다.


계획대로라면 현재 지난 5월 2일 파종한 참깨가 물을 머금고 무럭무럭 자라나 싹을 틔워야 하지만, 오랫동안 비가 내리지 않은 탓에 올해 농사를 망칠 처지에 놓여 있다. 그나마 힘겹게 발아한 몇몇 참깨의 잎사귀도 바짝 말라 노랗게 타버렸다.


조금의 물기도 남아 있지 않은 땅은 곳곳이 갈라져 있어 마치 ‘사막’을 연상케 했다.


송씨는 매일 아침, 저녁으로 하루 꼬박 4시간씩 참깨밭에 물을 대고 있다.


그는 “가뭄으로 땅이 너무 건조해 이 상태에서는 발아가 되지 않는다”며 “사람이 일일이 물을 주는 것에도 한계가 있어, 이대로 가다간 9월에 수확도 해보지 못하고 밭을 다 갈아엎어야 할 것 같다”고 푸념했다.


인근에서 재배되고 있는 방울토마토와 파, 고추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대부분의 작물은 생기를 잃은 채 말라 비틀어져 고사 상태다.


농촌 들녘 곳곳은 가뭄과의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지만 비가오지 않는한 해결은 힘들어 보인다.


고추농사를 짓는 김경자(57·여)씨는 “생육이 너무 부진해 수확을 해도 상품가치가 없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자식처럼 키운 작물을 그대로 버리기에는 마음이 아파 작물을 돌보고 있다”며 “조만간 많은 비가 내리지 않으면 장비비는 커녕 인건비도 못 건질 거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구·경북지역은 유례없는 극심한 가뭄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포항의 경우 5월 한 달 동안 하루(5월 2일)만 비가 내렸다. 이달 평균 누적 강수량은 0.1㎜로 평년(83.2㎜)과 비교하면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대구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최근 6개월(2021년 11월 24일∼2022년 5월 23일) 동안의 전국 누적강수량 188.0㎜로 평년(328.8㎜) 대비 57.0%로 대부분 지역이 가뭄을 겪고 있다.


대구·경북(포항, 경산, 경주, 구미, 칠곡, 청송 등)의 17개 시군은 가뭄지수 4단계 중 3단계에 해당하는 ‘심한 가뭄’ 상태가 지난 23일부터 지속되고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중기 예보에서 다음달 초에 흐린 날씨가 예상되고 있지만, 비가 내릴지 여부에 대해서는 답변하기 아직 이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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