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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 피는 ‘천국의 화원’… 천년세월 담았네

등록일 2022-06-19 19:48 게재일 2022-06-2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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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함산에 깃든 신라 역사와 경주 이야기<br/>   ②  토함산의 동·식물
토함산은 생태관광지로 불려도 좋을만큼 다양한 식물과 희귀한 동물이 발견되곤 한다. 사진은 토함산 올라가는 길.
토함산은 생태관광지로 불려도 좋을만큼 다양한 식물과 희귀한 동물이 발견되곤 한다. 사진은 토함산 올라가는 길.

□ 다양한 동식물 서식하는 생태관광지

우리 시대의 가객 송창식은 토함산을 이렇게 노래했다.

“토함산에 올랐어라 해를 안고 앉았어라 가슴 속에 품었어라 세월도 아픔도 품어 버렸어라 터져 부서질 듯 미소짓는 님의 얼굴에도 천년의 풍파세월 담겼어라 바람 속에 실렸어라 흙이되어 남았어라 님들의 하신양 가슴속에 사무쳐서 좋았어라 한발 두발 걸어서 올라라 맨발로 땀흘려 올라라 그 몸뚱이 하나 발바닥 둘을 천년의 두께로 떠바쳐라 산산히 가루져 공중에 흩어진 아침 그 빛을 기다려 하늘을 우러러 미소로 웃는 돌이 되거라.”

 

경주지역 두 번째 높은 745m높이의 ‘토함산’

앵초·변산바람꽃·개별꽃 등 희귀종 야생화 자생

토함산·암곡습지 2곳 형성… 식물 총 202종 분포

생태적 가치·멸종위기 야생동물 서식지로도 유명

경주국립공원 토함산지구 생물 서식지 특별 관리

애기송이풀 자생지 최초 발견 특별보호구역 지정

플라맹고 추는 여인 치마폭 같은 ‘애기송이풀’ 등

전국서 사진촬영지로 각광… 탐방객 발길 줄이어

글 싣는 순서

1 토함산의 역사와 전설

2 토함산의 동·식물

3 토함산의 수호신 석탈해

4 토함의 전설 담긴 영지

5 ~ 8 불국의 나라를 꿈꾸다

9 ~11 신이 빚은 솜씨 석굴암

12 유흥준 교수와의 대담

13 천년고찰의 향기 기림사

14 흔적만 남아도 부처님 형상 폐사지

15 토함산 자락의 마을들

16 ~17 토함과 얽힌 문화예술 인사

18 토함의 과거를 이야기 하다

19 토함의 현재를 이야기 하다

20 토함의 미래를 이야기 하다

가객의 노랫말처럼 토함산은 천년의 풍파 세월이 담겨 있다.

경주의 동쪽을 둘러싸고 있는 토함산은 높이 745m로 경주에서는 단석산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산이다. 토함산의 서쪽에는 불국사가 부채모양으로 넓게 펼쳐져 있다(佛國寺扇狀地). 북서쪽에는 추령(楸嶺), 남쪽으로는 동산령(東山嶺)이 있고, 경주에서 감포(甘浦)에 이르는 도로는 추령을 통과하며, 산세가 웅장하고 경치가 수려하다.

토함산이 밋밋한 산이라 얼핏 보기에는 평범해 보이지만 토함산을 포함한 토함산 지구에는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어 생태관광지로도 손색이 없다.

토함산은 다양한 야생화가 피는 ‘천국의 화원’이기도 하다. 앵초, 변산바람꽃, 개별꽃, 둥근털제비꽃, 각시붓꽃, 은방울꽃, 조개나물, 둥근잎 천남성, 줄딸기꽃, 괴불나무, 팥배나무, 남산제비꽃, 연분홍분꽃, 복수초, 병꽃, 분홍색 노루귀, 백합과인 중의무릇, 고추나무꽃 등의 희귀종 야생화들이 함께 자생한다. 탐방로 주변 계곡에서 자주 보이는 선괭이눈을 비롯해 별꽃, 꽃다지, 현호색 등이 지천으로 핀다. 족두리꽃, 광대수염, 미나리냉이 등은 발에 치일 만큼 흔하게 발견된다. 산 중턱에선 또 다른 명물인 앵초의 군락지도 볼 수 있다.

경주 노루귀.
경주 노루귀.

□ 생태적 가치 높은 토함산 습지

경주국립공원 토함산 지구에는 두 개의 습지가 있다. 동대봉산(680m) 정상부근 해발 500m 지역에 있는 토함산 습지와 암곡 습지가 그것이다. 두 곳 다 산지형 습지인데 암곡습지가 1만3천228㎡로 토함산 습지(3천824㎡)보다 훨씬 규모가 크다. 암곡습지에는 오리나무, 산수국, 진퍼리 새 등 식물 70종 정도가 자라지만 규모가 훨씬 적은 토함산 습지는 그야말로 식물들의 천국이다. 꽃창포, 노루오줌, 버드나무 등 식물 132종이 분포하고 있다.

토함산습지는 지난 2010년 발견됐다. 탐방객들의 발길이 미치기 힘든 다소 외진 곳이어서 습지의 원형이 그대로 보존돼 있었다. 토함산 지구는 이름난 불교유적지를 품고 있어서 토함산 등대봉산 등에 경주인들이 즐겨 찾았다. 수많은 이들의 발길이 쏠렸던 지역에서 천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습지가 오랜 세월 동안 발견되지 않은 것은 신기한 일이었다.

토함산 습지는 작은 봉우리로 둘러싸인 분지 형태다.

습지의 규모는 폭 30m, 길이 100m 약 3천㎡의 타원형 모양의 평지로 규모는 크지 않지만 각종 수생식물과 야생동물이 서식하기에 충분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 습지 주변에는 물이끼를 비롯한 각종 수초들과 이름을 알 수 없는 식물들이 마치 풀밭 모양으로 습지 곳곳에 빽빽이 서식하고 있다. 야생동물의 서식처 역할을 하는 습지답게 지금까지도 동물들의 발자국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습지는 제법 높은 지역에 있지만 습지를 가득 채운 뒤 계곡으로 흘려보낼 정도의 물이 땅속에서 계속 솟아오르는 샘터도 있다.

무장봉에 있는 암곡습지는 국립공원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오랜 시간 알려지지 않은 관심 받지 못한 산지습지 중 하나다.

암곡습지는 토함산과 시루봉(502m)을 잇는 능선에 오래전부터 생겨난 산지형 습지로 생태적 가치가 뛰어나다.

2012년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애기송이풀.
2012년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애기송이풀.

□ 멸종위기 야생생물 서직지인 암곡습지

암곡습지는 다양한 멸종위기 야생생물이 서식하고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국립공원공단 경주국립공원사무소는 2020년 암곡습지에서 멸종위기 야생생물Ⅱ급인 벌매를 발견했다. 벌매는 경주국립공원단지에서 최초로 발견된 종이다. 이밖에 암곡습지가 담비, 삵, 참매 등 멸종위기 야생생물과 깃대종인 원앙의 서식지 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멸종위기 야생생물이 다수 발견된 암곡습지를 비롯한 암곡초지 일원은 지난 2021년부터 5년간 약 15억 원을 들여 집중 복원·관리하고 있다.

경주국립공원의 멸종위기 야생생물은 국가관리를 시작한 2008년에 12종에서 2020년에는 23종으로 늘어났다. 경주국립공원사무소는 야생생물과 서식지를 보호하기 위해 여섯 곳의 국립공원특별보호구역을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경주국립공원사무소는 지난해 12월 31일 자로 고시된 국립공원 공고에 따라 멸종위기 2급 식물 경주국립공원 토함산지구의 애기송이풀 자생지를 국립공원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했다.

국립공원 특별보호구역은 공원 내 핵심 생물종 서식지를 특별하게 보호 관리하기 위해 일정 기간 사람의 출입을 제한하는 제도로 운영되고 있다.

경주국립공원 토함산지구에 자생하고 있는 애기송이풀은 2012년 7월 개정된 야생동식물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한국특산 식물이다. 분포지는 경기 가평군과 연천군, 강원 횡성군, 경북 영양군으로 알려진다.

경주국립공원 관계자는 “최근에 자생지가 발견된 경주국립공원은 국내 남한계로 추정되며 우리나라 21개 국립공원 중에서 최초로 발견됐다”라고 설명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관계자는 “애기송이풀 자생지에 대한 특별보호구역 지정은 기존에 이 지역이 야생화 단지로 알려지면서 주변 식생이 야생화 사진작가들에 의해 일부 훼손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적극 추진하게 됐다”며 “향후 현장관리를 강화해 애기송이풀 자생지 보전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주 변산바람꽃.
경주 변산바람꽃.

□ 야생화가 지천에 핀 자연마을 ‘시부거리’

토함산지구에서 습지와 함께 주목할 만한 곳이 바로 애기송이풀 서식지 인근의 시부거리마을이다.

변산바람꽃, 노루귀, 복수초 같은 야생화 관찰지로도 유명한 시부거리마을은 애기송이풀 탐방지로도 이름이 높은 토함산 지구의 자연마을이다.

청정하고 건강한 생태계가 잘 보존되고 있는 시부거리 마을은 사방이 토함산에 폭 안겨있는 듯한 형상이다.

새롭게 알려지기 시작한 ‘애기송이풀’에 대한 안내판도 볼 수 있다. 시부거리마을은 약 200년 전 오천 정씨 집성촌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시부거리’라는 마을 명은 정착 당시의 마을 앞 논이 커다란 늪지대여서 물이 많이 나오고 잡초가 자라는 마을 환경을 묘사한 것이다.

사실 시부거리마을은 오지에 가까운 동네였다. 그러다 오랫동안 야생화를 찾는 사람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봄이 되면 전국에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이른 봄, 봄꽃이 필 무렵부터 야생화가 피는 5월까지 탐방객이 가장 붐비는 시기라고 한다.

전국에서 야생화 개화 소문을 듣고 사진작가와 사진동호회원들이 찾는 단골 촬영지기도 하다.

경주 변산바람꽃.
경주 변산바람꽃.

발 닿는 길 주변으로는 수십 종의 야생화들이 약초, 산나물들과 함께 자생하고 있다. 산벚꽃과 연달래, 참꽃의 수줍은 분홍은 낙화로 사라졌지만 개화 시기를 달리해 피어나는 야생화들이 사람들을 반긴다.

이곳에서 본 멸종 위기종인 애기송이풀은 존재 그 자체로 경이로웠다. 마치 플라맹고를 추는 여인의 치마폭이 연상됐다.

애기송이풀을 보고 돌아서며 귀하고 소중한 청정 생태계의 보고인 토함산에 대해 생태학적으로 재평가돼야 한다는 생각이 스쳤다. 야생화나 산나물 등 야생식물의 채취금지 등의 소극적인 보호 작업뿐만 아니라 생태학적 가치를 찾는 적극적인 작업들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그것이 천년 세월 동안 묵묵하게 버티며 경주를 지켜온 토함산이 말없이 건네는 화두일 것이다.

/최병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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