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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대의 역사문화 속 오늘과 미래 문화도 존재

등록일 2022-10-30 18:45 게재일 2022-10-31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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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함산에 깃든 신라 역사와 경주 이야기<br/> (18) 토함의 과거·현재·미래<br/>            추억의달동네, 바람의언덕, 자연휴양림

◇토함산의 과거 신라역사박물관과 추억의 달동네

토함산 자락에는 경주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상징하는 듯한 다양한 시설들이 자리잡고 있다. 신라역사과학관은 경주인들의 과거를 소환하는 곳이다. 신라역사과학관은 경주 민속공예촌 내에 있다. 석불사 관람 전에 필수로 들러야 하는 곳이기도 하다.

석불사는 문화재 보호를 위해 유리벽이 설치돼 있어 석가탄신일 당일을 제외하고 내부를 볼 수 없다. ‘신라 불교미술의 정수’라 불리는 본존불의 아름다움은 유리창 안에서도 빛나지만 과학적으로 지어진 석굴 내부 곳곳을 둘러볼 수 없어 아쉬운 마음이 든다.

신라역사과학관은 일제의 잘못된 복원으로 습기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 석굴암 본존불에 대한 안타까움이 컸던 석우일 관장이 사재를 털어 석굴암의 연구 자료를 모아 전시관을 만들었다.

 

추억의 달동네, 150개 코너에 6천여개 소품들

1970∼80년대 분위기 물씬… 기억속 공간으로

자연휴양림, 123만㎡ 규모 1일 수용인원 300명

등산·캠핑·보건휴양림 등 활엽수 산림욕 유명

풍력발전기 총 7기 가동 친환경 청정에너지화

‘바람개비’ 모양으로 1만여 가구 연간 전력 생산

추억의 달동네
추억의 달동네

5/1 크기로 만든 석불사 모형을 필두로 지하전시실에는 혀를 내두를 정도로 정교하게 짓고, 세밀한 조각까지 곁들여진 석굴 내부 곳곳을 살펴볼 수 있도록 전시해 두었다.

본존불을 중심으로 석불사 내부의 제자상과 첨차석을 정교한 모형으로 만들어 놓았다. 전시실에 들어가면 마치 유리막을 열고 석불사 안쪽 석실로 들어가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한다.

석굴의 수리적 원리를 최초로 밝힌 요네다 도면도 볼 수 있고 석굴암 관련 서적과 자료도 같이 전시돼 있다.

신라역사과학관은 선조들의 놀라운 과학기술과 건축기법의 산물인 문화유적을 세세하게 뜯어볼 수 있는 곳이다. 1500년 동안 단 한 번도 무너지거나 크게 흔들림 없이 제 자리를 지킨 첨성대의 구조를 세밀하게 공부할 수 있는 1/10 첨성대 모형도 1층 전시실에 자리해 있다.

경주 하동공예촌에 신라역사과학관을 만든 이는 석우일 관장이다.

석 관장은 “과거의 역사 문화 속에는 과거만 있는 것이 아니고 거기에는 현재를 살아가는 오늘의 문화도 있으며 내일을 살아갈 미래의 문화도 함께 내재돼 있다”고 말했다.

석 관장의 생각처럼 전시실 내부에는 첨성대와 석불사 외에도 물시계와 해시계 등 신라시대의 하이테크 기술을 알 수 있는 다양한 과학기술의 성과물들이 전시돼 있다. 조선시대의 천문학적인 깊이를 알 수 있는 천상열차분야지도 목판본이나 세종 19년 만든 시계인 일성정시의, 앙부일구(해시계) 등도 정교한 모형도 같이 전시하고 있다.

전시를 좀 더 풍부하게 이해하려면 매주 주말 오전 10시와 오후 2시에 진행하는 상설 해설 프로그램을 따라가면 된다.

경주의 과거를 이해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장소는 ‘추억의 달동네’다. 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우리네 옛 삶을 엿볼 수 있는 근대사박물관인 ‘추억의 달동네’는 경주시 보불로 민속공예촌 옆에 있다. ‘추억의 달동네’는 근대사박물관이란 이름으로 지난 2014년 12월 개관한 곳이다. 세트장처럼 규모가 큰 것도 아니고, 재현이 좀 투박한 듯하지만, 150개 코너에다 6천여 개의 소품으로 장식해 1970년대와 1980년대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토함산 자연휴양림
토함산 자연휴양림

비록 박물관 안에서 재현된 풍경일지라도 지나온 청춘을 바라보는 느낌은 아련하다. 다이얼을 돌리는 전화기, 길게 줄을 서서 사는 영화표, 튜너가 달린 TV, 교련복, 통기타…. 그 시대를 청춘으로 건너온 중년 이상의 세대들에게는 누추했어도, 누구에게나 빛나는 청춘의 시간이었을 것이었다. 그 빛나는 시간으로 다시는 돌아갈 수 없겠지만, 그때의 물건과 정서로 가득 채운 여행지가 추억의 박물관이다. 옛 건물을 재현하고 오래된 물건을 가져다 놓은 곳인데, 그곳에서는 전시된 물건뿐만 아니라 저마다 건너온 자신의 과거의 시간과 마주치게 된다. 기억 속의 공간을 둘러보다 때로 가슴이 뭉클해지는 건 이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잊혀진 줄만 알았던 동네 풍경들, 이를테면 주황색 공중전화, 연탄재가 쌓인 골목길, 못난이 인형, 앉은뱅이 책상, 원기소, 뻥튀기 도구 같은 것들을 만날 수 있다. 골목 곳곳에 나붙은 ‘쥐를 잡자’ ‘10월 유신’ 포스터와 저우룬파(周潤發)가 등장하는 광고지 등도 현실감을 더해준다.

특히 50년대부터 서민, 평민, 양반층 등 계층별 삶의 모습뿐만 아니라 농업인, 이발소, 다방, 만화방, 비디오방, 학교 등 직업별로 당시의 삶을 엿볼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골목 주류문화를 꽃피웠던 1970년대 선술집을 재현하여 정과 흥, 그리고 문학과 예술이 함께하는 선술집 문화를 엿볼 수 있고, 군 막사에는 군대의 희로애락 역시 고스란히 재현해뒀다.

이곳이 세트장과 다른 점은 풍경 곳곳에 마네킹 크기만 한 인형을 배치해 놓았다는 점. 구멍가게와 전파사, 국밥집, 복덕방의 공간 속에다 인형을 집어넣는 것으로 낡은 흑백 사진 속의 풍경을 완성해 놓았다. 국민학교(초등학교의 옛 이름) 교실의 풍경이며, 남녀 학생이 미팅하는 빵집, 경찰과 취객이 실랑이를 벌이는 파출소, 장발의 DJ가 있던 옛날식 커피숍, 가위를 들고 아이들을 부르는 엿장수 등의 모습이 슬며시 미소 짓게 만든다.

애초부터 관람시설로 만든 곳이라 체험 거리가 풍성하다. 연탄불 위에 설탕을 녹여서 만드는 달고나도 있고, 구워 먹는 쫀드기도 있다. 잘 오려서 옷을 갈아입히는 종이 인형이나 주사위를 굴리며 놀던 뱀 주사위 놀이판도 판다. ‘초등학교’에서는 교복과 교련복을 빌려 입을 수도 있다. 과거의 공간 속에서 보고, 먹고, 사진을 찍으면서 추억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다.

박물관 관계자는 “기존 딱딱하고 보기만 하는 박물관의 이미지를 탈피하고, 관람객이 옛 골목길을 걸으며 직접 체험하고, 함께 호흡하고 살아 숨 쉬는 체험형 박물관을 만들고자 했다”고 한다.

바람의 언덕
바람의 언덕

◇토함산의 현재 경주 자연휴양림

경주시 양북면에 있는 토함산 자연휴양림은 경주 3대 성산의 하나인 토함산 남쪽 기슭 깊은 계곡에 있으며 소나무 등 침엽수림 외에 다양한 활엽수와 수목이 자생하고 있다. 1997년 7월에 개장한 토함산 자연휴양림은 천연원시림 안에서 산림욕과 보건 휴양을 할 수 있으며, 특히 활엽수 산림욕이 유명하다. 전체 면적은 123만㎡, 1일 수용인원은 300명이다. 가벼운 등산이나 삼림욕을 겸해 캠핑을 즐기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다양한 침엽수와 활엽수가 자생하고 있으며, 각종 야생동물이 있어 자연체험 학습장으로 제격이다. 캠핑장에는 일반 야영장 40면을 마련했다.

휴양림에는 5.18㎞의 등산로를 비롯해 숲속의 완만한 경사면에 야영장이 있고, 숲속의 집, 삼림욕장, 전망대, 체력단련시설, 배드민턴장, 물놀이장, 활터, 씨름터, 산림욕장, 어린이놀이터, 캠프파이어장 등을 갖추었고, 임산물판매장, 민속놀이마당 등이 있다.

바닥은 모두 데크로 이뤄졌으며, 사이트 크기는 가로 3m, 세로 3.5m부터 가로 4.7m, 세로 4.2m까지 다양하다.

근처에는 신라 경덕왕 때 김대성이 창건한 사찰인 불국사(사적 및 명승 1)와 석굴암(국보 24), 문무대왕릉(사적 158), 감은사지, 보문관광단지 등 많은 문화유적과 관광지가 있다.

 

◇토함산의 미래 경주 풍력발전

토함산의 이웃 산인 조항산 정상부에는 경주 풍력발전이 있다.

친환경 청정에너지 생산을 위해 한국동서발전과 동국S&C가 건설한 상업용 풍력발전단지로 총 7기의 풍력발전기가 가동 중이다. 풍력발전기는 바람개비 모양을 하고 있다. 말이 ‘바람개비’이지 사실 ‘바람개비’라고 하기엔 너무 크다. 80m 높이의 타워 꼭대기에 무게 11톤, 직경 95m의 거대한 날개가 회전하는 이 피조물의 정식 명칭은 ‘풍력발전기’. 가까이서 올려다보면 거대하다 못해 위엄까지 넘친다. 그러나 조금만 뒤로 물러나 멀리서 바라보면 발전기는 어느새 작은 동산에 꽂혀있는 앙증맞은 바람개비로 변한다. 게다가 하늘과 바다의 푸른색을 배경으로 삼으면 그 풍광이 가히 목가적이다.

1만여 가구가 쓸 수 있는 양인 평균 4만 mwh 정도의 전력을 연간 생산한다.

산 능선을 따라 띄엄띄엄 거대한 풍력발전기가 세워져 있는데 ‘바람의 언덕’으로 부르는 이 일대를 365일 일반에 개방하고 있다. 풍력발전소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정자 ‘경풍루’가 있는 전망대와 함께 바람길 산책로, 피크닉 테이블 존 등이 갖추어져 있다.

굽이굽이 만들어져 있는 바람길을 따라가다 보면 억새와 갈대처럼 가을 정취를 충분히 느낄 수 있다.

경주풍력발전 ‘바람의언덕’은 일몰, 노을이 아름다운 곳으로 알려져 있어 해 질 무렵 찾아보길 권한다. 전망대, 바람길 산책로 등 곳곳에서 석양을 감상하기 좋다. 더러는 일몰 후 조금 더 기다려 별빛 쏟아지는 낭만적인 밤까지 즐기고 가는 이들도 많다.

/최병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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