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 포항시 버스노선 개편 2년째… 마을버스 타 보니<br/> 운송원가 낮추고 보조금 줄여 <br/> 외곽도로 운행 마을버스 도입<br/> 흥해·오천·기계 등 외곽 지역<br/>“승객 너무 적어 혈세낭비 논란”<br/> 노선·배차 조정 등 방안 절실
포항시 마을버스가 도입 2년째를 맞았지만 승객 한두 명만 태우고 운행하는 버스들이 자주 목격돼 시민 혈세가 지원되는 만큼 운행 효율성을 위한 전반적인 탑승률과 노선 점검 등 대책 마련이 따라야한다는 지적이다.
포항시 마을버스는 지난 2020년 7월 버스 노선 개편에 따라 도입됐다. 개편 이전에는 시내버스가 외곽지역을 운행했으나 운송원가를 낮춰 버스 보조금을 줄이고 대형버스가 못 들어가는 외곽 도로에도 버스가 들어갈 수 있도록 마을버스가 도입됐다. 하지만 일부 마을버스 노선은 직접 기점에서 종점까지 타본 결과 이용객 수가 너무 적어 이런식으로 운행해도 수지타산이 맞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지난 16일 오전 11시 25분, 시외버스터미널 정류장에 용흥 1 마을버스가 멈춰 섰다. 탑승한 사람은 기자와 할아버지 한 명이었다. 미끄러지듯 달린 마을버스는 고용복지플러스센터 앞에서 1명, 죽도 파출소 앞에서 1명을 태웠다. 그렇게 40여 분을 달려 회차지인 포항세무서 건너편 도심환승센터에 도착한 것은 낮 12시 5분. 마을버스에 타고 내린 이용객은 12명이었다. 마을버스의 좌석이 13개였으니 기점에서 종점에 도착할 때까지 버스 좌석을 다 채우지 못하고 도착한 셈이다.
죽도시장에서 장을 보고 귀가 중이었던 주민 박모(61·여)씨는 “집에서 시내를 오갈 때 이 버스가 없으면 발이 묶인다”며 “타는 사람이 적어 버스 노선이 없어지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한다”고 걱정을 숨기지 않았다.
마을버스 운전을 하는 운전기사 김모(46)씨는 “마을버스는 노선이 짧고 우회하는 구간이 많기 때문에 타는 분들이 적은 편”이라며 “대부분 이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이 마을버스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교통카드 빅데이터 통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마을버스 이용량은 시내버스와 비교해 큰 차이가 났다. 지난 4월 한 달간 용흥 1 노선은 일 평균 284명이 이용했으며 양덕 2 노선은 일 평균 107명이 이용했다. 이 밖에도 흥해, 오천, 기계 등 외곽 노선 대부분이 일 평균 수십 명이 이용하는데 그쳤다.
반면, 시내버스의 경우 같은 기간 302번 노선이 일 평균 5천507명, 207번 노선이 일 평균 4천754명이 이용해 대조를 보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포항시 마을버스에 지원되는 손실보상금은 올해 23억1천100여만원에 달한다. 이는 포항시에서 대중교통 재정지원을 위해 버스 운수업계에 지원되는 보조금 중 9.3%를 차지한다. 포항시 마을버스는 92개 노선, 45대(예비차 포함)가 운행 중이며 시내버스는 24개 노선, 218대(예비차 포함)가 운행 중이다.
이 때문에 마을버스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 노선을 개편하거나 운영 효율화를 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승객 이용실태를 면밀히 분석해 수요가 높은 노선은 배차를 늘리고 수요가 적은 노선은 이용 패턴에 맞게 배차, 노선 등을 조정하는 방식이다.
포항시는 지방 대중교통계획 용역을 통해 마을버스 운행을 개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바탕으로 수요응답형 버스(대중교통 노선을 미리 정하지 않고 여객 수요에 따라 운행구간과 정류장 등을 탄력적으로 운행하는 여객운송서비스)인 죽장면 희망버스나 장기면 100원 택시 등의 운행 확대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포항시 관계자는 “마을버스 도입으로 운송원가가 크게 줄고 주민 만족도 높은 편”이라며 “교통 복지와 효율적 노선 운영을 위해 다각도로 대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주형기자 mirae5702@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