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소재지 이전·미래기술硏 본원 설립 진전 없는 상황<br/>포항 인구 50만 유지도 절박… 양측 윈윈 가능 해법 찾아야
포항지역사회와 포스코 간의 갈등이 올 초에 이어 또다시 첨예하게 재연되고 있다. 지난 2월 25일 양측과 범대위 대표가 서명한 합의내용이 반년 가까이 진전이 없자, 포항지역 민심이 격앙되고 있는 것이다.
포항시 주요 교차로나 도로 곳곳에 도배하듯 걸려있는 현수막에는 ‘최정우는 50만 포항시민과 합의서를 조속히 이행하라’, ‘포스코 본사여 돌아오라’는 등의 문구가 적혀 있다. 휴가철 포항을 찾는 관광객들로부터 포항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질까 봐 걱정하는 시민들도 있다.
포스코는 지난 1월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 본사를 서울에 두기로 결정했다가 포항과 정치권의 부정적인 여론이 빗발치자 지주회사 소재지를 2023년 3월까지 포항으로 이전하겠다고 합의했다.
당시 합의서 내용을 보면 ‘포스코 지주회사 소재지는 이사회 및 주주설득과 의견수렴을 통해 2023년 3월까지 포항으로 이전할 것을 추진하고, 미래기술연구원은 포항에 본원을 설치하는 등 포항 중심의 운영체계를 구축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그리고 포항시와 포스코, 포스코홀딩스는 앞으로 TF를 구성해 지역상생협력 및 투자사업도 진행하기로 했다.
최대쟁점인 포스코홀딩스 소재지 변경(서울에서 포항으로)의 경우, 포스코 이사회를 거쳐 주주들을 대상으로 정관변경 동의를 받는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포스코 차원에서도 현재로선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기가 어렵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 김정재(포항북) 의원이 포스코홀딩스 포항이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김 의원은 지난 11일 국민연금공단 박정배 이사장 직무대행을 만나 포스코홀딩스 포항 이전의 당위성을 밝히고 포항 이전을 위해 힘을 보태줄 것을 요청했다. 국민연금공단은 포스코홀딩스 지분 8.72% (2022년 7월 기준)를 가진 최대 주주로 포스코홀딩스의 주주총회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준공공기관이다.
서울 포스코센터에서 근무하던 기획·전략·신산업 담당 직원 200여 명으로 설립된 포스코홀딩스는 지난 3월 2일부터 업무를 시작했다. 투자와 자금조달, 인수합병(M&A)이 주된 업무다.
포스코그룹 R&D 컨트롤타워인 미래기술연구원은 포항에 있는 기술연구원과는 별개로 지난 1월 4일 서울 포스코센터에 둥지를 틀었다. 포항시가 중점 추진하고 있는 수소·이차전지·바이오 산업의 발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싱크탱크다. 포항의 미래동력과 연결되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지주사 소재지 변경보다 미래기술연구원 포항설립이 더 중요한 현안이 될 수 있다.
포항은 현재 미래기술연구원이 들어설 충분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세계적인 IT기업인 애플이 올해부터 포항에 애플아카데미를 개설해 한국의 미래경쟁력을 이끌 스타트업을 양성하고 있다. 포스텍(전문연구인력 양성)과 방사광가속기연구소(배터리소재 R&D 기관), RIST 이차전지소재연구센터, 나노융합기술원 등 서울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포항시와 포스코가 연구인력들의 정주여건을 마련할 경우 미래기술연구원의 포항이전은 지금도 충분히 가능하다. 포스코그룹은 미래기술연구원의 우수인재영입을 위해 수도권과 2원 체제로 유지하되 본원은 연내에 포항에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었다. 실행을 앞당기는 것도 양측 갈등을 해소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현재 포항시의 최대현안은 50만 인구를 유지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청년들이 선호하는 기업유치가 관건이다. 특히 포항으로선 현재 사업다각화에 나선 포스코 그룹의 지원이 가장 절실한 때다. 포스코홀딩스가 핵심사업으로 정한 수소환원 제철로의 전환부터 이차전지소재, 리튬·니켈, 에너지 산업은 대부분 포항이 미래동력으로 삼고 있는 분야다.
다른 지방자치단체도 모두 기업유치에 혈안이 돼 있는 마당에 포항시가 포스코와 감정대립을 하며 서로 외면하는 것은 양측 모두에게 엄청난 마이너스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최근 기업들의 어떤 민원도 두달 안에 해결하겠다며 투자유치에 나서 포스코와 갈등관계인 포항의 경우와 대조를 보였다.
포스코의 또 다른 한축인 광양시 또한 포항·포스코간의 갈등을 주시하며, 포스코측에 우호적인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지난 9일에는 정인화 광양시장이 광양제철소 제1고로를 방문, 직원들에게 “용광로를 지키고 있는 여러분들이 있어 포스코와 광양시가 발전할 수 있었다”고 격려를 하기까지 했다.
지금 포항이나 포스코의 미래가 그렇게 밝은 상황이 아니다. 양측의 실질적인 의사결정권자들이 만나서 하루빨리 시위사태를 수습하고, 포항과 포스코의 미래발전을 위한 전략을 의논해야 한다. /심충택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