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통합’ 민선8기 시작 후 사실상 백지화·맑은 물 협정 해지 수순<br/>경북도, “대구시는 상생 포기 기조… 경북 위한 연구원 설립 필요”<br/>공동설립 대구경북연구원 분리안 논의, 31년 만에 갈라설 가능성
대구경북행정통합을 이야기하며 ‘우리가 남이가’를 외쳤던 대구 경북의 초광역권 상생 발전 구상이 곳곳에서 균열이 나고 있다.
전임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지사가 의욕적으로 추진해 왔던 행정통합은 민선 8기 시작과 더불어 논의 자체가 중단되며 사실상 백지화됐다. 대구시와 구미시간 맑은 물 상생협정도 해지 수순을 밟고 있다. 더욱이 대구시와 경북도가 공동으로 설립한 대구경북연구원마저 분리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두 광역단체가 서로 경쟁관계로 돌아서 ‘마이 웨이’를 외치고 있는 형국이다.
25일 경북도의회 임시회에서 박선하(김천)의원은 대구경북연구원 분립으로 경북만을 위한 경쟁력 있는 연구원 설립을 질문했고, 이에 이철우 지사는 대구경북연구원을 분리하고 도 자체 연구원을 설립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날 박선하 의원은 “대구와 경북은 처한 환경과 정책현안이 다른데 대구경북연구원의 구성과 위치는 대구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고, 매년 정책과제 수행에서도 대구에 뒤처지는 등 실질적인 경북의 정책을 연구 지원하는 역할은 매우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대구·경북의 협력을 중요과제로 추진하는 경북과 달리 대구는 최근 상생을 포기하는 기조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기회에 대구경북연구원을 발전적으로 해체하고 지방시대를 선도할 경북의 혁신적인 정책을 지원할 수 있도록 조직을 강화, 경북만을 위한 경쟁력 있는 연구원을 설립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철우 지사는 “연구원이 대구에 있다 보니 대구 관련 연구만 한다는 지적이 도의회에서도 그동안 7차례나 있었다”며 “당시에는 대구와 경북이 통합하려는데 연구원을 분리해서 되겠느냐고 생각했으나 통합하더라도 연구원이 여러 개 있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이어 “연구원을 분리하면 우수한 연구원이 오겠느냐는 걱정을 많이 하는데, 그렇게 우수한 사람이 안 오더라도 플랫폼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는 연구원이 가까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지사는 “한 예로 경북은 동해안이 넓고 농도인데 연구원에 관련 연구원이 없다”며 “연구원에는 도에서 필요한 연구원이 있어야 하는 만큼 우리 스스로 길을 찾겠다”고 역설했다.
또 “이번 기회에 연구원 분리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서 자체적으로 연구원을 가지는 것을 추진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로써 1991년 대구시와 경북도가 공동 출연해 대구권경제사회발전연구원으로 개원했다가 이름을 바꾼 대구경북연구원은 31년 만에 대구와 경북 연구원으로 갈라설 가능성이 커졌다.
이러한 기조는 홍준표 대구시장이 취임하면서 과거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로 변한 것이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이고 있다.
경북도의회의 한 관계자는 “대구경북연구원은 대구경북 상생이라는 보다 큰 틀을 우선한 기조로 유지해왔으나 이제는 분위기가 상당히 바뀌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제 지역 상생보다는 각자도생의 길로 들어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전세계적으로 인접 자치단체들이 서로 연대해 경제와 문화 등을 기능적으로 연결하는 초광역권 도시를 추진하고 있다”며 “대구와 경북도는 서로 힘을 합쳐 공동발전을 모색해도 힘들 판에 서로 경쟁하는 모습은 시대를 거꾸로 가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이창훈기자 myway@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