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디지털 전환은 선택이 아닌 필수 조건으로 자리매김하였다. 디지털 전환이라는 용어가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그리 낯설지 않게 들리는 것처럼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디지털 전환은 국가의 경제적 수준과 상관없이 빠른 속도로 일어나고 있다. ICT 기술을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는 이 변화의 흐름 속에서 우리 사회와 개인의 삶은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하는 AI 시대에 적응해 가고 있다.
AI 시대의 대표적인 특징 중 하나는 바로 데이터의 접근성과 기회의 측면에서 모두가 평등해진다는 것이다. AI 시대의 핵심인 ICT 기술의 발전은 지식의 비대칭성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넘어서 지식 공유를 통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이전에는 돈을 지불해야만 얻을 수 있었던 지식을 이제는 구글이나 유튜브와 같은 다양한 웹 서비스를 통해 무료로 빠르고 쉽게 얻을 수 있다. 또한 AI 시대에서는 가치 창출의 수단이 더욱 다양해졌다. 데이터는 더 이상 지켜야하는 대상이 아닌 공유의 대상이며, 데이터와 유휴 자원의 공유 활동을 통해 창출되는 경제적 파급력은 이미 우버나 에어비앤비와 같은 서비스들을 통해 입증되었다.
이처럼 AI 시대에서는 이전보다 더 차별 없이 모두에게 공평한 기회가 주어지는 평등한 사회적 구조를 기대해 볼 법하다. 뉴욕타임즈의 칼럼니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이 그의 저서 ‘세계는 평평하다(The world is flat)’에서 설명한 것처럼 개발도상국가들의 비약적인 경제 성장과 이로 인한 세계 부의 평준화가 곧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서비스를 통해 국가와 지역간에 존재하던 교육과 정보의 불평등 문제는 이미 상당 부분 해소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불평등은 조금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오히려 심화되는 모습이다. 원격 교육이나 원격 근무가 기술적으로 활용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청년들은 해외 선진국이나 대도시로 떠나려고 한다. 아직 완전한 AI 시대가 도래한 것이 아니라고는 하지만, 우리 사회의 상당 부분이 디지털화되어 있다는 사실을 미루어 보면 이는 우리가 낙관하는 AI 시대의 모습이 아니다. 이는 현 시점의 우리 사회가 AI 시대의 기술적인 장점만 있을 뿐, 이외의 가치를 구현할 수 있는 환경 또는 문화에 대한 변화나 정책적 개선은 미비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2023년의 AI 시대를 준비하는 우리 기성세대들은 앞으로 우리 자녀들에게 AI 시대의 참 가치, 즉 보다 평등하고 차별 없이 기회를 부여받을 수 있는 환경과 문화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오히려 지금 우리 사회에 시급한 것은 AI 중심의 산업 또는 R&D 정책이 아니라 젊은 세대들에 초점을 맞춘 정책 또는 시스템 개선이 아닐지 모르겠다. AI 시대의 평등은 결코 당연하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하면서 우리의 젊은 세대들이 보다 차별 없이 자유롭게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세상이 도래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