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데이터로 바라본 사회

등록일 2023-03-14 18:16 게재일 2023-03-15 18면
스크랩버튼
김경외 한동대 교수·AI융합교육원
김경외 한동대 교수·AI융합교육원

우리 사회의 대다수 데이터들은 주로 중앙집중형 또는 탈집중형 방식으로 관리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중앙집중형 데이터 관리 구조의 요지는 권한을 부여받은 핵심 소수 또는 허브(hub)가 대다수 데이터의 저장과 처리를 전담하는 것이다. 관리의 대상이 적기 때문에 효율성이 높고 관리 자체도 용이해 생산 최적화된 방식의 구조라고 볼 수 있다.

따져 보면 우리 사회도 데이터와 마찬가지로 많은 부분에서 중앙집중형 구조를 띠고 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하는 대다수의 조직 활동만 보더라도 여러 명이 동등한 의사결정을 갖는 것보다 한 명이 최종 의사결정을 갖고 일을 추진하는 것이 훨씬 덜 소모적이다. 직장인들의 최대 고민이라고 하는 그 흔한 점심 메뉴 고르는 것조차 개개인이 의사결정을 갖는 것보다 담당자 한 명이 결정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생산성이 최우선시되는 산업시대에서 중앙집중형 방식은 효율성을 최대화할 수 있는 최적의 방식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 사회의 상당 부분이 과거부터 지금까지 중앙집중형 구조로 구성되어 왔던 것이다.

그러나 중앙집중형 구조는 정보의 비대칭성과 종속성이라는 아주 치명적인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중앙집중형 구조에서 허브는 모든 정보를 관리하고 통제할 수 있는 큰 권한을 부여받는다. 모든 사람들은 오직 허브를 통해서만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이는 곧 허브와 허브에 연결된 이용자 간에 큰 불평등을 야기한다. 또한 중앙집중형 구조에서 구성원들은 지나치게 허브를 의지하게 된다. 허브로의 종속은 허브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개인의 주권과 정체성의 상실을 뜻한다. 생각해보면 이는 애석하지만 낯설지 않은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데이터는 분산형 구조를 통해 해결하려고 한다. 분산형 구조는 별도의 허브를 두지 않고 모든 객체가 다 연결되어 데이터에 서로 접근하도록 만드는 방식이다. 분산형 구조에서는 다 연결되어 있어서 이를 적용하려면 모두를 관리해야 하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의 등장으로 널리 알려진 블록체인 기술이 분산형 구조 내의 투명성과 안정성을 보장해주게 되면서, 분산형 구조는 실제로 활용 가능한 것이 되었다. 실제로 에스토니아는 블록체인 기반으로 전자 정부를 도입하여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이러한 시도들은 앞으로 더 다양한 분야에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중앙집중형에서 분산형 구조로의 변환은 단순히 데이터를 관리하는 방식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의 거버넌스 문제가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 분산형 구조의 핵심은 단순한 연결성의 확장이 아니라 정보의 개방성과 평등이다. 분산형 구조 하에서 모든 사람들은 평등한 권리를 갖는다. 정보의 투명성이 보장될 때, 소위 말하는 동등한 권리와 공정한 기회가 생길 수 있는 것이다. 필자는 생각해본다. 데이터가 그러하였듯이, 우리 사회도 지금보다 더 연결되어 정보를 투명하게 공유한다면 개인에게 동등한 권리와 공정한 기회가 지금보다는 더 보장될 수 있지 않을까? 결국 이것이 우리 모두가 꿈꾸는 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로의 첫걸음이 되지 않을까?

데이터의 시선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