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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덕여왕둘레길

김순희 시민기자
등록일 2023-04-25 18:36 게재일 2023-04-26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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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덕여왕둘레길에 겹벚꽃이 찬란하다.
경주는 역사가 살아있는 동네다. 결혼해 경주에 와서 살게 된 지인이 제일 좋았던 것 중 하나가 학교 이름만 봐도 경주스럽다는 것이다. 계림고, 신라고, 서라벌대, 화랑초, 불국사초, 누가 들어도 경주다운 이름이라 좋았다고 했다. 그중에 특히 선덕이란 이름이 곳곳에 많이 붙었다. 선덕여고, 선덕여왕둘레길처럼.

선덕여왕둘레길은 경주시가 정한 10개 둘레길 가운데 하나다. 명활성에서 시작해 진평왕릉을 거쳐 선덕여왕릉으로 향하는 6.1㎞ 길이다. 황복사지삼층석탑과 왕릉을 낀 코스로 신라 천년을 발로 걷는 느낌이다. 구간마다 다른 풍경을 선사하는 곳, 마지막은 너른 논밭을 너머 경주의 가장 큰 매력인 능선을 전망할 수 있어 계절을 감상하기에 딱이다.


이 길은 특히 봄에 좋다. 시작 부근이 벚꽃이 이젠 끝인가 싶게 겹벚꽃이 몽실몽실 피어오르는 산책길이라서다. 조용히 거닐며 사색하고 싶을 때도 찾아갈 만하다. 교토의 철학자의 길에 비유하는 이유가 길이 물과 함께 흐르기 때문이다. 경주 월성동 보문 숲머리 마을에 있다. 이 길은 ‘숲머리둑방길’이다가 최근 경주시에서 ‘선덕여왕둘레길’로 명명됐다. 조용한 산책로를 따라 날아오르기 직전인 민들레, 곧 피어날 찔레꽃이며 오동나무 등이 농수로 주변에 서식하며 500여 그루 벚나무와 겹벚꽃이 산책러의 곁을 채워주는 곳이다. 3월 중순부터 4월 말까지 절정일 것이다. 경주시는 2018년 10월 숲머리마을 주 신라 제26대 국왕 진평왕 김백정의 능이다. 사적 제180호로 지정되었다. 밑 둘레 약 10m, 높이 약 7m의 원형 토분으로 장식 없이 소박한 모습이다.


겉모습은 소박하지만, 유홍준 교수는 진평왕릉을 두고 ‘꼭 보아야 할 경주의 보물 세 가지 중 하나’라고 평했다. 다른 왕릉이 무인상, 문인상, 돌사자, 호석과 돌난간, 능을 감싸는 도래솔 등 화려한 장식을 가졌다면, 진평왕릉은 아담한 숲을 갖고 있다. 구불구불 자란 왕버드나무 아래 벤치가 놓였다. 한참 걸어온 방문객들이 저절로 앉아보게 한다. 4월, 지금이 진평왕릉의 색이 좋을 때다. 무엇보다 방문객이 적어 주차장도 한가해 언제 가도 평안하다. 가족과 나들이할 장소로 추천한다.


/김순희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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