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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달간 휴진한다면서 설명조차 없네요”

이시라기자
등록일 2023-08-28 20:21 게재일 2023-08-29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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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대표 종합병원 세명기독병원 <br/>정신건강의학과 ‘진료 중지’ 결정에<br/>홈페이지 공지 않아 ‘헛걸음’ 우려<br/>환자들 ‘의료공백 어쩌나’ 하소연<br/>병원측 “전문의 부재로 일정 미정”<br/>
“수년간 깊은 속내까지 상담하고 치료 받았던 병원 대신 갑자기 다른 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라고요?”

포항 대표 종합병원인 세명기독병원 정신건강의학과의 진료가 최소 수개월 중단될 것으로 보여 환자들의 큰 불편이 예상된다. 환자들은 ‘병원이 의료공백현상을 사전에 예방해야 했던 것 아니냐’며 하소연하고 있다.


제보자 A씨는 지난달 이 병원에서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마친 후 직원으로부터 ‘외래진료 축소 및 휴진으로 인해 향후 인근 정신건강의학과 병·의원 이용을 바란다’는 진료 안내문을 받았다. 세부 내용에는 포항 인성병원과 성모병원, 포항의료원 등 인근 병·의원 14곳의 이름과 주소, 연락처가 기재 돼 있었다.


5년 넘게 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 온 A씨는 ‘진료 중단 이유와 진료 재개 시기’를 물었으나, 병원 측은 “수개월 뒤 운영 재개 방침이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A씨는 “정신과는 진료 과목 특성상 환자와 의료진간의 상호 신뢰관계 (라포)가 매우 중요하다”며 “오랜 시간 담당 의사와 신뢰를 쌓았기 때문에 타 병원 적응이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고민을 털어놨다.


또다른 환자 B씨는 “병원측의 일방적인 외래 진료 중지는 매우 무책임하다”라며 “다음번 진료를 위한, 타병원 의료 정보가 없어 난감하다”고 말했다.


병원 측의 무성의함은 또 있었다.


병원 인터넷 공식 홈페이지에는 28일 현재까지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임시 중지’ 안내문 조차 올리지 않고 있다.


이같은 ‘외래 진료 중지’ 미공지 때문에 일부 환자들이 ‘병원에 가서도 진료를 못 받는 헛걸음’에 대한 불편도 우려된다.


기자의 취재에 세명기독병원은 28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3명 중 2명이 개인적인 이유 등으로 병원을 그만뒀다”고 해명했다. 이어 “잔류 의사 1명에게 환자가 몰릴 것을 우려해 11∼12월 두 달간 휴진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휴진 기간이 예상 보다 길어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까지 이 병원에 근무를 희망하는 의사가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만약 휴진이 장기화 될 경우 세명기독병원 산하 개원 2년차인 뇌병원 운영에도 악재가 될 것으로 염려된다. 정신건강의학과는 뇌 관련 의료와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에, 의료 서비스의 질적 저하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포항세명기독병원 관계자는 “구체적인 일정은 없지만 내년 초부터 진료 재개를 예상한다”면서 “모집을 했으나 지원하는 의사가 없어 생긴 문제일뿐 병원 측의 잘못은 없지 않냐”고 반문했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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