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 그린에서도 그림책 작가를 초대해 북토크를 열고, 매월 셋째 주 수요일 저녁 7시에는 그림책 독서 연구회로 모인다. 그림책을 좋아하는 선생님들이 많고 일반인도 여럿이다. 곧 그림책 필사 모임도 만들 계획이다. 오전에 서점 한 칸을 소모임 장소로 빌려주기도 한다.
수도권과 제주도가 독립서점이 가장 많이 증가한 지역이다. 이런 서점은 얼마나 많을까? 언제부터 늘어났을까? 휴대전화가 없던 시절, 친구들과 만나려면 미리 장소와 시간을 정해서 만나야 했다. 버스 정류장에 있던 경북서점, 포항문고, 학원사 앞이 만남의 장소였다. 모퉁이마다 있던 동네 서점이 하나둘 자취를 감추더니 대형서점도 견디지 못하고 사라졌고, 그중에 학원사만 아직 명맥을 유지 중이다. 그렇게 줄어들던 것이 몇 해 전부터 다시 늘어났다. 일반 서점보다 작은 책방 같은 독립서점이 늘어서 전국 서점 4곳 중 1곳은 독립서점이라는 통계다.
한국서점협회에서 2022년에 나온 통계로 전국의 책방이 2천528개이다. 그중 23.5%인 594곳이 작은 책방이다. 또 눈에 띄는 점은 수도권 위주로 들어서던 것이 지방으로 번지는 추세다. 도시의 직장 생활을 그만두고 귀촌하여, 지역에서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을 작은 서점을 운영하면서 실현하려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포항에 문을 연 독립서점은 양덕에 위치한 책방 수북과 리본 책방, 오천의 지금 책방, 유강의 그림책 방, 효자 시장의 달팽이 책방, 송도의 두근두근 그림책, 흥해의 책방 그린, 효자의 민들레 글방(무인책방) 등이 있다. 그중 책방 그린 대표를 만났다. 숲유치원을 운영했던 경험에서 숲의 ‘그린’과 꿈을 ‘그리다’ 두 가지 뜻의 그린이 책방 이름이 되었다. 로고나 작명 센스가 돋보인다. 2023년 5월 어린이날 즈음 문을 열었다. 그림책 전문 서점이라 특별히 그날로 정했다.
경기도 분당에 살다 고향인 포항으로 내려와 전직인 유치원 교사의 경험을 살려 어린이집 원장이 되었다. 아이 가르치는 게 천직 같아서 자신의 아이도 함께 키울 겸 시작한 일이었다. 사춘기 전에 아이들과 시간을 갖고자 안식년 겸해서 생업을 정리하고 1년 살기를 시작했다. 제주도를 제대로 즐기자 해서 오름, 맛집, 관광지를 돌아다니다 아이와 책방에 가기도 하고 혼자 책방을 하나씩 방문하기 시작했다. 첫 책방이 풀무질이라는 곳인데 책방 투어 지도를 추천해 주셨다. 그 지도를 들고 도장을 찍으러 제주도를 한 바퀴 돌며 보고 느낀 경험으로 지금 책방을 열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8월 발표한 ‘2024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사업설명 자료’를 보면, 2023년 8억3천100만 원이었던 지역 서점 활성화 예산이 1억6천만원으로 대폭 삭감됐다. 그 예산조차 ‘지역서점 통합전산망 POS 지원’ 명목으로만 책정됐다. 이에 따라 ‘지역서점 문화 활동 지원’이나 ‘지역 서점 포럼 개최’ 등과 관련한 정부 지원은 사라지게 됐다. 이번 예산 삭감으로 겨우 걸음마를 시작하려는 독립서점이 제대로 걷지 못하고 사라질 것 같아 걱정이 앞선다.
/김순희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