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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폭에서 꿈꾸는 흰수염 고래와 나비

박선유 시민기자
등록일 2023-12-19 18:45 게재일 2023-12-2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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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아트마켓에 참여한 꽃님 작가.
올해로 두 번째로 열린 G-아트마켓. 주최 한국수력원자력, 경주문화재단 주관, 한국미술협회 경주지부 운영으로 열린 행사로 지난 13일부터 5일간 경주예술의 전당4층 갤러리 해에서 진행되었다.

험지에서 각개전투중인 지역 작가들의 작품 활동에 도움을 주기 위해 만들어졌으며 작가별 개별 부스 형태로 진행된다. 한 해 동안 부지런히 가꾸고 키운 작품들을 내보이기 위해 29명의 작가들과 1개의 갤러리가 나섰다. 명제표 옆에 작가도 구경하는 이도 기분 좋게 만드는 붉은 딱지들이 제법 붙어있다.


그 중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참여한 꽃님 작가를 만났다. 그림 속 파란 고래처럼 시원한 웃음을 가진 작가. 친숙하면서도 바로 기억에 남는 이름이다. 꽃님 작가는 지역 내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활발히 활동하는 작가 중 한 명이다.


작가에게도 대학을 졸업하고 결혼과 육아라는 과정 속에서 쉬어가던 시기가 있었다. 그 무렵 참여한 전시회를 통해 전환기를 맞게 되었다. 할로겐 조명 아래 반짝이는 작품을 보자 가슴 속에서 무언가가 일렁였다. 그 일렁임은 열정으로 바뀌었고 그 이후 쉬지 않고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그의 작품은 크게 흰수염 고래와 나비로 나눠진다. 둘은 자유를 상징한다. 하늘을 사는 나비, 바다를 사는 고래. 각자는 다른 공간 속에서 머무르다 때때로 한 공간에서 조우해서 꿈의 세계를 넓힌다.


화폭 속에서 수많은 고래들이 바다 위를 헤엄치고 다닌다. 지구상 가장 큰 포식자 흰 수염고래는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위엄을 가지고 있다. 하늘로 치솟을 것 같은 블리칭 동작을 통해 생명에 대한 경이로움과 자유를 표현했다. 바다는 꽃밭이 되기도 하고 자작나무 숲 혹은 제3의 세계가 되기도 한다. 고래들의 공간은 한정되지 않고 그녀의 상상 속에서 끝없이 펼쳐진다.


꽃길 시리즈에서 나비는 몽환적인 꽃밭 위를 날아다니며 보는 이를 꿈꾸게 한다. 다양한 재료에 대해 실험하길 즐기며 제한을 두지 않는다는 그는 버팀 시리즈와 안정 시리즈에 대해 이어 설명했다.


버팀 시리즈는 한지라는 매력적인 재료로 개인적으로 힘들었을 때 시작된 작업이다. 여러 겹의 한지에 여러 재료와 기법들로 거칠게 표면을 만들어냄으로 당시 그녀의 시간을 표현했다. 안정 시리즈는 뿌리를 박고 굳건히 버티는 나무로 안정과 꿈의 결실을 맺길 바라는 마음을 나타내고 있다.


작가는 고래와 나비가 되어 화폭 위를 채워나간다. 작품 활동을 이어나가는 행위는 결코 쉽지 않지만 관람객, 주변 작가들의 조언과 작품에 대한 좋은 평이 영양제가 되어 힘을 준다고 한다. 그림 속에 빠져 자신조차 잊어버리는 순간 가장 큰 희열을 느낀다는 꽃님 작가. 처음 미술대 진학을 결정한 것도 ‘그냥’ 작품 활동을 하는 것이 좋아서였다고 했다. ‘그냥’ 만큼 순수하면서 강한 말이 있을까.


끝으로 그녀에게 앞으로의 계획과 바람을 물었다. 멈추지 않기. 꾸준히 이어나가길 스스로에게 바란다. 쉽지 않은 작품 활동의 길이기에 중단 없이 끝까지 종주할 수 있기를. 그리고 한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폭넓은 지역에서 활동할 수 있길 희망한다고 했다.


시공간의 제약 없이 세상을 힘차게 유영하는 작품 속 푸른 고래와 나비처럼 그녀의 삶도 그러하길 바라본다. /박선유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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