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일러부품 단가 낮추려 기술 유용·하도급법 위반 일삼아<br/>공정위, 과징금 9억5400만원 부과… “시장 질서 파괴 행위”
(주)귀뚜라미와 (주)귀뚜라미홀딩스가 납품 단가를 낮추기 위해 하청업체의 기술을 중국에 넘겨 공정거래위원회에 과징금 9억5400만원을 부과받았다.
19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 2020년 7월부터 2021년 3월까지 보일러 센서를 납품하던 수급사업자의 기술자료 32건을 중국 경쟁업체에게 넘겼다. 보일러 난방수·배기가스의 온도 등을 감지하는 부품의 구매 단가를 낮추기 위해서다. 귀뚜라미홀딩스가 넘긴 기술자료에는 제품의 구조, 특성, 사양, 제품 도면, 세부 부품의 종류 등이 모두 포함된 것으로 조사됐다. 기술자료를 받은 중국 업체는 3종류의 센서를 개발했고 이 중 1종류의 센서는 2021년부터 귀뚜라미에 납품했다. 기존에 센서를 납품하던 사업자는 이 기간 동안 1억5900만원의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귀뚜라미는 2022년 5월에 전동기를 납품하던 수급사업자의 기술자료 2건도 해당 수급사업자의 국내 경쟁업체에게 유용했고 해당 경쟁업체는 전동기 개발을 할 수 있었다.
공정위는 기술유용행위 등 하도급법 위반 행위를 적발, 이들 두 사업자에게 시정명령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귀뚜라미에게는 과징금 9억 5400만원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귀뚜라미 및 귀뚜라미홀딩스는 지난 2012년 7월부터 2022년 4월까지 수급사업자들에게 기술자료 46건을 요구하면서 요구목적 등이 기재된 기술자료 요구 서면을 교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으로 기술자료 요구 시에는 요구목적, 권리귀속 관계, 대가 등을 협의하거나 그 내용을 적은 서면을 발급해야 하는데 (주)귀뚜라미 측은 이를 어긴 것.
3400여억원 규모의 (주)귀뚜라미와 561여억원 규모의 (주)귀뚜라미홀딩스가 중소기업을 상대로 공정경쟁 기반을 훼손시키는 기술유용행위를 벌여 지역사회의 비판을 받고 있다.
(사)한국자율공정거래연합은 19일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기술탈취를 하는 행위가 빈번히 발생해 심각성을 경고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정부와 국회에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한국자율공정거래연합은 “귀뚜라미의 행위는 시장 질서를 무너뜨리는 파렴치한 행위”라며 “피해를 본 중소기업은 핵심 경쟁력을 잃었으며 이는 기업 존립까지 위협하는 사안”이라고 비판했다.
김홍근 공정위 기술유용조사과장은 “기술유용에 대한 정액과징금의 상한은 10억원으로 부과한도 내에서는 크게 부과했다”며 “지난해부터는 상한 기준이 20억원으로 늘어난 만큼 앞으로도 기술 유용 행위를 집중 감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