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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에서만 먹을 수 있는 맛있는 맥주 만들고파”

이시라기자
등록일 2024-11-28 18:50 게재일 2024-11-29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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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주)포항수제맥주 이광근 대표<br/>독일에서 맛본 맥주 잊지 못해 고향서 수제 맥주 사업에 뛰어들어<br/>맥아 함량 50% 내외 맛 차별화… 쌀을 부자재로 목 넘김 부드러워<br/>주재료 원산지 ‘대보항’ ‘동빈나루’ 등 맥주 이름으로 지역색 ‘물씬’
㈜포항수제맥주 이광근(49) 대표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맥주를 들고 환하게 웃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시라기자
㈜포항수제맥주 이광근(49) 대표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맥주를 들고 환하게 웃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시라기자

“포항의 농특산물을 활용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수제 맥주를 만드는 것이 제 꿈입니다.”

(주)포항수제맥주 이광근(49) 대표는 독일에서 맛본 맥주를 잊지 못해 수제 맥주 사업에 뛰어들었다. 깔끔하면서도 청량감이 넘치는 독일 맥주가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어 버린 것이다.

독일 맥주의 맛을 포항의 보리와 쌀로 구현하고 싶다는 이광근 대표를 지난 27일 북구 중앙동에 있는 그의 수제 맥주 공방에서 만났다.

△포항으로 귀향하게 된 계기는.

- 무역회사 근무 시절, 독일 출장에서 경험한 생맥주의 맛은 지금도 생생하다. 귀국하고 나서도 그 맛을 잊지 못해 유명한 맥줏집은 다 찾아다녔다. 발품도 팔아 보았고, 수소문을 통해 보기도 했지만, 독일 현지에서 맛본 그 맥주의 맛은 느끼지 못했다. 더 이상 찾는 것은 포기하고 ‘맛있는 맥주를 직접 만들어 보면 어떨까’ 라고 고민하던 중 고향인 포항에서 ‘나만의 맥주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내려오게됐다.

△포항의 농특산물을 활용한 이유는.

- 맥주 자체는 독일을 비롯한 유럽이 원산지이지만, ‘신토불이(身土不二)’라는 말도 있지 않나. 지역에서 난 최상의 재료로 맥주를 만들면 맛이 뛰어날 것이라 생각했다.

우선 원재료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수매해 제조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다. 독일의 맥주 맛을 그리워해 시작했지만, 독일의 보리를 수입해서 똑같이 제조한다고 해도 그 맛이 구현된다는 보장은 없다. 이왕 수제 맥주에 대한 상품성을 고려하였을 때 가장 가까이에서 재배된 우리 농특산물을 활용해 제조한다면, 우리만의 차별성을 가진 맥주가 탄생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컸다.

△호미곶에서 사업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 신광면, 기계면, 흥해읍 등지에서 맥주의 주원료인 보리를 재배하는 농가가 많아 맥주 사업을 추진하는데 안성맞춤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곳의 보리는 맥주용 재료로는 어울리지 않았다.

호미곶만 실제로 상품으로 사용되는 보리를 다량 수확하고 있었다. 게다가 포항시에서 지역맥주개발사업을 지원해 주는 기회도 찾아와 호미곶 경관농업과 함께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겠다 싶어 호미곶에 양조장을 만들기로 했다. 양조장은 다음달에 착공에 들어갈 계획이다.

포항시 북구 신광면에 위치한 보리밭의 모습.
포항시 북구 신광면에 위치한 보리밭의 모습.

△제조방식이나 원료에 있어서 차이점은.

- 수제 맥주를 만들면서 보리와 쌀의 함유 비율을 높였다. 맥주의 주원료인 맥아 함량을 50% 내외로 맞추면서 맥주의 맛을 차별화했다. 한국의 주세법상 맥아의 함량이 10%만 넘어도 ‘맥주’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는데, 맥아 함량을 높여 ‘제대로된 수제 맥주’를 고객들에게 선보이고 싶었다.

△쌀을 넣어서 맥주를 만든다고 하는데, 다소 독특하다.

- 맥아의 재료는 주로 보리지만 쌀 등의 부자재를 첨가하기도 한다. 나이지리아로 수출까지 하고 있는 포항 쌀을 더해 맥주를 만들고 있다.

쌀은 맥주의 맛을 더욱 드라이하게 만들며, 이는 다양한 요리와도 잘 어울릴 뿐만 아니라 목 넘김도 훨씬 부드럽게 해준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표적인 쌀맥주로는 미국의 버드와이저, 일본의 삿포로, 한국의 한맥이 있는데, 모두 부재료로 쌀을 이용한 맥주다. 특히 ‘슈퍼드라이’를 내세운 일본의 유명한 맥주 아사히 또한 쌀이 부재료 사용된 페일라거다.

포항의 명소 이름을 따서 만든 ‘대보항’, ‘동빈나루’, ‘장기읍성’ 수제맥주.
포항의 명소 이름을 따서 만든 ‘대보항’, ‘동빈나루’, ‘장기읍성’ 수제맥주.

△수제 맥주의 이름도 ‘대보항’, ‘동빈나루’, ‘장기읍성’, ‘하옥싸이더’ 등 지역색이 물씬 풍긴다.

- 모두 포항지역 대표 명소이지만, 수제 맥주의 주재료들이 나는 원산지이기도 하다. 맥주 이름을 지을 때 지역의 이름을 활용해 만들면 맥주 홍보와 포항의 관광지를 소개하는 1석2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수제 맥주가 알코올음료이기도 하지만 수제 맥주가 가진 상징성이 전단지나 브로슈어 같은 홍보수단보다 더 전달력이 뛰어나다.

△수제 맥주의 맛을 말로 표현하자면.

- 제가 만든 맥주는 얌전한(?) 맛의 수제 맥주다(웃음). 수제 맥주의 강한 향이나 맛에 익숙지 않은 분들도 많다. 그분들의 취향을 고려해 수제 맥주이지만 얌전한 수제 맥주를 만들고 있다.

강한 향기보다는 맛의 깊이감과 넓이감, 다양함을 모두 담았다. 단맛, 신맛, 이렇게 1차원적인 맛은 아니고, 복잡한 맛들이 섞여 있다.

그렇다고 해서 난잡하게 맛이 섞여 있는 건 아니다.

예를 들어 동빈나루 같은 경우에는 한 모금 마시면 제일 먼저 허브 향이 난다. 그때 탄산이 입안에서 탁 터지면서 살짝 녹차 맛도 난다. 곧바로 보리의 단맛이 혀끝을 휘감는다. 보리의 단맛과 쌀의 단맛은 약간 성향이 다르다. 보리의 단맛은 조금 더 부드럽다고 한다면, 쌀의 단맛은 좀 약간 좀 살짝 모난 단맛이다. 대신에 쌀이 보리보다 맛이 훨씬 더 선명하다. 이런 것들이 입안에서 복잡하게 교차가 되면서 마지막에는 쌀에서 나온 특유의 떫은맛, 드라이한 보디감으로 짜릿한 청량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광근 대표가 양조장에 들어갈 브루하우스(양조기기)를 설명하고 있다.
이광근 대표가 양조장에 들어갈 브루하우스(양조기기)를 설명하고 있다.

△수제 맥주의 맛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제가 만드는 맥주에 들어가는 곡물들은 신선하고 품질 좋은 것만 고르고 골라서 쓴다. 고품질 원료로 맥주를 만들기 때문에 확실히 입안에 딱 들어왔을 때 향기보다는 입안에서 느껴지는 풍미라든지, 맛의 ‘배리에이션(Variation·다양한 조합)’이 차원이 다르다. 맥주를 잘 알지 못하는 분들도 일반 맥주, 다른 수제 맥주와는 분명히 다르다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 최근까지만 해도 전국적으로 수제 맥주 붐이 일었다. 하지만 과잉공급으로 인해 시장 점유에 있어서 물음표를 던지는 분이 많았다.

대부분의 사람이 ‘포항’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상품으로 물회, 과메기를 꼽지만, 이들 특산물은 이제 전국 어느 곳에서도 맛볼 수 있는 대표 상품이 되었다.

‘포항’하면 ‘포항수제맥주’를 떠올리게 하고 싶다. ‘포항에서만 먹을 수 있는 맛있는 맥주’를 만들고자 한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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