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기다리는 일은 연인을 기다리는 일과 비슷하다. 모든 마음은 그에게 가 있지만 보고 싶을 때마다 다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도 해야 하고 책도 읽어야 하고 각자 세상에서 자신이 맡은 역할을 해내어야 해서 연인만을 쳐다보고 살 수는 없는 법이다. 하지만 무슨 일을 해도 늘 연인 쪽으로 쏠리는 마음을 어찌하랴. 시도 이와 같다. 시인은 시가 오기를 기다리며 다른 일을 접고 기다려 보지만 쉽게 써지지 않는 것이 또 시이다. 그럴 때 시인은 그냥 논다고 한다. 논다는 생각도 없이 논다고 한다. 노는 일, 놀이를 완성하는 일이 결국 시를 시작하게 하는 것이라 한다.
“시 안 써지면 / 그냥 논다 / 논다는 걱정도 없이 / 논다 / 놀이를 완성해야지 / 무엇보다도 하는 짓을 / 완성해야지 소나기가 / 자기를 완성하고 / 퇴비가 자기를 완성하고 / 허기(虛飢)가 자기를 완성하고 / 피가 자기를 완성하고 / 연애가 자기를 완성하고 / 잡지가 자기를 완성하고 / 밥이 자기를 완성하듯이 // 죽음의 태(胎) 속에 / 시작하는 번개처럼” (정현종 시 ‘시를 기다리며’)
언젠가 빚 갚는 법에 대한 책을 본 적이 있다. 빚에 시달려 고민하는 남자에게 신이 나타나 빚을 갚는 법에 대한 조언으로 아침 조깅을 하라고 시킨다. 남자는 의아해하며 빚 갚는 것과 조깅하는 것이 무슨 상관이 있냐고 따져 묻자 신이 웃으며 말한다. 세상의 모든 일은 연결되어 있다고 조깅을 통해 활력을 되찾으면 하는 일이 잘 될 것이고 일이 잘되면 다른 일 또한 잘 되게 마련이라고 말해준다. 시를 쓰는 일 또한 같은 맥락이기에 시인은 내가 노는 일을 완성하는 것이 모든 사물이 자신을 완성하는 것과 연결되어 있음을 이야기한다.
무엇을 보든 무엇을 듣던 시와 연결해서 생각하게 마련인 것이 시인의 천성이다. 세상 모든 사물들이 스스로를 완성해 가듯이 내 하는 짓을 완성하며 세상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놓지 않으면 내 놀이 속으로 시가 번개처럼 찾아 올 것이다. 그러니 부디 마음을 지난 과거나 오지 않은 미래에 보내 깜깜 헤매게 하지 말고 지금을 완성하시라. 지금을 붙잡고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정성껏 하는 것이 시간을 완성하는 법이다. /엄다경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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