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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을 두드리며 ‘격양가(擊壤歌)’ 부르는 세상을 물려주고 싶다

박귀상 시민기자
등록일 2024-12-12 18:47 게재일 2024-12-13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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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성들이 임금의 존재를 잊은 채 <br/> 걱정 없이 일상을 살아가는 세상<br/>‘태평성세’가 더없이 애틋한 시절<br/> 나라 평안 간곡히 빌고 또 빌어봐 

“해 뜨면 나가 일하고/ 해 지면 들어와 쉬네/ 우물 파서 마시고/ 밭 갈아서 먹으니/ 임금이 나를 위해 해 주는 것이 무엇 있겠는가. (日出而作 日入而息 鑿井而飮 耕田而食 宰力於我何有裁)”


태평성대라 일컬어지는 요(堯)임금 때의 격양가이다. 노랫말 그대로, 해 뜨면 일하고 해 지면 쉬고 물마시고 싶으면 우물 파서 마시고 배고프면 밭 갈아서 배 채우니 내가 살아가는 데 임금의 힘이 무어 필요하겠는가? 라는 말이다.

당(唐)나라를 다스리던 요임금이 미복을 한 채 민심을 살피러 나섰다가 백발노인이 흙을 치며 부르는 이 노래를 들으며 뿌듯해한다. 백성들이 임금의 존재를 잊은 채 걱정 없이 일상을 살아가는 세상이야말로 덕치주의였던 그의 이상향이었을 것이다. 그는 영리하지 못한 자식에게 제위를 물려주지 않고 백성들에게서 찾은 효성 짙은 순(舜)에게 천하를 맡긴다. 이를 선양(禪讓)이라고 한다. 우(虞)나라를 다스리며 요임금에 이어 태평성대를 구가했던 순임금도, 나라의 근심거리였던 황하의 치수를 잘 다스린 우(禹)임금에게 제위를 선양(禪讓)한다. 우임금도 하(夏)나라를 잘 다스린다.

하(夏)나라 마지막 왕이었던 걸(桀)왕과 은(殷)나라 마지막 왕이었던 주(紂)왕은 사치와 포악이 극에 달해 탕(湯)왕과 무(武)왕이 그들로부터 백성을 구제하기 위해 이들을 처단하고 은(殷)과 주(周)나라를 세워 나라를 잘 다스렸다고 역사는 기록하고 있다. 태평성세의 기본은 정치적·경제적·사회적 안정이다.

공자와 맹자는, 요는 순에게 순은 우에게 임금 자리를 선양하고 탕과 무는 포악무도했던 걸과 주를 방벌(放伐)했다며 백성의 안위를 우선으로 태평성세를 추구했던 그들을 존경하며 칭송했다. 하지만 순자와 한비자는 순은 요를, 우는 순을 선양이 아닌 핍박으로 정권을 탈취했고, 탕과 무는 신하된 자로서 자신들의 왕이었던 걸과 주를 폭력으로 시해했다고 기록을 남긴다. 진실은 믿는 사람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교과서를 통해 알게 된 콜럼버스는 신대륙을 발견한 모험가였다. 그는 유럽인들에게 영웅적인 모험가로서 추앙을 받고 미국은 콜럼버스 항해 관련 신화발굴과 재창조로 아메리카에 터 잡은 신생 독립국가의 건국 서사시에 공을 들인다. 그러나 신대륙으로 발견 당한 원주민에게 있어서 콜럼버스는, 자연과 합일하며 평화롭게 살아가던 그들 삶의 터전에 무단으로 침입한 침략자였고 학살자였다. 역사는 승리자에 의해 기록된다. 많은 지식인이 요순시대를 꿈꾸며 사회주의를 쫓았지만 이권다툼의 인간 본능이 존재하는 한 실현 불가능한 이념이라는 걸 세월 보내며 알게 된다.

지금 세상은, 뉴스든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든 켜기만 하면 온통 뒤숭숭한 정치 얘기들로 갑론을박이더니 종내는 불안과 위기감으로 정치에 관심 없던 소시민도 가정 사 제쳐두고 나라 걱정으로 밤잠을 설친다. 진정 나라의 안위를 걱정한다면 어느 편에 서든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곳으로 뛰어가 피켓이라도 들고 힘을 실어야겠지만 당장 일상을 버리기가 또 쉽지 않다.

힘든 세월 어머니들이 장독대에 정화수 떠 놓고 간절히 빌었듯이 마음 깊은 곳에 정화수 떠 놓고 나라평안하기를 간곡히 빌고 또 빌어 본다. 흙을 두드리며 격양가 부르는 세상을 손자들에게 물려주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 담아서. /박귀상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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