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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이 있는 겨울풍경

백소애 시민기자
등록일 2025-01-02 18:08 게재일 2025-01-03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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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시 도산면 서부리 길목에 쌓여있는 연탄.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겨울이면 언제나 생각나는 안도현 시인의 시 ‘너에게 묻는다’의 한 구절이다. 안동시 도산면 서부리 골목길, 월동준비를 한 어느 집 앞에 발걸음을 멈췄다. 이제는 추억의 물건이 되었지만 부담스런 난방비에 혹은 널찍한 아궁이가 있는 시골 마을에는 아직도 연탄을 때는 곳이 있다.

목탄빛 온몸을 불살라 하얀 재가 되어 우리네 안방을 덥혀주던 연탄은 1960년대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난방용품이었다. 도시가스와 기름보일러가 들어서기 전까지 석탄산업이 활발한 때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연탄보일러를 이용했다. 그 시절 서민들의 생활용품이었던 셈이다.

개량한옥에 살았던 어린 시절, 마당 한켠 광은 연탄 창고였다. 늦은 밤 내복에 카디건 하나 걸치고 연탄을 갈던 어머니의 모습이 기억난다. 위아래 두 장이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을 때면 간밤 아버지가 마셨던 금복주 소주병에 얻어맞거나 연탄집게나 식칼 등허리로 갈라서 떼어졌던 연탄. 불을 꺼트린 옆집 아주머니가 빌리러 오기도 하고 여의치 않을 때면 동네 슈퍼에서 연탄의 불쏘시개 역할을 하는 번개탄을 사오기도 했다. 돈이 없는 자취방 학생들이 더러 몇 장 훔쳐가도 모른 척 해주었던 그 시절, 없이 살아도 인심만은 넉넉했었다.

골목길 전봇대 아래에는 연탄재 쓰레기가 한가득 있었고 눈이라도 오는 날이면 연탄재에 위에 쌓였던 새하얀 눈은 아름답기까지 했다. 어머니는 긴 겨울을 날 연탄을 광 가득 재워둘 때면 그렇게 뿌듯해할 수 없었다. 김장독에 가득 채워둔 김장김치처럼 한겨울 내내 야금야금 써도 될 정도로 넉넉하게 채워두곤 했다.

가난한 이들에게 겨울은 괴로운 계절이 아닐 수 없다. 매년 봉사단체에서 사랑의 연탄나눔을 하는 것도 대도시 쪽방촌이며 후미진 어느 곳에서는 여전히 연탄을 소비하고 여전히 도시가스요금과 기름 가격을 부담스러워하기 때문이다.

그 옛날 연탄 갈러 나갔던 어머니가 마당 김칫독에서 꺼내온 동치미의 알싸한 맛을 잊을 수가 없다. 긴 겨울 아랫목을 덥혀주던 연탄은 우리 곁에서 사라져가고 있지만 따뜻했던 그 시절 추억은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백소애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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