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료 채취도 없이 수색 중단<br/>하천과 달리 오염물질 무단 방출해도 해당업체 찾을 길 막막<br/>지난해에도 2~3차례 발견됐지만 별다른 조치 이뤄지지 않아<br/> 환경전문가 “대응 매뉴얼 반드시 필요… 진원지 역추적 가능”
최근 대구염색산단에서 염료로 추정되는 폐수가 하수관로로 유출된 사건<본지 10일 5면 보도>과 관련, 대응 매뉴얼 자체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8일 오후 4시 50분쯤 대구 서구청에 보랏빛 염료로 추정되는 폐수가 흐른다고 신고가 접수됐다. 이 폐수는 오후 2시부터 5시쯤까지 흘러내린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신고를 접수하고 현장에 출동한 서구청 관련부서는 “민원 신고에 대한 대응이다 보니 보랏빛 폐수의 유출 진원지를 찾기 위해 인근 맨홀을 들쳐 역추적에 나섰지만, 해당 폐수가 멈춰 버려 수색을 마칠 수 밖에 없었다. 해당 폐수의 시료 채취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폐수 유출의 경우 하천에는 대응 매뉴얼이 있지만, 하수관로는 대응 매뉴얼 자체가 없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하수관로에 오염물질 등을 무단으로 방출하더라도 해당 업체를 찾을 길은 막막한 실정이다.
서구청 역시 “유출 업체 및 진원지 등이 특정되면 물 환경보전법에 의해 고발할 예정”이라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고 있다.
폐수가 유입되는 달서천 하수처리장 관계자는 “지난해에도 하수관로 유출사건과 비슷한 일이 모니터링 과정에서 2∼3차례 발견된 적이 있어 염색폐수처리장에 조사 및 조치를 요청했었지만, 별다른 조치는 없었던 것으로 안다”면서 “다만, 당시 처리장으로 유입된 폐수는 여러 정수과정을 거쳤고, 검사결과 정상 범위내로 나왔다”고 전했다.
폐수로 인한 환경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국감 당시 더불어민주당 박홍배의원이 환경부에서 받은 수질오염사고 현황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화학물질 유출 사고는 총 91건이 발생했다.
또 지난 2020년부터 2024년 6월까지 국가산단에서 발생한 유해화학물질 누출 등 중대사고 110건 중 87%(107건)가 20년 이상 된 노후산단에서 발생했다는 통계가 공개된 바 있다. 특히 화학물질 유출, 유류 유출, 물고기 폐사 등과 같은 수질오염 사고는 2019년 이후 5년간 666건이나 발생했다.
최근에는 영풍 석포제련소 문제가 큰 관심을 받기도 했다. 영풍 석포제련소는 폐수를 낙동강에 불법으로 배출하다가 적발돼 최근 2개월 조업정지 처분을 최종 받은 바 있다. 앞서 지난 2021년 환경부는 수년간 낙동강 최상류에서 중금속발암물질인 카드뮴 오염수를 불법배출한 영풍 석포제련소에 과징금 281억원을 부과했다. 지난 2019년에는 삼성SDI 구미사업장에서 염색용 염료로 추정되는 연보랏빛 액체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었다. 당시 삼성SDI와 삼성물산은 유출 사고 한달여 전부터 “검은 폐수가 흘러나온다”는 신고를 여러차례 받고서도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아 큰 비난을 받기도 했다.
대구악취방지시민연대 조용기 대표(37)는 “공단지역 인근에 사는 주민들은 평소에도 악취로 인해 예민한 상황인데, 이젠 수질오염까지 언급되니 아기 키우는 부모들은 불안한 심정에 이사를 고려하는 상황”이라며 “이번 대구염색산단도 2010년 이전부터 비오는 날, 주말 저녁 등에 몰래 방류한다는 말들이 있어왔음에도 행정기관에서는 관심도 가지지 않는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환경업계 관계자들은 “하수관로를 통해 유출이 반복되는 만큼, 이와 관련한 대응 매뉴얼은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폐수처리장에 업체들의 폐수처리 데이터 등을 비교 분석해보면 진원지 역추적이 가능할 것”이라고 귀뜸했다.
/황인무기자 him7942@kbmaeil.com